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활황❶ 자동차 애프터마켓

▲ 자동차 유지·보수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부품·수리비용에 대한 정보공개 요구도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낡은 자동차를 모는 중산층 A씨. 자동차를 바꿀 때가 됐는데, 그러기 힘들다. 마누라가 무섭기도 하지만 얇아진 지갑도 이유다. 그래서 A씨는 최근 정비소에 유독 많이 간다. 탈이 난 자동차를 수리하려면 어쩔 수 없다. A씨  처럼  자동차 애프터마켓을 찾는 소비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 시장이 불황 속 활황을 거듭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한 산업의 대표 주자는 애프터마켓이다. 유동성이 부족해진 제조업체들이 설비를 새로 만들기보단 기존 설비를 유지·보수하려는 경향을 띠었기 때문이다. 이런 애프터마켓을 선도하는 업종은 자동차다. 정비·부품·세차 등이 자동차의 애프터마켓이다. 한국산업마케팅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애프터마켓 시장 규모는 2010년 이미 87조원대를 기록했다. 지금은 100조원대를 넘어선 상태다.

자동차용품 전문기업 불스원(Bullsone)은 일찌감치 애프터마켓에 뛰어들어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2014년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스테디셀러인 엔진세척제 ‘불스원샷’, 엔진오일첨가제, 미러, 유리막 코팅제 등 다양한 자용차 용품이 이 회사의 효자제품이다.

이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도 많다. LG이노텍은 지난해 블랙박스·무선충전 등 차량용 애프터마켓 제품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토털 자동차 솔루션’ 기업을 표방하는 SK네트웍스의 행보도 눈에 띈다. 김태현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네트웍스가 렌터카와 연계한 차량정비 사업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급성장한 만큼 빈틈도 많다. 무엇보다 부품 관련 정보조차 공개되지 않을 만큼 시장이 불투명하다. 자동차 제조업체, 정비소가 이 시장을 독점해온 탓이다. ‘서비스 질이 좋지 않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자동차수리 관련 불만은 2013년 5409건에서 2015년 6340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자동차나 부품·정비·수리에 관한 정확한 정보공개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애프터마켓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선 ‘투명성’이 전제로 깔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투명성’을 무기로 자동차 애프터마켓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업체도 있다. 자동차 부품·정비·수리 서비스를 O2O (Online to Offline) 시스템으로 제공하고 있는 ‘카페인 모터큐브’다. 카페인은 소비자에게 ‘바가지 씌우지 않는’ 정비 중개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차종과 차 상태에 알맞은 견적과 수리비용을 데이터로 제시, 소비자로부터 큰 신뢰를 쌓고 있다. 카페인 관계자는 “불황이 길어지면서 내 소비의 근거를 확인하려는 소비자 심리가 강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심리·니즈를 잘 파악해야 자동차 애프터마켓도 장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필수 교수는 “소비자가 자동차 애프터마켓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면 ‘서비스 불만족’이라는 걸림돌부터 치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사업자가 수리내역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동의를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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