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써야 깨끗하다? 누가 만든 관념인가
세제 써야 깨끗하다? 누가 만든 관념인가
  • 노미정·고준영 기자
  • 호수 209
  • 승인 2016.10.03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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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 이야기「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

화학공포증에 저항하는 확실한 방법

이번엔 치약 공포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덮쳤다. 국내 대표 생활화학제품 제조기업 아모레퍼시픽의 치약 11종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됐던 독성물질인 클로로메칠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이 검출된 것이다. 치아 건강을 위해 매일 사용하던 치약이 되레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었다는 사실에 많은 소비자가 분노하고 있다. 기업 제품을 향한 불신과 불안감도 커지는 추세다. 어떤 생필품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화학제품의 포장재인 플라스틱과 비닐마저 유해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논란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건 다수의 화학제품 회사가 플라스틱 성분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던 마르고트 발슈트룀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에 쓰이는 1만여가지의 화학물질 중 유해성 여부가 확인된 건 11개 물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제한된 정보를 탓하며 찜찜함을 뒤로한 채 계속 플라스틱 용기·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여기 이 ‘플라스틱 세상’에 반기를 든 한 사람이 있다. 산드라 크라우트바슐이다. 평범한 물리치료사였던 그는 2009년 가족과 함께 시작한 ‘플라스틱 없이 한달 살아보기’ 프로젝트 통해 오스트리아의 대표 환경 운동가로 거듭났다. 지금은 오스트리아 그라츠 주州의회 보건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책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는 그가 가족과 함께 플라스틱 없이 살아가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역경을 유쾌하게 풀어낸 일종의 실험 보고서다. 그는 자신에겐 일상이 된 ‘플라스틱 안 쓰는 삶’의 가치와 방법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 책을 펴냈다고 말한다.

산드라의 일상을 바꾼 건 한편의 영화였다. 2009년 그는 베르너 보테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행성’을 본 후 정신이 번쩍 드는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다큐에는 세계 각지의 가정집에서 플라스틱 물건을 모조리 집 밖으로 꺼내 전시하는 장면이 수차례 등장한다. 놀랍게도 각 가정에서 차지하는 플라스틱의 비율은 국가, 빈부에 상관없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전세계 다수의 사람들이 화학물질로 뒤범벅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평소 친환경 제품만 사용한다고 믿어왔던 산드라는 이 다큐를 통해 친환경 제품을 담은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의 유해성을 절감했다. 충격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저자는 남편과 세 아이에게 ‘앞으론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겠노라’고 선언한다. 산드라 가족의 ‘플라스틱 없는 집’ 프로젝트는 이렇게 대책 없이 시작됐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산드라네 집 안의 모든 플라스틱을 밖으로 내놓는 것이었다.

여정은 험난했다. 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은 물건을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힘든 일이었다. 모든 주전자의 손잡이는 플라스틱이었고, 친환경제품 전문 매장의 제품도 비닐로 포장돼 있었다. 종이로 포장된 모차렐라 치즈가 없어서, 직접 기른 토마토에 치즈를 얹어 먹던 일상의 행복을 포기하는 대목에 이르면 짠하기까지 하다.

그 지난한 여정의 끝에서 산드라가 마주한 건 대량생산과 소비의 문제였다. 저자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발명이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고, 이로 인해 소비자는 물건을 싸게 사고 쉽게 버리는 습관을 갖게 됐다. 그 쓰레기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지구상 어딘가에 쌓이거나, 유독물질을 방출하며 소각된다. 일부가 재활용된다지만 그조차도 추가로 물질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가능하다.

저자는 묻는다. 세제를 써야 깨끗하고, 비닐랩을 씌워야 신선하다는 관념은 누가 만들었을까? 우리는 어쩌다 쉽게 사서 쓰고 쉽게 버리는 일에 익숙해졌을까? 그것은 온전히 나의 의지일까? 케미포비아(화학공포증)가 만연한 이때, 산드라 질문의 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세가지 스토리


「공부는 망치다」
유영만 지음 | 나무생각 펴냄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인공지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 최첨단 기술이 산업 전반의 질서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거라는 위기의식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 속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다. 이 책은 지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지성으로 무장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소개한다.

「마음 쓸기」
리샤오쿤 지음 | 흐름출판사 펴냄

물욕이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차마 뒤처질까 잠시의 쉴 틈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현대인들에게 단 10분만이라도 마음을 비우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길 권한다. 온전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면 내 삶과 일의 진정한 목적을 되새기고 불필요한 걱정거리를 떨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
애비 스미스 럼지 지음 | 유노북스 펴냄

컴퓨터·프로그램·파일이 없으면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 디지털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컴퓨터에 의존해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데이터와 정보, 지식과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보존되며 또 변해갈까.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심각하게 던져보지 않는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할수록 더욱 고민해봐야 할 주제다. 이 책은 데이터의 속성과 기억의 방식이 미래에 어떻게 전개될지 전망한다.
노미정·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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