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논란, 7년 전 법안에 답있다
O2O 논란, 7년 전 법안에 답있다
  • 김다린 기자
  • 호수 188
  • 승인 2016.04.27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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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O 문제 해결 방안 | 인터넷기반서비스사업 기본법

“배달의민족, 카카오택시, 헤이딜러, 콜버스….” 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편리한 서비스로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낸 ‘O2O 서비스’라는 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출범 후 규제 혹은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으로 좌초 위기를 겪었다. 정부가 이를 해결하려 했지만 도리어 역풍을 맞았다. 해결책은 없을까.

▲ O2O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제2의 우버를 꿈꾸며 시장에 발을 들이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규제와 갈등에 가로막히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관련법의 개정은 개별 이슈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신규서비스를 도입하는 게 쉽지 않다. 통합 정책은 부재하고, 이용 규제의 일관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어떤 보고서의 서론이다. 흥미롭게도 논란이 일고 있는 특정 산업을 떠오르게 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무너뜨린 O2O(Online To Offline) 산업이다. 이 보고서는 과연 무엇일까.

일단 O2O 서비스를 살펴보자. O2O는 단어 그대로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옮겨온다는 뜻이다. 이 서비스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침투했다. 이제 우리는 야식으로 뭘 먹을까 고민할 때도, 회식 후에 택시를 잡을 때도, 여행지에서 렌터카를 신청할 때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하다못해 제품 수리를 맡기거나 세탁물을 맡길 때도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시대다. 이전까지는 오프라인에서만 이뤄지던 일이 빠르게 온라인으로, 그것도 손안의 모바일 기기로 들어왔다는 거다.

▲ 우리나라에서는 콜택시 중개 서비스인 ‘우버’가 불법이다.[사진=뉴시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IT강국이다. 초고속 인터넷망과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O2O 시장의 전망이 밝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정작 O2O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전혀 다른 의견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선점한 글로벌 시장은커녕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번번이 사업에 애를 먹고 있다.”

이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신규 서비스가 안착하기도 전에 여러 장애물을 만나기 때문이다. IT 대기업이 O2O 서비스를 내놓을 때마다 반복되는 골목 상권 논란이 대표적이다. O2O 시장에 사활을 건 카카오만 봐도 그렇다. 대리 운전, 미용실 예약 등 서비스가 나오기도 전에 기존 오프라인 산업군의 저항에 부딪혔다. 대기업이 기존 골목 상권의 점유율을 빼앗아간다는 주장이다.

스타트업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넘어지는 원인은 불합리한 규제다. 중고차 거래 서비스인 헤이딜러는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자동차 경매 서비스가 규제 대상이 되면서 사업을 중단했다. 관련 법률 개정으로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손실은 피할 수 없었다. 앱으로 버스를 부르는 콜버스 역시 속앓이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택시ㆍ버스 면허를 가진 기존 업체만 심야 콜버스를 운영할 수 있게 규제했기 때문이다. O2O 스타트업 상담업체 마켓트렌드의 김택형 대표는 “O2O 사업을 시작하면 혁신 기술이 아니라 법을 더 많이 공부하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라며 “온라인 서비스 규율과 관련된 현행법만 20개가 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규제에 막힌 스타트업 수난사

O2O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논란이 되는 이유로 업계는 ‘정부의 역할’을 꼽고 있다. 갈등 해결의 키를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한다는 거다. 실제로 정부가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법령을 바꾸면, O2O 시장을 절대 규제할 수 없다.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거나 다른 산업에서 O2O 사업자가 등장하면 정부는 또 법을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경전 경희대(경영학) 교수는 “개별 산업 안에서만 해결하려는 정부와 이슈에만 집착하는 언론이 문제”라며 “O2O 혁신은 산업을 가리지 않고 번지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끝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예 산업별로 흩어져 있는 인터넷 규범체계를 새로운 환경에 맞춰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여기 실마리가 있다. 다시 글머리로 돌아가 ‘어떤 보고서’의 서문을 읽어보자. “관련법의 개정은 개별 이슈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신규서비스를 도입하는 게 쉽지 않다.” 어떤가. 이런 서론이 담긴 보고서가 O2O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처방전이 될 것 같지 않은가.

이 보고서의 정체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작성한 ‘인터넷기반서비스 법제 개선방안 연구’다. 여기에는 ‘인터넷기반서비스사업 기본법(시안)’이 첨부돼있다. 이 법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의 공통 규범’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법이 O2O라는 개념이 시장에 통용되기 전인 2009년 12월에 나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법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0여개로 흩어진 온라인 사업 관련 법을 하나로 모았다는 점, 그리고 O2O의 본질인 ‘인터넷 기술의 혁신’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법의 핵심 키워드는 ‘자율규제로의 유도’다. 자율규제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다. 이 시스템은 사업자와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규칙을 만들고 이를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기 때문에 실행 속도가 법보다 빠르다. 분쟁 해결에서도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법률의 경우 한 번 결정되면 개정이 어렵지만 자율규제는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규칙의 개정과 적용이 자유롭다. 시장 환경에 민감하게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O2O 시장 자율규제가 정답

정부의 역할은 이 자율규제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잘 지켰다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에 그친다. 박재천 인하대(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규제냐, 규제 완화냐의 싸움은 결국 특정 집단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며 “갈등을 겪고 있는 사업자가 모여 규범을 정하고 그 규범을 지킬 수 있게 책임감도 부여하는 편이 차라리 생산적”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법은 시안에 불과할 뿐,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규제의 불협화음, 신구新舊 사업자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이 담겨 있는 법이다. 우리가 7년 전 묻힌 이 법을 O2O 시대에 다시 꺼내야 하는 이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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