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은 장기에 무리가 갔을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먹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거나, 밥알을 세며 먹을 정도로 입이 짧은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자가 젓가락처럼 말랐다면 별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엄청나게 먹는 데도 날씬한, 더 나아가 야윈 모습을 유지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얼마 전 아무리 먹어도 살찌지 않는 여성 푸드 파이터가 TV에 소개된 적이 있다.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그녀는 식사를 시작했다. 1.5L 페트병에 담긴 사이다를 마셔가며 닭 한마리를 먹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를 본 일반인의 반응은 대략 두 가지다. 왜 살찌지 않는지 궁금함과 동시에 먹고 싶은 대로 먹고도 균형 잡힌 몸매로 살 수 있으니 부럽다는 반응이다. 날씬한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는 현대인의 처지에서 보면 시쳇말로 그녀는 대박인 셈이다.

필자도 맛이 좋은 음식을 마음껏 먹되 살이 찌지 않는 방법을 개발해서 널리 알려보고 싶다. 물론 내 몸에 먼저 적용한 후에 말이다. 달콤한 음식 앞에서 침은 흘리는데 선뜻 손을 못 댄다면, 그 이유는 돈이 없거나 살찔 걱정 때문일 것이다.

대리만족 탓일까. 허기가 느껴지는 밤일수록 쌍둥이 야식을 챙겨주는 빈도가 높다. 먹지도 않으면서 밥상을 지키는 필자에게 왜 자지 않느냐며 아내가 묻지만, 명확히 답을 하지 못한다. 설거지를 하다 보면 아들 녀석들이 남긴 면 가닥이 유난히 굵고 윤기가 좔좔 흐른다. 남긴 거라도 먹을까 고민하지만 결국 그 몇 젓가락이 라면 한 그릇을 새로 끓이게 하는 단초가 된다. 공복감을 견디는 게 만만치 않으니 그럴 필요가 없는 이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살찔 염려가 없으니 경제적 뒷받침만 가능하면 매끼 산해진미에 푹 젖어 산들 어떠리.

그러나 주위에 간혹 있는 야윈 폭식인의 문제는 생각처럼 단순한 게 아니다. 역으로 생각해보자. 많이 먹어도 살찌지 않는다는 것은 남들보다 많이 먹어야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음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절이 온다면 이들은 견뎌낼 재간이 없다. 적은 양으로 살아갈 수 있는 효율적 몸을 가진 대다수 사람이 마냥 그들을 부러워할 일은 아니라는 거다.

최대한 궁핍한 세월을 견디며 우리의 몸이 획득한 절약 유전자를 그들은 갖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혹은 갑상선의 기능이 항진될 정도로 좋거나 음식물의 소화흡수율이 현저히 낮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일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도 공짜가 없다. 문제는 영양소의 대사과정에 있다.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생존할 에너지를 뽑아야 하니 대사의 중심인 위ㆍ장, 흡수된 영양소를 처리하는 간, 배설을 맡은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살찌지 않음이 곧 폭식의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섭취하는 열량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자신의 몸에 적합한 섭생 지침을 찾고 지키는 게 중요하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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