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포도밭 파수꾼 된 사연
AI가 포도밭 파수꾼 된 사연
  • 김다린 기자
  • 호수 263
  • 승인 2017.11.16 0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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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특약 | 通通 테크라이프 ❽ E&J 갈로의 혁신

세계 최대 와인농장을 보유한 E&J 갈로. 80년여 포도밭을 가꿨지만 이들에게도 난제는 있었다. 물의 조절이었다. 나무마다 물을 흡수하는 양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많은 포도나무를 선별해가면서 물을 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손도, 비용도 문제였다. 그런데 E&J 갈로는 최근 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다. 인공지능(AI) 덕분이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IBM이 AI가 포도밭 파수꾼이 된 사연을 취재했다.

▲ 미국 와인업체 E&J 갈로는 IBM 왓슨을 활용해 질 좋은 포도를 얻을 수 있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와인의 깊은 맛과 향을 결정하는 게 ‘포도’라는 걸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와인 생산업자들이 좋은 와인을 찾기 위해 땀을 쏟는 이유다. 와인 라벨에 굳이 포도 재배 산지와 포도밭의 이름을 적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질 좋은 포도는 그냥 얻을 수 없다는 점. 좋은 산도와 당도, 그리고 풍부한 향을 갖춘 포도가 되기 위한 조건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가령 날씨가 더워서 포도가 빨리 익으면 당도는 충분할지 모르지만 산도와 향은 줄어든다. 반대로 너무 서늘하면 산도만 높아지고 당도와 향이 부족해진다. 이 때문에 평균기온 10~20도 정도의 서늘한 기온, 적당한 일조량과 확실한 일교차, 건조한 기후 등은 필수다.

‘E&J 갈로’는 8100만㎡(약 2450만평) 규모의 와인농장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족경영 와인 회사다. 1933년에 창업해서인지 포도 재배를 할 때 ‘물’이 중요하다는 건 경험을 통해 습득했다. 실제로 얼마나 적당한 양의 물을 주느냐에 따라 포도의 품질이 달라지고, 이는 곧 와인의 맛과 직결된다.

 

이런 E&J 갈로에도 고민은 있었다. 물이 중요하다는 건 알았는데, 포도나무에 필요한 물의 양을 계산하는 건 난제難題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인공위성 사진 자료까지 확보해 포도나무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금세 한계에 부닥쳤다. 더위에서부터 강수량, 포도나무 질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수가 포도 품질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E&J 갈로는 IBM에 도움을 요청했다. IBM의 인공지능(AI) 왓슨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다. 왓슨을 도입한 이후, E&J 갈로의 포도 재배 방식은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과거 이 회사는 포도농장 전체 혹은 넓은 구역에 물을 뿌렸다. 그러다보니 수분이 충분한 나무에도 물을 넘치게 주는 경우가 빈번했다.

IBM은 달랐다. 포도농장을 NASA의 인공위성 이미지 최소 단위인 30m×30m로 나눴다. 각 구역별 관개 수로에 센서를 설치하고 날씨와 토양, 수분, 포도나무의 건강상태 등의 자료를 얻어냈다. 이 데이터들은 IBM 클라우드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렇게 포도 재배에 필요한 ‘빅데이터’가 만들어졌다. 데이터를 다른 여러 시스템에 엑셀 파일로 저장해 수동으로 처리했던 과거와는 다른 방식이다.

맞춤 관개 시스템의 혁신

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힘을 빌렸다. IBM과 E&J 갈로는 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이용해 왓슨과 포도 재배 데이터를 통합했다. 그러자 포도재배 담당자들이 포도밭에서 맛을 보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할 필요가 사라졌다. 그 자리에서 모바일 앱에 포도의 특징을 입력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는 건 왓슨이다. 각 구역별 포도의 상태에 꼭 맞는 정확한 물의 양과 가장 적절한 수확 시기를 계산했다. 왓슨이 포도재배 담당자의 언어와 의도를 이해하고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J 갈로와 IBM이 함께 만든 ‘구역별 맞춤 관개 시스템’ 도입 결과는 놀라웠다. 물 사용량이 25% 줄었고, 포도 수확량은 30%나 늘었다.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수년간 가뭄이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비용을 절감한 셈이다. 4만㎡(약 1만2000평)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하던 시스템 적용 범위를 100만㎡(약 30만평)가 넘는 면적으로 대폭 확대한 이유다. 이 시스템은 2015년 빈티지 리포트 이노베이션 어워드(Vintage Report Innovation Award)도 수상했다. 포도 재배에 있어 기술 혁신을 이뤄낸 기업에 주는 상이다.

이 시스템은 와인용 포도 재배에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다수의 다년생 작물을 기르는 데도 적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먹거리를 풍족하게 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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