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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본전 생각’은 진짜로 비합리적일까매몰비용의 효과
[222호] 2017년 01월 06일 (금) 12:52:51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사람들은 어떤 대상에 돈이나 노력, 시간 등을 투입하면 그것을 지속하려는 성향이 강하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본전’ 생각나서 포기하지 못하고 붙잡고 있다가 되레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 때, 주식투자를 할 때 특히 그렇다. 어디 이뿐이랴. 인간관계에서도 그동안 쌓아온 정 때문에 내키지 않는 관계를 이어갈 때도 있다. 그런데 그게 꼭 손해이기만 할까.


김군은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서핑하다가 쿠폰을 발견했다. A레스토랑의 5만원짜리 등심 스테이크를 3만원에 먹을 수 있는 쿠폰이었다. 김군은 웬 떡인가 싶어 6만원을 주고 쿠폰 두장을 샀다. 그리고는 신이 나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이미 친구에게 B레스토랑에서 파는 5만원짜리 안심 스테이크 쿠폰을 선물로 받은 상태.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레스토랑에 함께 갈 수 있는 시간은 내일 단 하루뿐이었다.

한 레스토랑의 쿠폰은 누군가에게 주고 나머지 한 레스토랑만 선택해야 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김군은 어느 레스토랑을 선택할까. ‘매몰비용’ 효과이론에 따르면 두 사람은 A레스토랑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쿠폰을 사는데 A레스토랑에 지불한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하기 위해 이미 지불이 끝나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매몰비용이라 한다. 사람들은 어떤 대상에 일단 돈이나 노력ㆍ시간 등을 투입하면 그것을 지속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확실하지 않은 이익을 얻기보다 확실한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욕구가 더 강해서다. 김군의 예를 보자. 그가 A레스토랑을 포기할 경우 B레스토랑의 맛있는 스테이크는 불확실한 이익이다. 하지만 이미 지불한 6만원은 확실한 손해다. 김군이 B레스토랑의 불확실한 이익을 얻기보다 A레스토랑의 확실한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이유다.

둘째, 사람들은 일단 선택한 자신의 행동을 잘못이라고 인정하기 싫어하는 자기 합리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미 선택한 행동을 바꾸기보다 태도를 바꿈으로써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거다. 그런 이유로 잘못된 걸 알면서도 무리하게 초기의 선택을 밀고 나간다. 이를 ‘매몰비용 효과’ 또는 ‘매몰비용 오류’라고 한다.

매몰비용 효과는 종종 비합리적인 선택을 유발한다. 김군의 경우 등심보다 안심스테이크를 더 좋아하거나 A레스토랑보다 B레스토랑이 더 고급일 수 있지만 이미 지불한 비용 6만원이 아까워 A레스토랑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주식시장에서도 매몰비용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여러 정황상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매입한 가격, 소위 ‘본전 생각’ 때문에 처분을 미루다가 더 큰 손실을 입는 게 대표적인 예다. 어느 회사에서는 소비자의 매몰비용 회피 심리를 이용하기 위해 우수고객 초대행사 티켓을 사전에 온라인에서 1000원에 팔았다. 이론상으로 매몰비용이 불과 1000원이었음에도 우수고객 행사를 무료로 진행할 때보다 고객의 참석률이 훨씬 더 높았다고 한다.

매몰비용 효과는 인간관계에도 적용된다. 서로 좋아하지 않지만 흔히 하는 말로 ‘정 때문에’ 관계를 끊지 못하고 지속하는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비용만을 고려할 때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많은 선택과 행위들을 우리가 정말 비합리적이라거나 오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이 오히려 비경제학 분야에서 합리적인 행위일 수도 있진 않을까.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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