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정치 리스크 키우지 않아야
[양재찬의 프리즘] 정치 리스크 키우지 않아야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259
  • 승인 2017.10.16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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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 이후 첫 국정감사
▲ 이번 국정감사는 촛불혁명 이후 첫 국감이다. 여야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벗어나 국민만을 위한 국감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뉴시스]

올해 국정감사는 두개 행정부를 대상으로 한다. 촛불혁명과 탄핵 정국에 이은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정부가 아직 반년이 안 돼 감사 대상이 과거 정부와 현 정부에 걸쳐 있다. 그래서인지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는 정부를 여당이 싸고도는 천편일률적 모습은 아니다.

일부 과거 정권 사안에 대해선 여당이 더 거세게 공격하고, 정부도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런가하면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머뭇거리는 게 일반적이던 정부가 스스로 공개하고 나선 이슈에 대해 야당이 적당히 넘어가려 든다. 쟁점 사안에 따라 감사 대상인 정부와 여야 간에 네 편, 내 편 구별이 혼란스러운 현상도 빚고 있다.

이는 과거 집권당과 현 집권당의 국정감사 전략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정보기관의 선거 개입과 민간인 댓글 공작 등 박근혜ㆍ이명박 정부의 국정농단 사례를 들춰내 적폐청산의 추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 무능 등 5대 ‘신新적폐’를 심판하는 한편 과거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실정까지 거론할 태세다.

서로 상대방을 적폐로 지목하며 대립하면 소모적인 정치 공방만 남고, 국민 대의기관의 행정부 감시라는 국감의 본질은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과거 적폐에 대한 청산은 촛불혁명이 부여한 과제다. 그렇다고 지금 적폐 청산에만 올인하기에는 외교안보와 경제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웠지만 현실은 운전대조차 잡지 못한 모습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막말 싸움에 이어 미국의 군사 옵션을 통한 해결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문 대통령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안보 무기력을 자인했다.

이런 판에 미국으로부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압박을, 중국으로부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보복을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대비만으로도 바쁜 길에 탈원전, 증세,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가격 급등, 가계부채 문제, 산업 구조조정 등 걸림돌이 즐비하다. 국감이 적폐 공방에만 몰두하지 않고 안보와 민생, 경제를 살펴야 마땅한 배경이다. 가뜩이나 안보ㆍ경제 리스크가 큰 판에 국감장에서까지 정치 리스크를 키우진 않아야 한다.

국감은 행정부의 정책 결정과 예산 운용 등 권한 행사가 적법ㆍ적절했는지 국회가 검토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국감 대상은 경쟁 정당이 아니라 행정부다. 이를 망각한 채 여야간 정치 갈등을 국감장으로 끌어들여선 안 된다. 상대 정치세력을 흠집 내기 위한 기회로 삼아 무더기 증인 신청, 아니면 말고식 폭로전, 피감기관에 면박 주고 호통 치기 등의 보여주기 정치쇼에 머물러선 안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감만은 정치적 계산과 당리당략을 벗어나 국민을 바라보고 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정부로선 국회의 지적과 합리적 대안을 수용해 국정운영 방식을 바꾸고 제도 개선을 꾀하고. 여당도 정부의 문제점을 캐물을 수 있어야 한다. 여당의 건설적인 비판은 행정부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여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여야 간 신뢰를 쌓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상을 밝히자며 시민들이 촛불을 들기 시작한지 1년이 돼간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나. 촛불혁명의 또 다른 축이었던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태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농성 현장에서 부른 노래는 민중가요가 아닌 걸 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였다.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마. 눈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정치권과 정부는 이번 국정감사가 국민들이 한겨울 추위를 견디며 이뤄낸 촛불혁명 이후 첫 국감이란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국민들이 다시 밝힌 촛불이 여의도를 향할지 모른다. 정녕 우리는 환골탈태한 정치의 다른 세계를 만나기가 그리 어려운가.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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