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기차 시장 괜찮나

▲ 전기차 급속충전소를 늘린다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사진=뉴시스]
말 그대로 ‘진격의 테슬라’다. 저렴한 가격에 주행거리까지 훌륭한 전기차 ‘모델3’를 내놨기 때문이다. 이 전기차가 출고되는 내년 말부터 전기차 시장이 본격 개화할 거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외다.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고 인센티브 제도 역시 미흡해서다. 전기차에 주력하는 완성차 업체도 없다.

국내 전기차 시장의 ‘개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테슬라의 ‘모델3’가 개화 포인트다. 모델3는 전기차 개화의 걸림돌이던 비싼 가격과 짧은 주행거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4000만원대 저가형 모델임에도 한번 충전으로 346㎞까지 주행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전기차인 ‘아이오닉EV’ ‘i3’ 등의 주행거리가 130~180㎞인 점을 감안하면 모델3는 파장을 일으킬 만하다.

반응도 좋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31일 사전예약을 실시한 뒤 36시간 만에 25만3000대(약 12조2000억원어치)가 팔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년간 팔린 플러그인 전기차(약 11만6000대)보다 두배 많은 양이며, 역대 전기차 최다 판매고를 올린 닛산 ‘리프’의 누적 판매량(6년간 20만대)과 맞먹는 수치다. 사전예약일 뿐 실제로 판매된 건 아니지만 전기차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확인하기엔 충분해 보인다.

국내 시장도 테슬라 효과의 영향권에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델3의 사전예약이 가능해서다. 특히 ‘얼리어답터’라고 불리는 국내 저명인사들이 자신의 SNS에 모델3 예약 인증을 올리면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내년 말 모델3의 출고에 맞춰 국내 전기차 시장이 개화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거라는 지적도 많다. 전기차의 성장을 가로막는 문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충전 인프라의 부족이다. 국내 급속충전소는 337곳에 불과하다. 약 295㎢당 충전소가 한곳인 셈이다. 전기차 주행거리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서울과 제주도에 몰려 있다.

익명을 원한 전기차 전문가는 “주유소와 달리 충전소는 충전기 수가 2~3대에 불과한 데다 충전하는데 20~30분이 걸린다”면서 “예상보다 공급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족분을 민간 업체에 맡긴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11일 급속충전요금(㎾h당 313원)을 유료 전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기차의 장점 중 하나인 저렴한 유지비가 무색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말 그대로 첩첩산중인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 해외와 달리 국내는 금전적 보조금 외 인센티브가 전무하다. 환경부에서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 버스전용차로 사용 등 각종 혜택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가시화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있는 보조금도 지난해보다 300만원이 줄었다. 정부가 전기차 산업을 키우는데 적극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전기차에 적극적인 곳이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전기차에 전력을 기울이는 완성차 업체가 있다면 문제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릴 여지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업체가 없다. 그렇다고 전기차를 쉽게 개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델3가 내년 말에나 출고된다고는 하지만 그때까지 국내 업체가 기술력을 따라가긴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기차 시장의 개화가 눈앞에 다가왔는데 우리는 아직 준비된 게 없다. 뾰족한 대책이 필요할 때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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