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김상조號의 현안들

문재인 정부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재벌 저격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 내정한 건 그 신호탄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수행할 날카로운 칼이 될지는 의문이다. 공정위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수두룩해서다.

▲ 새정부가 재벌개혁을 위한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사진=뉴시스]

설이 현실이 됐다. ‘재벌 저격수’ 김상조 한성대(무역학) 교수가 새 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됐다. ‘설마’하던 일이 구체화하자 기업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개혁의 심판대에 오른 ‘4대 재벌’은 특히 그렇다. 김상조 내정자가 “대기업 중 4대 재벌을 더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 기업의 반발로 해체된 조사국을 ‘기업집단국’으로 부활해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겠다”는 플랜도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학자 출신인 그가 생각대로 재벌을 개혁할 수 있느냐다. 재벌개혁 전에 공정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가 경제검찰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문제다. 제윤경(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최근 5년간 과징금 조정 현황’에 따르면 2012~2016년 8월 공정위가 법률 위반업체에 부과한 과장금은 총 8조4990억원에 달했지만 징수한 금액은 3조7544억원에 불과했다. 공정위가 총 과징금의 절반이 넘는 4조7466억원을 감면해줬기 때문이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개혁의 첨병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쌓인 문제점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사진=뉴시스]

같은 기간 하도급법 위반 업체의 과징금 감면율은 87%에 달했다. 2014년과 2015년 감면율은 각각 97%, 95%로 정점을 찍었다. 그렇게 두들겨 맞았음에도 ‘솜방망이 처벌’ 관행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공정위의 재벌 봐주기 관행도 뿌리 뽑아야 할 구태다. 공정위가 2011년 대기업집단 위장계열사 72곳을 적발하고도 총수를 고발조치를 위한 건 1건에 불과했다.

전문성 부족도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과징금 환급액이 증가하고 있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대한민국 재정 2017’ 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해 기업에 되돌려준 과징금 환급액은 330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공정위가 징수한 과징금 총액이 707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 넘는 과징금을 토해낸 셈이다. 과징금 환급액은 과징금을 납부한 기업이 공정위의 행정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해서 이겼을 때 공정위로부터 돌려받는 돈이다. 과징금 환급액이 증가하는 건 쉽게 말해 공정위의 처분이 부정확했다는 방증이다.

김상조의 공정위 새 목표

문제는 과징금 환급금의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2년 130억원에 불과했던 공정위의 과징금 환급금은 2013년 302억원, 2014년 2518억원, 2015년 3572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과징금 환급금이 5년 사이 25배나 늘어난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공정위의 행정처분 소송 승소율은 2014년 80.3%에서 지난해 77.3%로 3%포인트 하락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과징금을 대폭 깎아 준 남양유업 소송이 전문성의 한계가 들어난 대표적인 사례”라며 “전문성과 함께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기대만큼 실망이 클 수는 있지만 대기업을 비호하는 불공정거래위원회라는 오명을 벗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내부통제 문제도 심각하다. 사건 늑장처리, 낙하산 논란, 유명무실한 자문기구 운영 등이 비판을 받고 있어서다. 김해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해 동안 공정위 실무자가 기업을 회원사로 둔 경제단체에서 총 91회 강의를 하고 2336만원의 강의료를 받았다. 강의료의 절반에 해당하는 1318만원은 원고료와 여비 명목으로 따로 받았다. 4일에 한번꼴로 기업단체를 찾아 강의를 하고 친분을 쌓았다는 얘기다.

공정위의 내부통제가 이렇게 허술한 건 2014년 설립한 민간심사위원회가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는 2014년 이후 심사관 전결로 처리한 사건 9554건 중 달랑 5건만 심사했다. 사건 처리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면서 만든 위원회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정위가 해결해야 할 현안은 수없이 많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대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적폐부터 먼저 뿌리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 내정자의 또다른 과제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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