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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없는 개살구면 어쩌나SK하이닉스과 최태원의 도시바 리스크
[258호] 2017년 10월 02일 (월) 08:17:08
고준영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가 결정됐다. 하지만 축포를 쏘기엔 과제가 너무 많다. [사진=뉴시스]
말 많고 탈 많던 도시바메모리의 매각이 결정됐다. 승자는 SK하이닉스, 애플, 베인캐피탈 등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던 SK하이닉스의 꿈이 무르익었다는 거다. 하지만 약점과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부족한 지분율 탓에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다는 건 가장 큰 약점이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한 효과는 얼마나 될까. 올해 반도체 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였던 도시바메모리 매각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런 의문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쉽게 말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는 데 성공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거다.

일단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 과정은 순조롭다. 도시바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웨스턴디지털(WD)이 제기한 매각 중지 등 변수가 적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인수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도시바가 이번에도 메모리 사업부를 매각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경우의 수를 맞이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발걸음 역시 경쾌하다.

지난 9월 27일 SK하이닉스는 이사회를 열어 도시바메모리 투자건을 의결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거다. 그럼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계약 조건이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낸드메모리 원천기술과 생산시설 등을 활용하려면 경영권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나눠가질 한미일 연합, 도시바, 호야(일본 광학기기 제조사)의 지분율이 각각 49.9%, 40.2%, 9.9%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일 연합이 단독으로 보유한 지분율이 절반을 넘지 못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을 거라는 얘기다.

SK하이닉스가 당장 도시바메모리의 지분을 얻지 못할 공산도 크다.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금액인 20조원가량 중 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4조원 중 2조7000여억원은 베인캐피탈이 조성할 펀드에 출자한다. 나머지 1조3000억원가량은 전환사채 형식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로선 도시바메모리에 직접 투자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당연히 지분도 확보할 수 없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전환사채에 투자한 자금을 도시바메모리의 지분 15%로 전환하기 위해 (도시바 측과)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반론도 많다. 업계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한미일 연합에 참여한 다른 기업들과 달리 SK하이닉스는 도시바와 동일 업종 기업인 만큼 기술 유출을 우려해 지분 취득을 통한 경영 참여가 지속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실질적 이득이 없더라도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선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일이다”는 SK하이닉스의 주장에도 평가가 갈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로선 중국기업 등 경쟁사들에 도시바메모리가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투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시바메모리 뜨거운 감자 될까

다시 첫 질문을 풀어보자.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메모리를 최종 인수하면 삼성전자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에 유리한 계약조건이 아닌 만큼 반도체 시장에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유일한 변수는 한미일 연합에 애플이 새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남대종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원천기술와 생산설비를 확보해도 삼성전자엔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면서 “이미 두 기업의 기술격차가 1년가량 벌어진데다 삼성전자도 설비 증설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의 경우 수요가 늘고 있는 낸드메모리를 안정적인 가격에 공급받기 위해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로부터 받는 물량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낸드메모리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면 삼성전자의 매출에도 타격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시바메모리 지분 투자를 통해 성장성이 큰 낸드플래시 분야의 사업과 기술적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우위를 확보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뛰어든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야심찬 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까. 미래를 알 순 없지만 변수도, 리스크도 많다. SK하이닉스와 최태원 SK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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