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딜러 촌극 왜 발생했나

법이 바뀌면서 잘나가던 유망 스타트업 기업이 하루아침에 불법업체로 전락했다. 이 기업이 폐업 선언을 하자 비난이 들끓었고, 정부는 서둘러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며 진땀을 뺐다. 이 우스운 촌극은 규제와 규칙을 혼동한 데서 비롯됐다. 규제와 규칙의 불편한 간극을 취재했다.

▲ 정부의 기준 없는 규제는 제2의 헤이딜러 사태를 만들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합법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2016년 1월 5일부로 서비스를 잠정 종료합니다. 그간 보내주신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O2O 중고차 거래 서비스 ‘헤이딜러’의 폐업 선언이다. 헤이딜러는 전국 온ㆍ오프라인 매매 네트워크를 통해 딜러와 고객 간의 실거래를 책임지는 중고차 모바일 경매 서비스로 지난해 1월 출범했다.

이 신생 서비스는 설립 1년 만에 거래액 300억원을 돌파했다. 매출도 약 5억원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중소기업청에서 유망 창조경제 스타트업에 주는 1억9000만원의 지원금도 받았다. 그러나 올해 1월 돌연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서비스 자체가 졸지에 ‘불법’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자동차관리법 60조는 ‘자동차 경매를 하려면 시도지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승인을 받으려면 3300㎡ 이상 주차장, 200㎡ 이상 경매실을 갖춰야 한다. 원래 오프라인 업체에 적용하는 규정이었지만, 정부는 지난해 말 법을 바꿔 온라인 업체도 포함했다.

‘청년창업 방해’ 혹은 ‘O2O 사업에 관한 과도한 규제’ 등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향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국토교통부가 부랴부랴 온라인 매매 관련 규제 해소를 약속했다. 재개정될 관련 법안은 조만간 발의될 예정이다. 개정안 시행 이전 관련 서비스에 대한 단속은 유예키로 했다. 결국 헤이딜러는 서비스를 종료한 지 52일 만인 2월 25일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과제가 남았다. 또다른 산업군에서 ‘헤이딜러 촌극’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쿠팡의 배달운송도 택배업 허가를 받지 않으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게 논란이 됐다. 숙박 O2O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도 우리나라에서는 불법 논란이 일고 있다. 박재천 인하대(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모든 산업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온라인 사업자 역시 지속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질서를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는 있다. 2009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인터넷기반서비스사업 기본법(인터넷 기본법)이다. 이 법 24조 ‘자율규제’는 각 산업이 자율적으로 규정을 만들도록 유도하고 있다. 관련 사업 단체가 모여 자율규약을 제정하면, 정부가 이를 모니터링하고 인증하는 시스템이다. 정부에 의한 규제만으로는 끊임없이 변하는 O2O 환경을 제어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법 조항이다.

규제의 주체가 정부가 아니고 행위의 관련 주체인 개인 또는 기업이 스스로를 규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박 교수는 “비슷한 법이 있지만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할 만한 근거와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며 “사업자가 원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규범을 고민해야 O2O 산업의 발전을 말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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