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리스크] 고래 먹은 새우, 배탈 안 나리오
[호반건설 리스크] 고래 먹은 새우, 배탈 안 나리오
  • 김정덕 기자
  • 호수 274
  • 승인 2018.01.31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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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M&A 노리는 호반건설 괜찮나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단독 입찰자로 나섰다. 시장에 내놓은 물건이 임자를 만나면 즐거운 일일 텐데, 시장은 되레 호반건설의 ‘승자의 저주’를,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중단’을 우려한다. “고래를 집어삼킨 새우 대부분이 탈났다”는 M&A 고약한 역사가 걱정을 부추긴다. 호반건설은 “시장 루머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루머를 뿌리 뽑아야 할 당사자는 호반건설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고래를 먹으려는 새우의 숙명을 취재했다.

▲ 대우건설 매각에서 중요한 건 매각 가격이 아니라 어떤 기업에 팔리느냐다.[사진=뉴시스]

기업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하는 일은 종종 있다. 건설업계도 마찬가지다. 2007년 11월 프라임개발이 동아건설산업을 인수할 때가 그랬다. 2000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갈 당시 동아건설산업의 시공능력평가순위(도급순위)는 7위였다. 반면 프라임개발의 도급순위는 167위였다. 새우(프라임개발)가 고래(동아건설산업)를 삼킨 셈이었다. 2004년 10월엔 도급순위 33위의 대아건설이 30위인 경남기업을 인수했다. 자산 규모는 크게 차이 나지 않았지만, 경남기업의 이름값은 지역 건설사였던 대아건설보다 훨씬 셌다.

2006년 12월 금호산업의 대우건설 인수 때도 그랬다. 당시 대우건설은 도급순위 2위, 금호산업은 9위였다. 순위는 큰 차이가 없지만 금호산업의 자산 규모는 대우건설의 절반, 매출액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매출액 차이는 3조원을 웃돌았다.

중요한 건 ‘고래를 삼킨 새우’는 종종 있지만 ‘고래를 잘 소화시킨 새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프라임개발은 2011년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2016년 파산했다. 동아건설산업 인수를 위해 금융권에서 거액의 자금을 빌렸는데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탓이 컸다.

대아건설은 경남기업의 해외사업(베트남 랜드마크72) 때문에 유동성 위기를 맞고 무너졌다. 대아건설의 해외건설 경험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금호산업도 대우건설 인수 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대우건설을 토해낸 지금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M&A시장에서 “인수기업의 자격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유다. 자격검증이란 자금조달 능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향후 사업유지 능력까지 포함한다. 최근 대우건설 인수전에 단독 입찰한 호반건설을 두고 여러 우려들이 시장 안팎에서 나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역시 돈 문제다. 호반건설은 “총알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대우건설의 덩치를 감안하면 ‘자금 우려’가 제기될 만하다. 대우건설의 자산총액(2016년 기준)이 호반건설의 5.5배에 달해서다. 호반건설이 써낸 예비입찰 가격도 1조4000억원이다. 건설사치고 꽤 재무상태가 튼실한 호반건설이라도 부담스러운 가격(헐값매각 논란은 논외)임에는 틀림없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호반건설-대우건설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선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호반건설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운 뒤 대우건설 주식 매입하고, 이를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려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후 탈이 없을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방증이다.

대우건설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사업도 호반건설로선 골칫거리다.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호반건설은 해외사업 경험이 거의 없어서다.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실적이 형편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대한 리스크 요인이다. 대우건설은 해외 비중이 90% 이상인 발전사업과 플랜트사업 등에서 2007~2016년 10년간 약 25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약 1조6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호반건설의 재무가 탄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 하나는 잘 하는 것(주택사업)에 주력했기 때문인데 잘 못하는 것(해외사업)에 모험을 걸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는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호반건설이 ‘푸르지오만 노리나’라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대우건설 해외사업 부문을 ‘분리매각’하는 게 아니냐는 거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지속적으로 해외사업에서 큰 실적을 못 내는 상황에서 호반건설이 신규 해외사업까지 용인해주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해외사업을 줄이는 명분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양날의 검, 대우건설 해외사업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매각전쟁에 단독응찰했지만 논란도, 의문도 많다. ‘자금부족으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해외사업을 포기할 것’이라는 나쁜 시나리오도 돌고 있다. 호반건설은 “시장에 나도는 루머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래를 먹은 새우가 탈이 났다는 건 M&A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숱한 논란, 의문, 지적을 풀어야 할 주체는 호반건설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애초에 KDB산업은행이 인수기업 자격 검토를 더 확실히 했다면 시장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한 M&A 전문가는 “대우건설 인수자의 조건은 애초부터 자금도 충분하고, 해외사업도 잘 할 수 있는 건설사였다. 호반건설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니까 우려도 커진다. 2008년 미국 델파이 본사가 대우그룹과 합작해서 만든 자동차부품회사 한국델파이를 매물로 내놓을 때 입찰자들로부터 프레젠테이션을 받았다. 이를 통해 입찰자들의 철학, 향후 성장 방안과 운영 능력 등을 철저히 검증했고, 기준을 못 맞추면 여지없이 탈락시켰다. 그래야 인수기업도 피인수기업도 공생할 수 있다. 산은이 제 역할을 해서 우려를 잠재워야 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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