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김동호(29)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20대에 두번째 회사를 창업했다. 429㎡(약 130평) 사무실을 쓰는 첫 회사 아이디인큐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그는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언젠가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꼭 창업이 아니라도 시도해 보세요. 그게 무엇이든.”

▲ 김동호 대표는 “창업자가 CEO를 경영자로 앉히는 것은 스시 요리사가 횟감이 바뀌면 칼을 바꾸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대기업이 우리 경제의 대동맥이라면 소기업과 자영업자를 포괄하는 중소사업자는 경제의 모세혈관에 비유할 수 있다. 이들이 영위하는 비즈니스가 잘돼야 우리 경제가 활력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이들 중소사업자가 돈을 제때 제대로 융통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들의 경우 부도 가능성이 대기업이나 가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은행 돈을 쓰려 해도 우선순위에서 밀렸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은행이 중소 사업자의 신용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현재 우리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형 개발을 은행권에서 검토 중인데 올 하반기 중 시중은행 한 곳과 평가모형 개발에 착수하게 될 거 같다”고 말했다.

✚ 나이스평가정보 등이 제공하는 중소 사업자 정보와는 뭐가 다른가요?
“지금은 은행이 중소 사업자의 신용평가 때 재무제표만 사용합니다. 더욱이 대기업의 재무제표도 믿을 수 없는 게 현실이에요. 그렇다 보니 중소 사업자 신용 평가 모형이 취약했습니다. 우리는 은행이 사용하지 않는 사업자의 포스(point-of-sale) 매출 데이터, 금융결제원이 제공하는 사업자의 현금 흐름을 추가로 제공함으로써 은행이 중소 사업자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동안 신용평가에 사용하지 않았고 재무제표보다 훨씬 자주 업데이트되는 두 가지 자료를 추가로 발굴해 은행에 제공하면 중소 사업자의 재무 상황을 더 정확히 파악하게 되죠. 포스 데이터와 현금흐름을 활용하면 재무제표를 교차 검증할 수 있어요. 한 가지 더, 지금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이 과정을 핀테크를 통해 자동화했습니다. 금융업의 본질이 리스크 관리이고 그 시작이 리스크 평가라면 평가의 핵심인 데이터를 더 정확한 것들로 더 자주 제공함으로써 더 정교한 신용평가가 가능해진 거죠. 단적으로 어느 사업자의 현금흐름을 예상하면 연체 확률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 결국 중소 사업자에게 은행 문턱이 낮아진다고 볼 수 있나요?
“은행의 기존 중소 사업자 신용평가 모형은 비재무 데이터를 60%가량 사용합니다. 한마디로 정성평가의 비중이 너무 크죠.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사용해 신용평가를 하면 대출 리스크를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 중소 사업자 대출 시장이 훨씬 활성화될 겁니다.”

은행 돈을 쓰기 어려웠던 중소사업자로서는 은행 대출이 수월해지는 셈이다. 또 이렇게 중소 사업자의 재무 현황을 파악하고 나면 금융상품 정보를 이들에게 맞춤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로써 중소 사업자의 자금 조달 비용인 이자뿐만 아니라 시간 비용도 낮출 수 있을 거로 그는 기대했다.

그는 일단 프랜차이즈 본사에 매출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고 이들로부터 가맹점의 포스 데이터를 제공 받은 후 이를 재가공해 금융권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초기 시장 진입 전략이죠. 이렇게 프랜차이즈와 윈윈을 함으로써 일반 사업자들이 우리를 찾아오게 만드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입니다.” 그는 순조로울 경우 2~3년 안에 한국기업데이터, 나이스평가정보 등 선발 회사들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아이디인큐와 한국신용데이터를 5년 간격으로 연이어 창업했다. 2011년 설립된 아이디인큐는 오픈서베이를 하는 모바일 리서치 회사다. 모바일 서베이를 통해 빠르고 정확한 소비자 조사 정보를 적은 비용으로 제공한다. 이 회사는 2013년 손정의 사장의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원을 투자 받았다. 그는 올들어 자신이 창업했고 대주주로 있는 아이디인큐의 일상적인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사회 의장도 아니다. 이사로서 이사회엔 참석한다. CEO는 맥킨지 코리아 출신의 황희영 부사장이 맡았다.

