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위기 탈출하라면…

‘최순실 게이트’로 경제 현안이 모두 뒷전으로 밀렸다. 하지만 경고등은 여기저기서 울린다. 가계부채, 구조조정 등이다. 국정이 멈춰선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흔들리는 경제 컨트롤타워부터 바로 세우라”고 조언한다. 난국을 헤칠 경제 사령탑을 하루빨리 찾으라는 거다.

▲ 한국 경제가 생산‧소비‧투자 감소라는 트리플 악재에 빠지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수출 감소세가 계속되면서 생산과 고용이 부진하다. 내수 소비도 위축돼 소매판매, 서비스업의 둔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짧게 요약한 내용이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생산ㆍ소비ㆍ투자가 동시에 감소하는 ‘트리플 악재’가 한국 경제를 덮쳤다. 경제의 3대 축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소비는 5년7개월 만에 최대로 감소했다. 소비감소의 단적인 사례는 5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보이고 있는 음식점 경기를 통해 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일반 음식점의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85.2(100 이상이면 긍정적, 100 이하면 비관적)를 기록했다. 2011년 9월 83.9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경기침체에 조선ㆍ해운 구조조정 등이 겹치면서 서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지난달 대비 0.8% 감소했다. 서비스업과 건설업이 각각 0.6%, 4.7% 줄어들면서 하락세를 이끌었다. 생산과 소비가 부진하다보니 투자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지난 9월 설비투자는 기계류(-2.6%)와 운송장비(-0.9%) 투자가 모두 줄어 전월보다 2.1% 감소했다. 특히 건설 부문의 경우 건설기성(진행된 공사실적)은 건축(-3.7%)과 토목(-6.8%)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전월에 비해 4.7% 감소했다. 3분기 GDP 성장을 견인했던 건설투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얘기다.

생산ㆍ소비ㆍ투자 등의 감소로 기업의 이익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산상회사협의회가 2016년 연결재무제표 제출 대상 511개사를 분석한 결과, 기업의 3분기 매출액은 392조52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3조7889억원)보다 2.79% 감소했다. 순이익도 20조7591억원으로 6.40% 줄어들었다. 또한 3분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7.39%, 52.9%를 기록했다.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아 53원의 순이익을 남긴 셈이다.

정치에 유실된 컨트롤 타워

여기에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국회와 정부, 정책기관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 컨트롤 타워의 부재도 여전하다. 청와대가 사태 수습을 위해 지명한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인사가 정치권의 반발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인선이 물거품이 되면서 현재의 3기 박근혜 경제팀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경제 현안은 산적해 있는데 정부가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3기 경제팀이 이런 현안을 제대로 풀어낼지도 의문이다. 경제 컨트롤타워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치적 공백이 발생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적인 부분과 대외적 상황이 맞물려 그동안 유지해왔던 경제정책이 변경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성인 홍익대(경제학) 교수는 “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라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경제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당연히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영한 성균관대(경제학) 교수는 “정국의 책임자가 누구이고 어떤 방향을 지향한다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때”라며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국정혼란기를 최소화해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가 임기 말까지 버티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라면서 “이를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시장에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계부채, 기업구조조정 등 한국경제의 ‘고질병’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상조 한성대(무역학) 교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소득부채비율(DTI)을 조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를 조정해야 한다는 정부의 인식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악화하는 부채의 질質도 고민거리다. 송종운 새사연 자문위원(경제학 박사)은 “제2금융권 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며 “이는 부실채권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계층이 저신용ㆍ서민층인 만큼 부채 상환 부담이 소비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질병 먼저 해결해야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영한 교수는 “경제 회복의 출발점은 투자에 있다”면서 “투자가 활성화돼야 고용이 늘고 이는 소비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투자는 예측 가능할 때 이뤄지는 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모든 투자가 멈춘 상황”이라며 “새로운 투자는 힘들더라도 이미 시작했고 계획했던 투자는 계속해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 등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거시적 재정확장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상조 교수는 “취약지역이나 산업의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사회 인프라의 확충 방안이 금기시되는 건 필요한 곳에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사회 인프라 확충의 부정적 인식을 털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예산이 효과 있는 곳에 낭비 없이 쓰일 수 있도록 야당이 국정운영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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