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미국 관세법원에 제소하자
[양재찬의 프리즘] 미국 관세법원에 제소하자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274
  • 승인 2018.01.29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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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억지 세이프가드 대응법

미국 트럼프 정부가 끝내 보호무역 전쟁의 활시위를 당겼다. 지난 22일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ㆍLG전자가 수출하는 세탁기에 최대 50%, 한화큐셀 등이 수출하는 태양광 설비에는 최대 30%의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 정부는 자국 가전업체 월풀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청원을 받아들여 한국ㆍ중국 등에 보복 조치를 가했다. 하지만 이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규정한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급격한 수입증가, 국내산업의 심각한 피해, 이 둘 사이의 인과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월풀의 영업이익은 최근 몇년간 증가했고, 공장가동 중단이나 감원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초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보호무역주의 엄포를 놓으며 다른 나라 기업들에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더니만, 공장 건설이 가시화하자 통상 공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는 삼성에 ‘생큐 삼성’을 외치더니만 태도를 바꿨다.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틈을 타 무기를 팔더니만 새해 벽두부터 통상 압력을 노골화했다. 자국 등 따습게 하자고 동맹국 코트를 벗기는 격이다.

문제는 트럼프 정부의 도를 넘는 통상 공세가 이번에 그치지 않으리란 점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의 제조업 일자리를 확보하려고 철강ㆍ반도체ㆍ자동차ㆍ석유화학 등 다른 산업에까지 공세를 펼 가능성이 있다. 본색을 드러낸 보호무역주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장 세탁기와 태양광 설비를 생산해 파는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게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내 세탁기 판매량은 연간 300만대. 미국 시장에서 최대한 판매하는 한편 다른 데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을 거꾸로 보면 그만큼 코리아 브랜드가 경쟁력을 갖췄다는 방증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월풀보다 삼성ㆍLG 제품을 찾는다는 얘기다. 이런 때일수록 기업들은 신기술을 개발하고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월풀 세탁기를 능가하는 성능을 갖춤으로써 관세를 물고라도 코리아 브랜드를 찾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선 월풀이야 박수치겠지만 소비자들은 피해를 보는 구조다. 높아진 관세만큼 비싸게 주고 수입품을 사야해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진 자국산을 찾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외국산을 찾던 이들이 전부 돌아서진 않을 게다.

가전업계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테고. 태양광 설비에 대한 세이프가드 또한 패널 생산업체야 반기겠지만 태양광발전 시장의 성장세를 늦출 수 있다. 어쨌든 미국 정부야 중간에서 관세 수입을 챙기겠지만.

미국의 통상 공세 쓰나미에 민관이 힘을 합쳐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당당하고 스마트하게 정공법으로. WTO 제소는 물론 합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세이프가드 문제를 다룰 양자협의에 미국이 성실히 응하지 않으면 우리도 미국산 제품에 부여하는 무관세 및 관세인하 혜택을 철회하고 보복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자. 특히 축산농가에 큰 피해를 입히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고려해 봄직하다.

실제로 중국은 환구시보 등 관영언론을 동원해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한국처럼 만만하지 않으며 휘두를 몽둥이가 많다면서. 구체적 보복 수단으로 미국산 자동차와 육류, 콩, 면화, 항공기 판매 규제는 물론 미국 국채 매각과 미국으로의 유학 억제까지 거론했다.

국가간 통상 분쟁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약자가 강대국을 상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원칙대로 하는 것이다. 중국ㆍ베트남ㆍ태국 등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국들과 긴밀하게 공조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막 연설을 한 다보스포럼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집중 성토 대상이었다.

WTO 상소기구 재판에서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 해도 시간이 걸린다. 미국이 WTO에서 패소해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 피해규모에 대한 손해배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내 관세법원에 제소하는 방안을 고려해보자. 이민자 규제의 경우 미국 법원에서 패소하자 트럼프 정부가 결국 취소했다. 단호하고 효과적인 대응으로 강대국의 일방주의가 통상 관행으로 굳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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