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박사에게 ‘스마트폰 수리’ 맡기다
세탁기 박사에게 ‘스마트폰 수리’ 맡기다
  • 성태원 대기자
  • 호수 224
  • 승인 2017.01.1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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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조성진(61)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12월 1일 단독 CEO로 승진한 이래 ‘LG전자 구하기’에 눈코 뜰 새가 없다. 회사 전체 현황 파악하랴, 신년사 발표하랴, 미국 가전전시회(CES) 둘러보랴 무척 바쁘다. 무엇보다 대규모 적자로 LG전자 발목을 잡고 있는 모바일(MC) 사업의 흑자 전환에 골몰하고 있다. ‘세탁기 박사’ ‘고졸 신화의 주인공’ 등으로 유명한 그가 구원투수 역할도 잘 해낼지 궁금하다.

▲ 조성진 부회장(맨 왼쪽)은 “스마트폰 사업은 실적이 나쁘다고 당장 그만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LG전자 구하기’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2월초 부회장 승진ㆍ발탁과 함께 단독 CEO가 된 이래 회사 전반에 걸친 현황 파악과 향후 경영 방향을 잡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는 지난 6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7’에서 경영에 임하는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부회장 승진 후 한달 이상 다듬은 생각을 현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셈이다. 

그는 시장에서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존폐론이 일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스마트폰 사업은 당장 실적이 나쁘다고 포기할 사업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나아가 “반드시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를 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가전 복합화와 스마트화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이 다가오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가전제품과 로봇 등을 사람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에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난히 현장을 중시해온 그는 모바일 사업 회생을 위해 “MC사업본부에 좀 더 자주 가서 내 경험이나 역량을 풀어놓을 생각”이라며 “한달에 3~4일 정도는 아예 MC에 가서 근무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제품의 본질을 중심으로 성공 모델을 만들면 스마트폰에서도 ‘이기는 문화’가 살아날 것”이라며 “지난해 수익 창출이 가능한 방향으로 구조를 많이 바꾼 만큼 내년에는 스마트폰에서도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말도 했다. 앞으로 속도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춰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LG전자는 2월 말 스페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G6’를 공개하고 3월 초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의 빈틈을 파고들어 MC사업 회생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또 “1등 DNA를 LG전자 전 사업에 이식해 LG 브랜드를 일등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다짐도 했다. 자신이 주도했던 세탁기가 월풀을 능가하며 세계 1위 제품으로 군림하고 있는 만큼 그런 경험을 십분 살리겠다는 뜻이다. 고졸 출신으로 1976년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했던 그는 세탁기만 37년 파고든 끝에 ‘세탁기 박사’ ‘가전 장인’이란 명성을 얻었다. ‘고졸 신화 창출’의 주인공이란 말도 들었다. 도자기 가업을 이으라는 부친의 말에 요업과로 간다며 용산공고 기계과로 진학한 그의 일화는 유명하다. 세탁기 기술 개발을 위해 1990년대까지 일본을 150번 이상 드나들 정도로 기술에 대한 집념이 강했다.

지난 2일 시무식에서는 3대 중점 추진 과제로 ▲수익성에 기반한 ‘성장(Profitable Growth)’ ▲경영의 큰 축으로서 ‘품질’과 ‘안전’ ▲이기는 조직문화(Winning Spirit) 내재화ㆍ스마트워킹 문화 정착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전공분야였던 H&A(홈 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 외에도 HE(홈 엔터테인먼트)사업,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사업, VC(비이클 컴포넌츠)사업 등도 책임지고 해야 하므로 챙겨야 할 사업 범위가 전보다 훨씬 넓고 복잡해졌다.

가전 장인 “LG브랜드를 일등 브랜드로”

조 부회장의 경영활동을 이해하기 위해선 LG전자의 내용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LG그룹 주력계열사의 하나인 LG전자는 LG그룹이 애지중지하는 ‘가전 명가’다. 4개 사업본부가 평판 디스플레이ㆍ오디오 비디오 기기ㆍPC(HE본부), 냉장고ㆍ세탁기ㆍ청소기ㆍ정수기ㆍ에어컨ㆍ공기청정기ㆍ가습기(H&A본부), 스마트폰ㆍ웨어러블ㆍ태블릿ㆍ모바일 액세서리(MC본부), 첨단 자동차부품(VC본부) 등을 생산ㆍ판매한다. 조금의 기복은 있지만 국내외서 대개 연간 56조원 안팎(연결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굴지의 전자업체다. 4대 사업부별 매출(2015년 기준)은 HE 17조3975억원(구성비 30.7%), H&A 16조5312억원(29.3%), MC 14조3995억원(25.5%), VC 1조8323억원(3.2%), 기타(11.3%) 등으로 돼 있다.

또한 연 매출의 25% 정도(2015년 14조3111억원)는 국내에서 일어나고 나머지 75%는 북미(29%), 아시아(10.4%), 유럽(10.3%),중남미(7.6%), 중동 및 아프리카(8.3%), 중국(5.7%) 등 해외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 128여개의 사업장에서 8만3000여명(국내 3만8000ㆍ해외 4만5000명)의 종업원들이 일하고 있다. 1958년 10월 ‘금성사’란 이름으로 출발해 지난 60년 동안 최초 국산 라디오 개발(1959년), 국내 최초 흑백TV 생산(1966년) 등 숱한 역사를 만들어 내며 가전 명가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최근 LG전자의 경영전선에 빨간 불이 켜지자 그룹 측은 각자대표 3인 중 조 부회장을 단독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시켰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게 인사 배경이었다. 더 이상 LG전자의 사업부진이 그룹 전체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특히 MC 사업의 실적 악화로 해당 사업의 존폐까지 거론되는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 것 같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1.5% 늘어난 14조7819억원의 매출(잠정치)을 올렸으나 353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분기 실적 적자 전환은 지난 2010년 4분기 이후 6년(24분기) 만이었다.
적자 전환의 주요 원인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MC사업본부가 4분기에 4000억원을 웃도는 대규모 영업 손실을 기록한 게 꼽혔다. 모바일 사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시장 관계자들은 지난해 MC사업본부의 영업손실 규모가 1조2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내다본다.

LG전자 구원투수, MC사업 급한 불 끌까

지난해 전략 스마트폰 기종인 ‘G5’가 실패하면서 재고 및 원가 부담이 늘어난 데다 조직 재편과 홍보 등에 들였던 비용을 손익에 반영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상당수 시장 관계자들이 올해도 LG전자 MC사업본부의 흑자 전환 가능성을 그리 높지 않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부회장 승진 직후 그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CEO를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학력보다 열정과 치열함, 1등 제품만이 사업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그의 직장관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그룹 차원의 ‘LG전자 구하기’ 특명에 자신의 40년 회사 경험을 몽땅 쏟아놓으려는 그의 향후 경영솜씨가 기대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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