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의 덫에 빠진 수상한 주식거래

▲ 진경준 검사장이 주식매이 자금의 출처가 넥슨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진경준 검사장과 넥슨의 수상한 주식거래의 꼬리가 밟혔다. 진 검사장을 겨냥한 검찰의 칼끝은 언제든 넥슨으로 향할지 모른다. 문제는 검찰이 위법성을 밝혀내더라도 처벌이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처벌할 수 있다는 ‘소수의견’을 들어봤다.

둘은 ‘비정상적 주식거래’를 했다. 한 기업이 돈을 빌려주면서까지 한 개인에게 주식을 팔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개인은 주식 덕에 ‘횡재’를 했고, 힘 좀 쓰는 검사였다. 진경준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게임업체 넥슨의 이야기다. 의혹의 꼬리는 잡혔다. 워낙 정상적이지 않은 주식거래라서다. 문제는 둘을 처벌할 수 있느냐다. ‘제가족 감싸기’라면 일가견이 있는 검찰은 이례적으로 진 검사장을 강도 높게 수사하고 있다. 기각되긴 했지만 진 검사장의 자택을 살펴보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했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선은 따갑다. 검찰이 둘 사이에 진행된 주식거래의 위법성을 밝혀내더라도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뇌물죄(10년)·배임죄(7년)의 공소시효가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내부자 거래 혐의도 붙이기 어렵다. 둘이 주식거래를 했던 2005년은 넥슨이 상장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내부자거래) 혐의는 상장회사에만 적용된다”며 “당시 넥슨은 비상장 회사였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정보를 찾기도 어렵고 매입도 어려운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일반적인 투자행위는 아니다”며 “내부자거래 행위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물론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넥슨 주식을 받은 진 검사장이 실질적 이득을 취한 시점을 따져보면, 공소시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진 검사장과 넥슨은 11년 전 거래를 했지만 진 검사장이 실질적 이득을 받은 시점은 사실상 2006년 11월이다. 당시 비상장이던 넥슨은 일본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꾀했다. 그 과정에서 넥슨 주식과 넥슨재팬 주식을 1대 0.85로 교환했고, 액면분할도 했다. 그 결과, 진 검사장의 주식수는 1만주에서 85만주로 늘어났다.

공소시효 지나 처벌 힘들어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비상장 주식은 보유하고 있어 봤자 이득이 안 된다”면서 “넥슨이 상장한 이후 자산가치가 늘어나고 이익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진 검사장의 실직적 이득은 그 시점에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넥슨과 넥슨재팬이 2006년 11월 주식교환을 했다는 게 핵심”이라면서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공소시효가 끝난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넥슨과 진 검사장의 거래를 알 수 있는 것은 둘의 진술이 전부”라며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지미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도 “법리적 해석상 쉽지는 않지만 이익 취득 시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처벌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진 검사장이 받은 주식이 뇌물로 인정되면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뇌물금액이 1억원이 넘으면 적용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특가법)’의 공소시효는 15년이라서다. 문제는 이 법안이 2007년 개정돼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수뢰후부정처사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수뢰후부정처사죄는 뇌물을 받은 뒤 행해진 직무와 관련된 부정행위를 처벌하는 법이다. 공소시효는 10년인데, 부정행위를 한 시점부터 시효가 시작된다. 쉽게 말해, 진 검사장이 뇌물에 대한 대가적 행위를 2006년 이후에 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작업이 아니다. 수뢰후부정처사죄를 적용하려면 대가성 있는 부정행위를 언제 했는지를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진 검사장과 넥슨의 불법행위가 밝혀져도 처벌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고위공직자와 기업의 불법적인 커넥션을 처벌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범죄행위는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공소시효에 대한 변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처장은 “고위공직자의 범죄에는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며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처벌하지 못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Issue in Issue | 진경준 주식 대박 논란의 쟁점

넥슨은 왜 그의 주식을 사줬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주요 공직자 재산내역’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단연 진경준 검사장이다. 지난해 2월 검사장 자리인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승진한 그는 올해 처음으로 재산 내역을 공개했다. 애당초 진 검사장이 언론의 주목은 받은 건 법조계 최고 자산가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다. 진 검사장이 신고한 재산은 156억5609만원으로 전년 116억8877만원 대비 39억6732만원이 증가했다.

법조계 고위직 214명 중 가장 많은 재산이었다. 재산 증식 속도 역시 이목을 끌었다. 진 검사장의 재산은 1년 사이 39억6732만원 늘어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관할 공개대상자 1813명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재산은 어마어마했다. 진 본부장 명의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115㎡·약 34평)의 가격은 7억1800만원, 서울 강남구 도곡2동 아파트(165㎡·약 50평)의 전세(임차)권 가격은 15억원에 달했다.

▲ 진경준 검사장과 넥슨의 불법적이 관계가 밝혀져도 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은 항목은 따로 있었다. 진 검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넥슨 주식 80만1500주를 모두 매각하면서 거둬들인 시세차익 37억9853원이었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어떻게 주식 대박을 터트렸느냐로 이동했고, 그 관심은 의혹으로 번졌다. 검사라는 직위와 친분으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은 게 아니냐는 거였다. 이런 상황에서 진 검사장의 해명이 오락가락하면서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진 검사장은 공직자윤리위 조사에서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던 대학 친구의 권유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으로 투자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밝혀지자 자금의 출처를 “개인 보유 자금과 처가에서 빌린 돈을 더해서 샀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공직자윤리위가 진 검사장의 금융 거래 내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넥슨에서 4억2500만원을 송금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넥슨은 보도 자료를 통해 2005년 퇴사한 임원이 외부 투자회사에 비상장 주식을 매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당시 외부 투자회사가 주식을 매수하면 단기간 내 상장 압박 등 장기적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05년 판매한 주식 3만주가 전체 지분의 0.7%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래 과정도 불투명하다. 넥슨은 당해 연도 진 검사장이 돈을 모두 상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자를 받지 않았고 차용증도 쓰지 않은 것이 알려졌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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