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 뚜렷한 시장에 맡겼으니 쯧쯧
갑을 뚜렷한 시장에 맡겼으니 쯧쯧
  • 고준영 기자
  • 호수 245
  • 승인 2017.06.3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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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업체가 수리비 제대로 못받는 이유

보험사가 정비업체에 지불하는 정비요금은 누가 책정할까. 현재는 보험사와 그 보험사의 출자사인 손해사정사가 결정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심지어 보험사에게 정비요금 결정권을 준 건 다름 아닌 국토부다. 자율경쟁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 결정을 핑계로, 보험사에 칼자루를 쥐어준 격이다.

▲ 국토부는 2010년을 마지막으로 자동차보험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6조에 따라 보험회사 등과 정비업자 간의 정비요금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조사ㆍ연구한 자동차 보험 적정 정비요금(시간당 공임)을 공표한다.” 2010년 6월 19일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가 자동차보험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하면서 이와 같이 공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앞의 설명처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는 국토부가 자동차보험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게 명시돼 있다.

정비요금은 자동차 부품비 등을 제외한 정비사 노동의 대가로 지불하는 인건비 개념이다. 정비업체가 자동차를 정비하고 손해사정사가 손해액, 정비요금 등이 포함된 총 요금을 산정하면 보험사가 정비업체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적정 정비요금 기준안을 통해 시간당 공임의 최저~최고수준의 범위부터 차종별ㆍ교체부품별 정비소요시간까지 공표했다.

사실 국토부가 공표한 정비요금은 구속력이 없다. 보험사와 정비업체가 무조건 따라야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은 제3자(국토부)가 내놓은 기준안이라는 점에서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만한 근거인 건 분명한 셈이다. 실제로 그동안 보험사는 국토부가 제시한 기준안을 근거로 정비요금을 산정해왔다.

하지만 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 국토부는 더 이상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하지 않았다. 아울러 2012년 6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국토부의 자동차보험 적정 정비요금 공표 의무는 폐지됐다.
 
시장에 넘어간 가격 통제권

그렇다면 갑작스레 국토부의 공표 의무가 사라진 건 왜일까. 국토부의 대답은 간단하다. 가격결정권은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율경쟁을 통해 시장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를 관리ㆍ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금융감독원의 관계자도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반하는 행위이자 월권”이라면서 “그 어떤 부처도 직접적으로 가격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동조했다.

문제는 국토부가 정비요금을 시장에 맡긴 이후로 정비업체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화재와 지정정비업체 간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원인은 정비요금. 삼성화재가 자기 입맛대로 정비요금을 불합리하게 산정하는 탓에 정비업체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자동차보험 정비요금을 시장경제에 맡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이유에서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시장경제 논리가 성립하려면 이해관계자가 서로 동등한 관계에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보험사와 정비업체는 갑을관계가 전제돼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계약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정비요금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인데, 보험사 갑질이 더 수월해지면서 정비업체만 골머리를 앓게 된 셈”이라면서 “국토부가 보험사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고 덧붙였다.
 
갑을관계 안에서 합리적 의사결정?

이런 맥락에서 국토부가 꺼내든 또다른 방안은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협의체다. 협의체를 구성, 보험정보협의회를 개최하고 외부 용역을 뽑아 적정 정비요금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별다른 효과를 못 볼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과거 수차례 협의체를 만들어 합의점을 찾으려 한 적이 있지만 제대로 성과를 이룬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면서 말을 이었다.

“자동차산업관계연구원 등 외부 용역을 통해 실제 적정 정비요금 수준을 산정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보험사가 예상보다 정비요금이 높게 나왔는지 용역기관에 문제가 있다면서 연구 결과에 반대한 바 있다.”

무슨 의도가 있었던 간에 자동차보험 적정 정비요금을 시장경제에 맡기겠다는 국토부의 판단은 실패한 셈이다. 인천에서부터 제주도까지 정비업체들이 들고 일어 섰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김필수 교수는 “정책이 실패했다는 게 드러난 이상 국토부는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적정 정비요금은 수평관계에서 협의가 이뤄지거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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