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기금 논란➋ “상생기금이 살생기금 될 수도…”
상생기금 논란➋ “상생기금이 살생기금 될 수도…”
  • 김다린 기자
  • 호수 210
  • 승인 2016.10.13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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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은 인천시 부평 문화의거리에서 의류 유통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동시에 중소 상인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인 회장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의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건 이 때문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상생기금이 불법이라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

▲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은 "불법 상생기금은 골목시장을 파괴하는 공작금"이라고 지적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상생기금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몰랐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의 발언에 놀란 이유다. 현장에서는 워낙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상생기금의 폐해가 심각하니 정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던 중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된 거다.”

✚ 상생기금이 문제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 돈이 유통 재벌의 무분별한 상권 진출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영업 활동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건 여러 조사에서 증명됐다. 물론 대기업도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다고 영세 상인들의 주머니를 무작정 털어서야 되겠는가. 우리가 이들의 출점을 막고, 그게 어렵다면 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라도 만들어달라고 외치는 이유다.”

✚ 상생기금은 안전장치가 될 수 없었나.
“현행 법령에 따르면 대규모 점포가 들어설 경우, 지자체에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하다는 게 중론이다.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작성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제도’가 대기업과 영세상인의 불균형한 경쟁력을 조금이라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다. 우리의 목소리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사업조정제도 과정에서 상생기금이 전달된다고 들었다.
“그렇다. 불법 상생기금은 이 과정에서 주로 전달된다. 상생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역 상인들을 회유하고 합의를 유도하게 하는 것이다.”

✚ 금전적인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인데.
“상생기금을 받은 상인회가 그 지역 골목상권을 대변한다고 말할 수 있나. 애초에 상생기금이 정당하고 투명한 돈이 아니다. 그래서 이는 더 큰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 어떤 문제인가.
“지역 상인 사회를 분열시키는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평하고 투명한 돈이 아닌 탓에 상인들의 유대감이 무너지고 갈등 관계가 형성된다. 이런 맥락에서 상생기금은 지역 생태계를 죽이는 살생기금이다. 지역 상인들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유통 대기업들의 점포 확장 욕구를 그나마 잠재울 수 있다. 특히 정부가 복합쇼핑몰을 유통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하면서 영세 상인들의 생존이 더 위태로워졌다. 살기 위해서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영세 상인들의 각성도 필요하다.”

✚ 어떻게 각성해야 하나.
“우리는 장사꾼이다. 한 푼 더 벌겠다며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건 상도에 어긋난다. 영세 상인일수록 대기업보다 윤리 수준이 높아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의 ‘갑질’에 우리가 떳떳하게 대응할 수 있다.”

✚ 정부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주영섭 중기청장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발언했지만 언론 어디를 뒤져봐도 중기청이 상생기금 제공을 적발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상생기금으로 합의해 유통재벌의 진출이 이뤄진 사례는 찾기 쉽다. 지금이라도 사업조정 과정에서의 상생기금 제공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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