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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부지 동상이몽, 참 비싸네 vs 더 비싸게금싸라기 땅 둘러싼 LH vs 건설업계 고민
[243호] 2017년 06월 16일 (금) 08:22:27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좋은 물건이 시장에 나왔다. 그런데 건설업계는 망설이면서 계산기를 두드린다.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을 노릴 수 있지만, 변수가 만만찮다. 땅 주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반대로 주판알을 튕긴다. 비싸게 받지 않으면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유엔사 부지를 매물로 내놨지만, 건설업계도 공사도 고민이 많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건설업계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분주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5월 11일 주한미군 주둔지로 사용되던 유엔사 부지(이태원동 22-34 일원)를 매각한다고 공식 발표한 이후부터 눈독을 들이는 건설사와 개발업자들이 많아서다.

유엔사 부지와 같은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크기부터가 어마어마하다. 총 면적은 5만1762㎡(약 1만5658평), 무상공급 면적(공원ㆍ녹지ㆍ도로 등)을 제외한 공급면적만 4만4935㎡(약 1만3592평)에 달한다. 고도와 연면적에 제한이 있지만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오피스, 판매시설, 호텔 등 웬만한 건축물은 다 지을 수 있다. 게다가 남산 2~3호 터널과 반포대교를 잇는 지역에 있고, 용산공원과도 접해 있어 입지조건이 좋다. 강남~판교~광교를 잇는 신분당선이 용산역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프리미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그야말로 노른자다.

하지만 벌써부터 매각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매각자인 LH공사와 건설업계의 입장이 크게 달라서다. 건설업계는 만만찮은 가격에 고심하고 있다. 유엔사 부지는 최고가 낙찰방식이고, LH공사가 제시한 최저가격은 8031억원이다. 노른자 땅을 서로 갖겠다고 나서면 경쟁이 과열되면서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

자칫 개발이익을 남기기는커녕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사 부지에도 단점은 있어서다. 유엔사 부지에는 해발 90m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남산 조망권을 해치지 않도록 고도를 제한했기 때문인데, 요즘 아파트 층고가 2.6~3m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계산상 건물을 아무리 높게 지어도 30층을 넘길 수 없다. 게다가 85㎡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는 지을 수 없고, 전체 건축물 면적은 지상 연면적의 40%를 넘겨서는 안 된다. 건설사로선 그만큼 손해다.

초기 자금 부담도 만만찮다. 입찰신청서 제출마감일인 26일까지 입찰금액의 5% 이상을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최저 가격으로만 따져도 401억원이다. 계약체결일은 30일, 계약금은 매매대금의 10%다. 결국 낙찰을 받으면 최소 803억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추후 매각 금액이 올라갈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대형건설사(혹은 컨소시엄)에 한정될 공산이 크다.
현대건설이 유엔사 부지 매수자로 거론되는 이유다. 특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4년 삼성동 한전 부지를 10조원에 매입한 선례도 있다. 알짜배기 땅인 만큼 계열사인 현대건설을 통해 한번 더 베팅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다. 

현대건설도 “신중하게 검토할 것”

현대건설 관계자는 “입지가 매우 좋은 땅이어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타산이 맞지 않거나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되면 무리수를 두면서 매수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삼성동 한전 부지는 당시 그룹이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땅이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매입했다”면서 “하지만 유엔사 부지는 반드시 필요한 땅이라고 볼 수도 없고, 과거 한전 부지 매입으로 논란에 휩싸인 경험도 있어서 그때와 지금은 입장이 많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맏형 격인 현대건설이 이럴진대 다른 업체들의 사정도 뻔하다. 매입자가 될 대형건설사가 ‘승자의 저주’에 걸릴 경우엔 국내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매각사인 LH공사의 입장도 복잡하다. 유엔사 부지는 현재 LH공사 소유의 땅이다. 매각 대금도 LH공사의 통장으로 입금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땅은 엄밀히 말해 국유지다. 따라서 ‘공공의 이익’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LH공사로선 최대한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경민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는 “일부에선 이 부지에 공원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용산공원이 인접해 있는 만큼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LH공사가 공익을 생각한다면 정말 비싸게 팔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히 나중에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거다. 건설업계에서 가격이 비싸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 같은데, 지대 상승 요인이 많기 때문에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다. 엄살에 불과하다. 개발자가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 좋은 땅을 싸게 사서 땅 장사를 할 것 같으면 누가 못하겠나. 그런 걸 개발자들이 하는 거다.”

현재 LH공사가 책정한 최저 가격 기준으로 유엔사 부지는 3.3㎡(약 1평)당 5909만여원이다. 인근 아파트와 상가 주변이 약 4000만~5000만원이고, 유엔사 부지에 큰 계획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교수의 주장처럼 비싸 보이지도 않는다.

매각 대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도 관건이다. LH공사 관계자는 “매각 대금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쓸지에 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면서 “다만 LH공사의 사업 자체가 공공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어떤 사업에 쓰더라도 공익성이 없는 곳에 쓰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임대주택 건설이나 부채를 갚는 데 쓸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매각 무조건 서두르면 안 돼

관건은 건설업계와 LH공사 측이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느냐다. 일부에선 “임대를 고려해보는 것도 방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태경 토지정의연대 사무처장은 “유엔사 부지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가격을 맞출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유찰이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말을 이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임대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임대료를 받으면 지속적이고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고, 가치를 더 올려 잘라서 매각할 수도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유찰된다고 해도 가격을 조정하면서까지 매각을 고수할 필요는 없으니 당장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절대 서두르지 말라는 얘기다. LH공사가 귀 기울여야 할 조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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