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로 본 검찰의 불편한 자화상

▲ 검찰이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조사할 방침이다. 날카로움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뉴시스]
최대주주 국민의 뜻을 야멸차게 거슬렀다. 때론 소액주주에 불과한 권력을 불나방처럼 좇았다. 그러다 최대주주의 분기를 샀고, 지금은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검찰의 불편한 자화상을 ‘주식회사’에 빗대 그려봤다.

인간은 종종 뻔한 걸 잊는다. 어쩔 수 없는 망각 때문인지 뭐든 잊으려는 본능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뻔한 걸 잊는 탓에 잃는 것도 있다. ‘권리權利’다.

작은 흠이라도 있으면 탈탈 털어내는 곳, 심사가 뒤틀리면 없는 죄도 만들어낸다는 의심을 받는 곳, 지체 높으신 나으리들만 근무할 것 같은 곳…. ‘주식회사 검찰’의 고정관념이다. 그런데 찬찬히 따져보면, 검찰은 국민의 100% 자회사 중 한개일 뿐이다. 검찰 수장(총장)은 국민의 통치권을 위임 받은 대통령이 임명한 이다. 사실상 국민의 대리인이다.

검사도 다를 바 없다. 국민의 돈으로 월급을 받고 보너스를 챙긴다. 그들이 일하는 담벼락 높은 검찰청사의 임차인도 실은 국민이다. 착한 국민은 임대료ㆍ유선 통신요금ㆍ주차비용 등 별별 비용을 아무런 조건 없이 대납代納해 준다.

좀 치사해보이는가. 그렇지 않다. 국민이 검찰에 주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기획재정부의 ‘나라살림 예산개요’에 따르면 올해 검찰에 배정된 예산은 3조원이 훌쩍 넘는다(법무부 포함). 박근혜 정부 출범 전인 2012년(2조7056억원) 대비 18%나 늘었다. 그래서 국민에겐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권리가 있다. ‘최대주주인 우리를 위해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꼬집을 권리도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국민은 권리를 잃었고, 검찰은 사나워졌다. ‘선택 받은 소수小數’ 검찰은 최대주주인 국민 위에 군림했다. 원인은 별다른 게 아니다. 국민이 ‘공명정대한 세상을 만들어 달라’면서 부여한 ‘독점사업권(기소)’이 화禍의 근원이었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기소독점주의’를 택하고 있다. 영장청구권ㆍ수사지휘권ㆍ기소권ㆍ공소취소권을 모두 검사가 갖고 있다. 여기에 ‘재량裁量(기소편의주의)’까지 있으니, 말 그대로 무소불위다. 검사만 기소할 수 있는데, 그 권한마저 재량에 맡겼기 때문이다.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찾기 힘든 막강한 권한이다. 미국과 영국은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프랑스는 예심판사가 수사ㆍ공소에 참여해 검사를 견제한다.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검사에게 기소독점권을 부여했지만 재량까진 주지 않았다.

독점사업권을 획득한 검찰은 그렇게 ‘괴물’이 됐다. 자신들의 미래와 안위를 결정하는 ‘권력층’의 눈치만 보면 절반은 성공이었다. 그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국민의 의견은 번번이 묵살됐다. 검찰이 권력의 기호에 따라 칼을 빼는 일도 잦아졌다. 권력의 의중이 파악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구태舊態’도 반복됐다. 이익을 쟁취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천민자본주의’가 검찰을 감쌌다는 얘기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때도 검찰은 묘한 걸음을 디뎠다. 살아 있는 권력이든 비선秘線이든 누군가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듯했다. 실례를 보자. 모든 정황이 산 권력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검찰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주저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개인 재산 의혹이 불거진지 무려 110일 만에 소환됐다. ‘민정수석 꼬리표’를 뗀 직후였다.

그런 와중에 ‘최순실 게이트’ 핵심 인물들의 ‘의문스러운 출두(소환)’가 잇따랐다.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의혹’을 일부 시인하는 담화문을 발표하자마자 관련 인물들이 검찰에 자진 출두하거나 소환됐다.

간단하게 도식화하면 이렇다. ‘…10월 27일 고영태씨 귀국 후 수사 → 29일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 → 30일 최순실씨 귀국 → 긴급체포 하지 않고 31시간 휴식시간 부여 → 30일 문고리 3인방(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안종범 전 정책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퇴 → 11월 2일 안종범 전 정책수석 긴급체포 → 3일 최씨 구속, 정호성 전 비서관 긴급체포 → 6일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구속 → 6일 우 전 수석 소환 → 8일 차은택씨 귀국 후 체포 → 10일 우 전 수석 자택 압수수색….’ 권력층이 ‘OK 시그널’을 보내자 검찰이 민첩하게 반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진 이유다.

그렇다고 검찰 수사가 국민의 분기를 풀어줄지도 의문이다. 검찰이 최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죄’다. 공무원 범죄 중 비교적 형량이 낮은 이 죄는 징역 5년형까지만 선고가 가능하다. 입증도 어려워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 전 비서관, 안 전 수석, 우 전 수석 역시 엄정한 처벌을 받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날카로움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검찰, 대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젊은 법조인들은 뼈를 깎는 개혁을 꾀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검찰 상위 직위를 임명하지 말고 선출하자. 젊은 인재를 뽑아 수혈하자. 국민과 정의만을 위해 뛸 수 있도록 평생검사제를 도입하자. 전관 예우를 근절하자. 정치적 중립성과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독립적 조직을 만들자.”

뼈있는 일침이지만 십수년 전부터 제기된 주장이기도 하다. 그만큼 검찰의 환부는 곪을대로 곪았고, 고질병은 깊어졌다. 이대로라면 검찰은 ‘파산 절차’를 밟을지 모른다. 산 권력은 썩은 동아줄로 전락했고, 최대주주인 국민의 신망도 잃었으니, ‘파산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망하느냐, 회생하느냐. 주식회사 검찰이 냉엄한 기로에 섰다. 
    
이윤찬ㆍ김정덕ㆍ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
도움말: J&Partners Law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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