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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의 탐욕, 그 무서운 ‘고질병’냉정하게 본 경제민주화 한계論
[223호] 2017년 01월 10일 (화) 06:10:57
정승일 새사연 연구이사 sijeongll@naver.com

“경제민주화 공약 다 어디로 갔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말부터 꺼낸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가 ‘경제민주화’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제민주화는 만병통치약일까. 냉정하게 말하면 그렇지 않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자금을 계획대로 모아도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 대한민국엔 ‘경제민주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 지금 논의되는 경제민주화 방안보다 더 강력한 정책이 있어야 소득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소득 불평등. 오늘날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중요한 핵심어다. ‘헬조선’ ‘수저계급론’ ‘N포세대’ 등 요즘 청년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역시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다. 소득 불평등은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위기의 한 축임에 틀림없다. 중산층이 붕괴되고 국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내수경기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콘셉트가 있다. ‘경제민주화’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는 여ㆍ야를 가리지 않고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삼았다. 이 단어는 헌법 제119조 2항에서 유래했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상위 1%에만 과도하게 집중된 경제력을 분산하고 과실이 골고루 퍼질 수 있는 균형 잡힌 경제를 만들자는 얘기다.

정치권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들도 활발하게 풀어놨다.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척결, 이익공유제, 성과공유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이 대표적이다. 내용은 각각 다르지만 꿰뚫는 핵심은 ‘대기업ㆍ중소기업의 동반 성장’ 하나다. 그간 우리나라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기회를 빼앗아 부를 축적한다는 비판을 많이 들어왔다. 소득 불평등이 발생한 배경에 ‘대기업의 끝없는 탐욕’이 있다는 지적도 많다. 경제민주화 정책 대부분이 대기업의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다. 공정한 ‘게임 규칙’ 만들어 대기업의 시장 장악을 막자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정치권이 염원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이 실현되면 우리 경제의 고질병 ‘소득 불평등’이 사라질까. 이 호기심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동반성장 정책의 경제적 효과를 따져봐야 하는데, 그 첫번째 힌트를 장하성 고려대(경영대학원) 교수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저서에서 얻을 수 있었다.

경제민주화가 만능 해결책일까

이 책은 동반성장 정책을 실현하면 7조6000억원이 중소기업 몫으로 떨어진다고 계산했다. 7조6000억원은 제조업ㆍ중소기업 노동자들의 2013년 임금 총액 71조5000억원의 10%에 해당한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경제민주화가 실현되면 중소기업 노동자 10%의 임금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중소기업 노동자만 소득 불평등을 겪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비정규직의 소득 불평등도 해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를 600만명으로 상정하고, 이들의 평균 소득을 월 150만원으로 가정해보자. 이들의 월 소득을 중소기업 정규직 수준인 월 300만원으로 높이는 데 필요한 연간 비용은 단순 계산으로도 110조원이 넘는다.

반면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얻을 수 있는 금액은 10조원이 채 안 된다. 더구나 이 금액이 모두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에 쓰인다고 볼 수도 없다. 경제민주화를 명목으로 마련한 돈은 고스란히 사업주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믿지 못하겠는가.

그렇다면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자. 한국은행은 매년 노동소득분배율을 발표한다. 노동소득분배율이란 국민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국가 전체의 소득 중에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말한다. 한은이 집계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피용자보수(임금)와 영업잉여(자본소득)의 총액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산출된다. 예컨대 임금이 100원, 영업잉여가 50원이면 노동소득분배율은 66.6%[임금 100원÷(임금 100원+영업잉여 50원)×100]다.

이렇게 계산한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2007~2015년 60~63%대를 맴돌았다. 반면 스웨덴의 노동소득분배율은 30년 평균 75%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모델로 꼽히는 독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값인 70%다.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이 OECD 평균치를 한참 밑돈다는 얘기다. 반대로 말하면 사업주로 가는 돈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경제민주화 정책만으론 소득 불평등을 해결하기 힘들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경제민주화의 새로운 프레임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30년 앞 내다본 정책 수립해야

그게 뭘까. 필자는 더 대담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 우리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려면 못해도 100조원의 액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100조원의 근로소득이 새롭게 분배되는 세상은 꿈꿀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을 새롭게 조직해야 하고 법을 뜯어 고쳐야 한다. 사업주와 경영자도 탐욕을 버리고 거대한 전환에 협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집권 세력이 30년은 족히 필요할 이 비전을 꼼꼼히 기획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삶이 바뀐다.
정승일 새사연 연구이사 sijeongll@naver.com | 더스쿠프
정리 :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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