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고정관념으로 자녀 길 막아서야

▲ 사람과 인공지능이 겨루는 시대다. 하고 싶은 걸 해야하는 시대이기도 하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직업 세계도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새로운 직업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예전에는 ‘소수 스타급을 제외하고는 춥고 배고프다’는 인식이 있었던 운동선수ㆍ연예인ㆍ요리사 등은 대중의 인기를 독차지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렇기에 부모의 시선과 고정관념으로 자녀의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

주말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한 드라마에 시선이 갔다.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의 막내아들이 취직을 포기했음을 선언하는 장면이었다. “요즘 취업 경쟁에서 나는 그저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취직을 하지 않고 자유인으로 살고 싶다”며 여행 블로거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저 꿈만 꾸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 대리운전 등을 하면서 돈을 모으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여행을 한 후 여행 기록을 블로그에 올리고, 여행 책을 내고, 싸고 질 좋은 여행 사이트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족들에게 밝혔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부모ㆍ형ㆍ누나ㆍ할머니까지 모두 그의 꿈에 반대하며 남들과 같이 안정된 직업으로 예측 가능한 삶을 살라고 설득했다. 그럼에도 그는 “날마다 똑같은 일 하면서 통조림 인생으로 살고 싶지 않다. 왜 꼭 남들하고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취포자’의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드라마를 보던 중 갑자기 지인의 아들인 A가 생각났다. 20여년 전, 1984년생인 그가 초등학생일 때였다. 운동신경이 뛰어나서 달리기ㆍ야구ㆍ축구 등 모든 분야의 1등을 도맡아 했던 A는 이미 학교 내 스타로 유명해서 당시 축구 명문인 B학교의 감독이 스카우트하러 찾아올 정도였다.

지인은 아들이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운동선수가 가족을 부양하며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주위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다. 반응은 100% 반대였다. “초등학생 선수임에도 기초 공부조차 안하고 하루 종일 운동만 합니다. 스타플레이어 몇 명만 빼고는 미래가 없습니다. 오히려 평범하게 공부나 시키는 편이 현명합니다.”

운동을 하고 싶어하는 A와 운동을 못하게 말리는 가족의 대치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됐고, 결국 그는 포기하고 중학생 때 유학의 길을 택해 도피하듯 한국을 떠났다. 그 후 지인은 한창 월드컵으로 국내가 뜨거운 열기로 끓어올랐던 2002년에 아들이 경기를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초등학교 때 내가 원했던 대로 축구 선수로 뛰었으면 지금쯤 월드컵 경기에 주전선수로 뛰었을 텐데”라며 차마 TV 시청을 하지 못하더라는 거였다. 하지만 그 후 경영학과로 대학 진학을 한 아들을 보고 한시름 놓으며 ‘옛날 일은 모두 잊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A가 스포츠 관련된 학과에서 학부 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깜짝 통보해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외국에서 공부하면서도 꾸준히 축구와 농구를 하는 등 운동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어렸을 때 내가 가고 싶었던 길을 막았으니 이제는 내 뜻대로 하겠다”는 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던 지인에게서 후회와 아픔이 느껴졌다.

2~3년 전부터 주위 지인들의 자녀 상담이 많이 들어온다. 멀쩡한 직장을 두고 창업을 하고 싶어 하거나, 반도체 회사에서 패션업계로 옮긴다든지 하는 엉뚱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자녀들 입장에서는 ‘꿈을 찾아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라는 것이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세상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상담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항상 “아이가 하고 싶은 걸 그냥 하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해준다.

직업 세계도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새로운 직업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예전에는 ‘소수 스타급을 제외하고는 춥고 배고프다’는 인식이 있었던 운동선수ㆍ연예인ㆍ요리사 등은 대중의 인기를 독차지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렇기에 부모의 시선과 고정관념으로 자녀의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자녀들은 부모가 보지 못하는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눈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원전 로마 정치가였던 A. 클라우디우스 카에쿠스는 “모든 인간은 자기 운명의 개척자다”는 말을 남겼다. 각자의 인생을 개척해 가는 자녀 세대를 신뢰로 바라보고 응원하는 부모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 susie@younpartners.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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