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 실업률은 왜 체감치보다 낮은가

 

▲ 올해 6월 정부는 공식 실업률이 3.6%라고 발표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과는 거리가 멀다.[사진=뉴시스]

잉여·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캥거루족(부모의 경제적 도움에 기대 살아가는 20~30대). 취준생의 아픈 현실을 풍자한 신조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취업문’이 굳게 닫혀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실업률 통계는 현실과 크게 다르다. 지난해부터 평균 3~4%대를 오르내린다. 사실일까.

지난 6월 국내 실업률은 3.6%(통계청 기준). 한국 국민 100명(15세 이상) 중 3~4명이 실업자라는 얘기다. 더구나 유례없는 불황을 뚫고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다. 3.6%는 1년 전인 지난해 6월보다 0.3%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실업자 수도 줄었다. 올 6월 실업자는 100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숫자만 보면 한국은 ‘완전 고용’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실업률 통계, 사실일까.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체감 실업률에 따르면 실업률은 낮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기준 한국의 청년 체감 실업률은 34.2%, 청년 체감 실업자는 179만2000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당시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 실업률은 8.0%, 공식 실업자는 34만5000명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실업자 수가 통계청의 약 4배에 이르는 셈이다.
 

이런 간극의 이유는 간단하다. 통계청이 취업준비생 등을 실업자에 포함하지 않아서다. 우리나라가 따르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의하면 실업자는 ‘지난 1주 동안 일을 하지 않았고(Without work), 일이 주어지면 일을 할 수 있으며(Availability for work),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수행한(Seeking work) 사람’이다.

이에 따라 아르바이트생, 대학교 비정규직 조교, 부모 가게에서 하루 몇시간씩 일을 도와주는 무급가족봉사자 등 사실상 실직상태인 사람들이 취업자로 분류된다.

비경제활동인구를 실업자에 넣지 않는 것도 문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경제활동 참여 의사가 없다고 판단해 국가가 실업자 조사대상에서 제외한 사람들을 말한다. 경력단절여성(가정주부)·구직단념자·취업준생·고시생 등이 포함된다.

구직단념자는 취업하려는 의지는 있으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어 구직활동을 중단한 사람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현재 약 1600만명이고, 그중 일할 의사가 있는 잠재경제활동인구는 162만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은 통계청 자료에서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은 아르바이트생을 비롯한 시간제 노동자·취업준비생·일할 생각이 있는 주부 등 비경제활동인구·비자발적 비정규직(45만8000명)·그냥 쉬고 있는 청년(19만7000명)을 포함해 실업률을 계산했다. 분석에 참여한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전 연구위원은 “정부가 고용정책을 구체화하려면 고용보조지표를 개선해 다양한 형태의 체감 실업자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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