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마이너스 가정의 리스크

▲ 가계가 적자라면 미래준비는커녕 현재의 리스크에도 대비하기 어렵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가계의 재무상황이 적자인지 흑자인지 모르는 가정이 적지 않다. 지출 대부분을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이는 상당히 큰 리스크다. 가계가 적자라면 미래준비는커녕 현재의 리스크에도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계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박형민(가명ㆍ32)의 사례를 살펴보자.

‘월급 로그아웃’은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자마자 세금·카드값 등으로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상황을 뜻한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단어일 것이다. 문제는 월급만 빠져나가면 다행이라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면 곧 마이너스가 된다. 특히 젊은층은 빚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까스로 마이너스 생활에서 벗어나면 전셋값 인상, 대출상환 등으로 또다시 마이너스 흐름에 빠지고 만다. 박형민(가명ㆍ32)의 가정도 그렇다. 강원도에 살고 있는 박씨는 두살배기 딸아이를 둔 외벌이 가장이다.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박씨의 월급여는 225만원이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소비성지출을 살펴보면 각종 세금과 관리비에 월 22만원을 사용한다. 박씨의 용돈은 35만원, 생활비로는 44만원을 사용한다. 이밖에 교통비·통신비 등 기타 비용으로 36만원을 쓴다. 경조사 등의 비정기 지출 금액은 한달에 18만원가량이다. 이에 따라 한달에 사용하는 소비성지출은 155만원이다.

이제 비소비성지출을 살펴보자. 박씨는 목돈 마련을 위해 적금에 매월 30만원을 납입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보험료로 한달에 38만원, 전세자금 대출상환에 27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 5만원 등 비소비성지출에 총 100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씨 가계의 적자는 한달에 30만원, 연으로 따지면 360만원에 이른다. 자산으로는 적금자산 300만원, 전셋집 1억3000만원(대출 7000만원)이 있다.

박씨의 재무목표는 첫째 노후준비, 둘째 자녀교육자금 마련이다. 하지만 가계 재정이 ‘마이너스’인 지금 이 목표는 의미가 전혀 없다. 가계가 적자인 상황에서 장기 재무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되레 시한폭탄을 떠안고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박씨에게 지금 필요한 건 재무목표가 아니라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제 하나씩 살펴보자. 소비성지출 가운데 식비ㆍ생활비ㆍ용돈 등의 항목은 줄이는 게 쉽지 않다. 하루아침에 소비습관을 바꾸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씨의 경우, 소비성지출 중 비정기지출을 줄이도록 유도했다. 비정기지출도 무작정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동차세 등의 지출은 줄이기 어렵다. 이럴 때는 비정기지출의 한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 다음에 초과되는 비정기지출은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아울러 통장 쪼개기를 활용하는 게 좋다. 급여통장·생활비통장·비상금통장 등을 제외한 비정기지출 통장을 마련, 가계지출에서 제외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씨는 적금으로 모아둔 300만원을 비정기지출 통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월 비정기 지출 규모는 15만원 수준으로 제한했다. 명절마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상여금을 이용해 비정지출의 사용분을 충당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매월 지출되는 18만원의 비정기지출 항목을 절약함을 통해 가계적자가 월 12만원으로 줄어든다. 다음으로 점검할 부분은 보험료 지출이다. 한 가계의 적정보험료는 소득의 7~10% 내외가 적정하다. 그 이상 지출되는 금액은 가계재무에 무리를 줄 공산이 크다. 특히 소득의 20%가 넘는 보험료는 가계의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박씨의 한달 보험료는 38만원으로, 소득의 17%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보험으로 암·뇌졸중·급성심근경색증 등 3대 질환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실비보험과 자녀보험을 제외한 불필요한 보험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자 월 보험료는 25만원으로 줄었고, 저축성 보험의 해약으로 288만원의 해약 환급금도 발생했다. 보험 해지로 발생한 환급금은 비상금 통장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그 결과, 박씨의 가계는 매월 1만원 흑자로 돌아서게 됐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보험 해지를 망설인다. 지금까지 투입한 자금이 아까워서다. 하지만 당장 발생하는 몇십만원의 손해가 아까워 불필요한 보험을 정리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미래 수익이 현재의 안정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이런 재무적 흐름이 자리 잡기까지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재정 안정화가 최우선 목표

주택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박씨는 1억3000만원의 빌라전세에 거주하고 있다. 그중 전세자금 대출은 7000만원으로 월 이자 27만원(연이율 4.6%)을 상환하고 있다. 문제는 원금상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장 큰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박씨로선 지금 납입하고 있는 적금(30만원)을 활용해 전세자금 원리금의 상환 여부를 검토하는 게 좋다. 제도적 혜택도 알아봐야 한다. 연소득이 3000만원을 넘지 않고 자녀까지 있는 박씨는 임대아파트를 노려볼 수 있다. 무리한 대출로 생활비 부족에 허덕이는 것보다 임대주택을 활용해 절약한 자금으로 시드머니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맥락에서 주택청약저축은 유지하는 게 좋다. 내집마련이 장기목표인 만큼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또한 임대주택을 택하더라도 재테크를 위한 준비는 여전히 필요하다. 적자에 허덕이던 박씨의 가계는 재무조정 과정을 통해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박씨로선 자산형성을 위한 기초작업을 끝냈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박씨와 아내가 아직 젊고 자녀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다. 이처럼 재무설계의 핵심은 비정상적인 가계 재무환경을 정상으로 바꾸는 것이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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