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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정책 컨트롤타워 재건 시급하다‘청와대 리스크’ 앓는 경제
[214호] 2016년 11월 07일 (월) 09:47:59
양재찬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 최순실 게이트로 발생한 국정 위기가 경제 위기로 번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확실한 권한 이양이 필요한 시점이다.[사진=뉴시스]

청와대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 ount)’가 현실화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국 혼란이 장기화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대거 팔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두차례나 사과해도, 총리 후보자 등 일부 개각 명단이 발표돼도 외국인들은 주식을 순매도했다. 어느새 코스피지수는 2000 아래로 주저앉았다. 경제 분야의 불투명성이나 불확실성이 아닌 정치 분야, 그것도 청와대에서 비롯된 그릇된 통치행위로 리스크가 커지자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여기에 12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외국인의 자금 이탈은 더 빨라질 수 있다.

하야와 탄핵 요구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경제 구원투수를 등판시켰다. 4기 경제팀 수장(경제부총리)으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지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거국내각 구성 요구를 수용하기는커녕 야당의 의견이나 양해를 구하지 않고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내정함으로써 총리를 비롯한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거부 사태를 초래했다.

솔직하지 않고 자기 방어에 급급한 진정성 없는 사과,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는 일방통행 담화로는 추락한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야당이 반대하는 총리 후보자는 인준을 받을 수 없을테니 지명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들고 나오지 않았는가.

대통령의 위기는 정치 위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경제위기로 이어지고, 경제위기는 국가위기로 귀착된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공백 상태에 빠지면서 구조조정 등 주요 경제정책들이 좌표를 잃었다. 10월 31일 정부가 장고 끝에 ‘조선ㆍ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고통이 수반되는 수술은 포기한 채 연명시키는 대증요법을 선택했다.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의 조선 빅3를 업체간 인수ㆍ합병(M&A)이나 고강도 사업 재편을 통해 ‘빅2’나 ‘빅2+중견 조선사’ 등의 체제로 개편하지 않고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 정부에서 미루는 바람에 곪았다고 비판했던 현 정부가 사실상 구조조정을 포기한 채 다음 정부로 떠넘긴 셈이다. 정부 대책에 ‘조선 빅3를 2강强 1중中으로 재편한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등 경쟁력 없는 사업을 축소한다’는 문구를 넣자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맞선 인물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부실 덩어리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결정한 청와대 서별관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이런 부총리 내정자가 위기의 한국 경제호를 이끌 선장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작금의 경제ㆍ정치 상황은 외환위기를 몰고온 1997년 상황과 유사하거나 더 심각하다. 1997년 1월 한보그룹 부도사태가 터졌고, 이 기업에 대한 특혜대출의 몸통으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지목됐다. 그해 5월 정권의 비선 실세였던 현철씨가 구속되면서 경제위기와 정치 리더십의 공백이 겹치는 상황을 초래했다. 당시 김 대통령은 아들이 구속된 뒤 집무시간에도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시간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19년이 지난 2016년 한진해운ㆍ대우조선으로 대표되는 해운ㆍ조선업의 위기가 표면화했다. 한진해운 사태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유일호 경제팀의 리더십은 바닥을 드러냈다. 이런 판에 최순실 사태가 터졌다. 민간인 신분 비선 측근 인사가 대통령 연설문을 손보고, 재벌을 압박해 거액을 출연토록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부처들도 휘둘렸다. 박 대통령이 사과하고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이어 총리ㆍ경제부총리를 포함한 개각을 단행했지만, 국정수행 지지도는 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이 두차례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 행렬은 더 불어났다. 아시아 몇개국의 외환위기였던 1997년과 달리 지금은 세계경제 전체가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꾸라지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 정치 리더십과 함께 경제 리더십도 서둘러 회복해야 한다. 위기 국면에서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하려면 확실한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 경제는 부총리가 중심이 돼 책임지게 하고, 그에 걸맞은 소신과 비전을 갖춘 인물을 앉혀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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