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의 권력자 新주민] “공유지? 그래도 마을버스 통과 안 돼”
[아현의 권력자 新주민] “공유지? 그래도 마을버스 통과 안 돼”
  • 강서구 기자
  • 호수 248
  • 승인 2017.07.19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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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민원제기 괜찮나

30년 넘게 이어져온 아현동 포차거리가 새로운 입주민이 들어온 지 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새로 세워진 아파트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가 동네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상한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동네 주민의 발 ‘마을버스’는 이 아파트 단지를 관통하지 못한다. 신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길이 마포구청의 땅이라는 점이다.

▲ 아현동 아파트 입주민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민원 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서울시 마포구 아현초등학교 후문 굴레방로의 풍경은 최근 몇년새 크게 바뀌었다. 낡은 다세대 주택과 다가구주택이 즐비했던 언덕길에는 3800여세대의 대단지 고급아파트가 들어섰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아현동 ‘달동네’로 불리던 곳이 강북지역의 새로운 부촌富村으로 떠올랐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자 지역 상권에도 활력이 전달될 거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아현동 굴레방로에 자리 잡고 있던 26곳의 노점과 17곳의 포장마차 상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014년 입주가 시작되면서 그런 기대는 삶을 흔드는 위협으로 돌아왔다. 새롭게 아파트에 입주한 신新주민들이 불법 노점을 없애라고 마포구청에 민원을 넣으면서 ‘무언의 시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포장마차들이 거리의 미관을 망친다는 이유였다. 이후엔 초등학교 학생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민원이 덧붙여졌다. 그래도 성이 안 찼는지 ‘도로가 비좁아 차가 막힌다’ ‘보행자가 위험할 수 있다’는 불만사항이 첨가됐다. 급기야 지난해 1월엔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까지 열렸다.

굴레방로에서 야채ㆍ과일 노점을 운영하는 김영하(59ㆍ가명)씨는 “아파트 입주가 완료되고 아파트 부녀회, 입주자대표회의가 만들어지면서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아무 말이 없던 구청도 입주민의 민원이 제기되면서 단속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 영업을 하다 이곳은 단속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이주했다”며 “아파트 입주민이 민원을 제기한다고 해서 갑자기 가게를 비워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한 2015년 초만 해도 “이러다 말겠지”라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2015년 4월 마포구청으로부터 경고장이 날아왔다. “포장마차 운영으로 발생하는 지역주민의 불편과 사고 위험으로 제기된 민원만 100건이 넘는다. 학교 앞 주류판매를 금지한다. 5월 중순까지 영업장을 이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 여기에 계도기간이 끝나면 과태료 부과, 물품수거, 형사 고발 등의 행정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더해졌다.

민원에 거리로 내몰린 노점

상인들은 과태료를 부과하며 영업을 계속했지만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다. 아파트 주민의 민원을 못 이긴 마포구청이 지난해 1월 6월말까지 자진 퇴거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4ㆍ13 총선에서 출마한 지역구 의원이 포장마차 철거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포장마차 상인은 삶의 터전을 내줘야 했다.

아현동 주민 2만8226명(2016년 1월 기준) 중 1만2000여명이 아파트 주민이어서 노점과 포장마차 상인보단 주민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사이 17곳이던 포장마차는 6곳으로 줄었고, 마지막까지 버티던 포장마차는 지난해 8월 행정대집행을 당하면서 모두 철거됐다.

아파트 주민의 반대로 마을버스 운행도 무산됐다. 지난해 3월 아파트 주민이 단지 내 마을버스 운행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만해도 마포 04번 버스가 아현동 일대를 누비고 다녔다. 하지만 아현뉴타운 개발이 진행된 2009년 2월 운행이 중단됐다. 이후 입주가 한창이던 2015년 1월 마을버스 재운행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주민들은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마포구 전자민원 창구는 물론 마포구의회 홈페이지에도 마을버스 운행을 반대하는 민원이 제기됐다. 아파트주민은 버스 운행으로 발생하는 매연과 소음으로 단지 내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아파트 주민은 마을버스가 없어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고, 마을버스 운행으로 안전문제는 물론 아파트 가치가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마을버스 재운행 계획이 발표된 이후 이를 반대하는 아파트 주민이 크게 증가했다”며 “결국 마을버스 운행 계획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를 지나지 않은 마을버스 운행에 민원을 제기하는 일까지 반복되고 있다”면서 “아현고가차도 철거로 대체할 노선이 없어 운행을 중단하기 어려운데도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단지 밖 마을버스에도 민원

문제는 아파트를 관통하는 도로가 아파트 주민의 사유지가 아닌 마포구청이 관리하는 공용도로라는 점이다. 관리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도 구청이다. 아파트 주민의 민원에 구청이 백기를 든 셈이다.

아파트 주민 최인영(42ㆍ가명)씨는 “마을버스 운행을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워낙 반대하는 주민이 많았다”며 “학원 셔틀버스, 택배 화물차량 등이 자유롭게 다니는 상황에서 마을버스 운행만 반대하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발생해 아파트 입주민과 기존 주민 사이의 갈등이 커지는 것 같다”면서 “오히려 아파트의 이미지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30년 넘게 유지된 아현동 굴레방로의 모습은 신주민이 입주한지 3년 만에 크게 변했다. 마포구청의 얘기대로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기존 공동체를 무시하고 공존을 거부하는 변화는 갈등을 조장할 공산이 크다. 아현동 굴레방로의 상전벽해가 반갑지 않은 이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a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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