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재무설계 | 양도성예금증서의 맨얼굴

▲ CD금리가 상승하면 대출금리도 함께 높아진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1%대의 초저금리 시대. 투자처를 찾기가 마땅치 않다. 이럴 땐 양도성예금증서(CD)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기명으로 발급,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는 만큼 금리가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CD상품엔 부작용이 있다. 투자자가 몰리면 대출금리가 상승해 서민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거다.

예금증서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요구불예금증서와 정기예금증서,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이다. 가장 흔히 쓰이는 건 요구불예금증서와 정기예금증서다. 요구불예금증서는 예금주가 원할 때면 언제든 출금이 가능하지만 이자가 없거나 매우 낮다. 때문에 투자의 목적보다는 건축 청부업자가 입찰할 때 신용이 좋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공사 보증금으로 주로 쓰인다. 반면 정기예금증서는 이자가 붙는 대신 일정 기간이 지나야만 돈을 찾을 수 있다.

다소 생소한 CD가 바로 오늘 소개할 상품이다. CD(양도성예금증서ㆍCertificate of Deposit)는 말 그대로 제3자에게 양도가 가능한 예금 증명서다. CD의 가장 큰 특징은 무기명으로 발급된다는 점이다. 이는 타인에게 자유롭게 양도양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예금주의 이름이 명기돼 있는 일반적인 예금과 구분되는 부분이다.

CD는 단기 투자 목적을 위한 단기금융상품이다. 증서당 최저가는 500만원이지만 일반적으로는 1000만원짜리 예금증서와 만기 3개월짜리 상품이 주로 거래된다. CD의 가장 큰 장점은 금리가 높다는 점이다. 예금자보호를 받지 않아 예금보험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 그만큼 금리가 높게 책정되는 셈이다.

요즘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CD상품이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불입액의 상한선이 없다는 점, 무기명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 만기일에 예금증서만 있으면 누구나 예금인출이 가능하다는 점 등도 CD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단점도 뚜렷하다. 무엇보다 무기명으로 거래가 이뤄지다보니 돈세탁 및 범죄에 악용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CD를 발행해 공적자금을 횡령했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위조와 절도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더불어 단기자금으로 운용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중도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CD를 눈여겨봐야 하는 건 CD금리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CD금리만 보면 현재 서민들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고, 나아가 국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CD금리는 변동금리채권과 주가지수 선물옵션 시장의 기준금리로 활용된다. 또한 시중은행의 단기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시장금리의 기준금리로도 쓰이고 있다. CD금리만 봐도 대출의 변동금리 인상여부와 자금흐름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CD금리의 변동이 서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CD금리가 상승하면 여기에 영향을 받는 대출 금리도 덩달아 높아진다. 이는 대출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서민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앞서 언급했듯 CD상품을 범죄에 악용하거나 과도하게 투자를 확대하면 역풍을 맞는 건 서민이라는 얘기다. CD상품이 갖고 있는 이중성이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부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