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수 개인展

▲ 왼쪽부터 ❶창가의 모자 Mother and child by the window 1988, Oil on canvas, 73x60㎝ ❷나는 모자 Flying mother and child, 1998, Oil on canvas, 112.1x162.2㎝ ❸정오 Midday, 2012, Oil on canvas, 162x130㎝
백순을 바라보는 고령에도 여전히 엄마 등에 매달려 있는 화가. 이중섭의 친구이자 신新사실파 구성원 중 유일한 생존인물인 백영수 화백이 올 초까지 그린 드로잉과 콜라주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백영수 개인展’은 지난해 목욕탕에서 넘어진 후 거동이 불편한 와중에도 작업을 놓지 않았던 작가의 4년만의 개인전이라 더욱 반갑다.

전시에는 40여점의 작품이 액자에 담겼다. 종이박스에 콜라주 작업을 한 ‘말’ 같은 작품도 있지만 여전히 관통하는 주제는 ‘엄마’와 ‘아이’다. 엄마 등에 꼭 매달려 마치 엄마와 한 몸 같은 아이. 두 살 되던 해 아버지를 잃고 엄마와 함께 외삼촌이 있는 일본으로 갔던 작가는 유독 모성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 엄마는 늘 아이를 업고 있고, 아이는 늘 엄마 곁에 있다.

1922년 수원에서 태어난 작가는 두 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1940년 오사카미술학교에 입학했다. 1944년 어머니와 귀국해 목표에서 미술교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1947년에는 서울로 올라와 김환기ㆍ이중섭ㆍ장욱진 작가 등과 함께 ‘새로운 사실을 표방한다’는 기치를 내건 신사실파를 구성했다. 1977년에는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30여 년간 재불화가로 살았다. 그리고 2011년 3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때 비행기 안에서 그린 아이 역시 엄마 등에 업혀 있다.

▲ 왼쪽부터 ❹나는 모자 Flying mother and child, 2016, Colored paper and pen on board, 18x18㎝ ❺가족 Family, 1984, Oil on canvas, 89x116㎝ ❻정물이 있는 모자 Mother and child with still life, 2011, Oil on canvas, 33x41㎝
이번 전시는 2012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그림인생 70주년 개인전을 연 후 4년 만이다. 그때보다 몸이 부쩍 쇠약해지고 부상까지 당한 탓에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 속 아이는 엄마 등에서 순수하고 천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백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작가는 마치 어린이처럼 더욱 천진난만한 세계에 빠져 있다”면서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몸소 체험한 그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초월한 경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거칠 것 없이 붓 가는 대로 그리면 무심한 드로잉이 탄생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런 무심의 경지야말로 작가가 70여년의 그림인생을 통해 체득한 달관과 체념의 결과일 것이다.”

단색화와 팝아트가 휩쓸고 있는 화랑가에 ‘근현대작가’인 그의 전시는 다분히 이례적이고, 그의 작품 속 모성은 여전히 그대로다. 전시는 10월 23일까지 서울 통의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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