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보호와 친권상실의 상관관계

▲ 이혼 가구가 늘면서 아이의 친권 관련 소송도 급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국내 이혼건수는 10만9000여건이다. 혼인 3쌍 중 1쌍은 이혼한다는 통계다. 문제는 평균 이혼 연령대다. 남녀 모두 40대 중반이다.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친권이 논란이다.

70살을 넘긴 A씨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다. 아들과 며느리가 수년 전에 이혼한 후 두 손녀를 돌봐왔다. 아들은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손녀들의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겉으로는 밝게 잘 지냈다. A씨는 손녀들이 혹여 마음에 상처를 받을까봐 더욱 사랑과 정을 쏟았다. 그런데 최근 이 가족에게 불행이 찾아왔다. 아들이 현장에서 일을 하다 사고로 사망한것, 아들의 부재, 아빠의 부재는 남은 가족에겐 감당하기 힘든 상실감을 줬다. 그마나 위안이 된 것은 사고가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상속인들이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친권자가 보상금을 수령해야 했다. 쉽게 말해 보상금을 손녀들 엄마인 이혼한 며느리가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A씨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며느리는 이혼 후 한번도 아이들을 찾지 않았다. 손녀들을 위해 보상금을 제대로 관리해 줄지도 의문이었다.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친권상실이라는 것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먼저 친권이란 무엇일까. 친권은 ‘부 또는 모가 미성년자인 자녀를 보호·교양하고 그 법률행위를 대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는 권리와 의무’이다. 친권은 부모에게 있다. 이혼하더라도 부모는 여전히 친권을 갖는다. 이혼 후 친권을 행사하던 아빠가 사망하면 엄마가 친권자가 된다.

친권상실의 의미는 쉽다. 부 또는 모가 친권을 남용하거나 현저한 비행 기타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을 경우 법원은 미성년자의 친족 또는 검사의 청구로 친권의 상실을 선고할 수 있다.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격 없는 친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친권이 상실되면 자녀의 재산을 관리할 권능을 상실하고, 자녀의 신분상 내지 재산상 행위의 대리권도 잃는다.

친권상실 관련된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자. ‘갑’과 ‘을’은 혼인신고를 마치고 ‘병’을 출산했다. 그 후 이혼하면서 ‘을’을 친권행사자와 양육자로 정했다. 시간이 흐른 뒤 두사람은 각각 재혼했다. 갑은 재혼 후 호주로 이주해 아이를 출산했고, ‘병’에게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 자신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을’이 사망하자 ‘병’의 친족이 ‘갑’의 친권상실을 법원에 청구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이렇게 판결했다. “‘갑’은 호주로 이주하고 ‘병’에게 전혀 연락을 취하지 않는 등 사실상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갑’에게는 ‘병’에 대한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 ‘갑’의 친권 상실을 선고한 것이다.

하지만 이 판례가 앞선 사례에도 적용될진 알 수 없다. 이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법원이 최종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그 때문인지 할머니 A씨는 몇날 밤을 잠못 이루며 고민을 거듭했다. “연락도 없던 며느리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엄마가 있는 게 낫지는 않을까.” 고뇌의 여러 밤을 보낸 후 A씨는 며느리에게 전화를 했다. 손녀들 대신 보상금을 받으라고. A씨는 기도했다. “손녀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기를 빕니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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