✚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데 따르는 리스크도 있지 않나요?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CEO를 결정하는 거라고 봅니다. 맨땅에 헤딩해야 했던 지난 5년간은 0을 1로 만든 과정이었고 제가 경영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죠. 그런데 1을 10으로 만드는 건 경영 전문가가 더 잘할 수 있어요. 스시 요리사가 횟감이 바뀌면 칼을 바꾸는 것에 비유할 수 있죠. 지속가능해진 상태에서 회사를 키우는 건 창업과는 다른 일입니다.”

✚ 최근 손정의 사장이 “‘특이점(Singularity)’과 관련해 아직 내가 할 일이 남아 있다”며 “10년 더 사장으로 일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 ‘거인’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요?
“야전사령관 같은 현장형 기업가라기보다 사모펀드 회장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디인큐가 그랬듯이,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단계마다 다른 리더십이 필요한데 이분은 본인이 스스로 변화해 그때마다 다른 리더가 된 분이죠.”

✚ 두번 창업한 IT 기업가로서 이른바 특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마이크로칩의 처리능력이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과 네트워크의 유용성은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메칼프의 법칙이 IT 산업의 거시적 흐름을 파악하는 핵심 원리입니다. IT 산업은 지난 30~40년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과거 선형적으로 발전한 농업, 제조업, 유통업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죠. IT 산업은 특이점에 이르면 비가역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해요. 이렇게 본다면 눈에 보이는 기기인 스마트폰의 부상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기 자체가 변화의 요체가 아니라는 거죠. 스마트폰이나 VR(가상현실) 기기가 기술 진보의 초침이라면 시침의 움직임을 봐야 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기와 달리 시침성 움직임은 예측할 수 있고 앞서가 시침이 도달하기를 기다릴 수도 있죠. 한국신용데이터가 하려는 일도 선형적으로 발전한 금융산업을 기하급수적 성장의 틀에 진입시키는 겁니다. 앞으로 30년간 주요 산업이 이런 방식으로 발전할 거예요. 특이점이란 말하자면 모든 산업과 IT 간의 접목이 이뤄지는 대교차점이라고 할 수 있죠.”

▲ AI의 등장에 대해 김동호 대표는 “기계를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면서 “유저로선 이런 변화를 두려워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다음 특이점은 구글의 AI(인공지능) 책임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이 「특이점이 온다」에서 예측한 대로 인간이 더 이상 AI를 못 따라잡게 된다는 2045년 즉 AI 기술의 상용화인가요?
“특이점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문제입니다. 2018년이면 사람 뇌의 뉴런 수보다 집적도가 높은 칩이 만들어집니다. 인간의 뇌보다 성능이 뛰어난 칩이 나오는 거죠. 그러나 충분히 고도화돼 사람처럼 사고하는 기계가 나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고 봅니다. 이 기간에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관건이죠. 이때까지는 사람이 기계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기계를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경쟁이 격화될 거고 그 경쟁이 모든 사람에게 파급될 겁니다. 유저로선 이런 변화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호기심을 갖고서 새로운 기술과 기기를 써 보는 자세가 필요하죠. 기계를 잘 쓰는 사람과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 우리나라의 IT 기업, 시장, 정책 등과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혁신 없이 지대를 추구하는 풍조가 공정 경쟁을 해치고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파이를 작게 만들고 있습니다. 위험을 감수한 기업가가 실패했을 때 나락에 떨어지지 않도록 혁신 추구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또 정부가 지원 대상 기업을 심사할 때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 청년 세대에게 창업을 권합니까?
“준비된 사람에게만 권합니다. 지난 4~5년간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에서 경험을 쌓았거나 대기업에서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종사한 사람들이죠. 어느 경험도 없다면 창업 전 무조건 스타트업에 들어가 1~2년 사이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겪어 보세요.”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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