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주에 벌써 거품 꼈나

코스피 건설업지수가 최근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한달간 업종별 주가수익률은 1위를 기록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남북경협이 추진될 공산이 커서다. 하지만 결정된 건 아직 아무것도 없다. 건설주에 거품이 끼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 건설주株는 아직 ‘모래성’일 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건설주 버블론을 살펴봤다. 
 

남북경제협력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도 않았다.[사진=뉴시스]
남북경제협력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도 않았다.[사진=뉴시스]

지난 4월 건설업종 주가수익률은 27%를 기록했다. 코스피 수익률(2.8%)의 10배 수준이다. 업종별로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건설업종 주가가 반등한 이유는 하나다.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경제협력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4월 중순까지만 해도 코스피 건설업지수는 110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4월 20일 “분단 70년 만에 남북정상이 언제든지 수화기만 들면 통화할 수 있는 핫라인이 개통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건설업지수는 123.96으로 뛰었다.

그로부터 20여일이 훌쩍 흐른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고, 파격적인 내용이 담긴 ‘판문점 선언’이 발표됐다. 골자는 다음과 같다. “남과 북이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이를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하기로 했다.” 예기치 않은 경협 내용이 ‘판문점 선언’에 포함되자 건설업계는 흥분했고, 관련 지수는 136.84로 껑충 뛰었다. 여기까진 빙산의 일각이었다.

지난 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기존 남북협력기금을 경협 재원의 기준으로 삼지 않겠다”면서 경협 자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자 이날 건설업지수는 138.86까지 올랐다. 2015년 10월 21일(139.9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런 건설업을 향한 기대감에는 근거가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통일시대 건설분야 협력방안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2010년 세운 ‘국가경제개발 10개년 계획’ 추진에만 약 108조원이 들어간다. 돈이 부족한 북한으로선 남북경협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제특구와 개발구 조성에 7조6000억원, 에너지·교통 등 인프라 조성에 56조원, 한반도 개발협력 사업에 96조5000억원이 필요하다. 남북경협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만 총 270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연평균 27조원 규모로, 건설업계에는 큰 호재다.

그뿐만이 아니다. 남북 화해 무드는 경협뿐만 아니라 주택건설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현재 주택수는 약 450만호다. 북한 전체 가구수가 588만호(2008년 추정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이 턱없이 모자란 셈이다. 국내 건설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예상대로 건설업계에 ‘봄바람’이 불지는 알 수 없다. 남북한 양측이 건설 관련 계획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이를 현실화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껑충 뛰어오른 건설주株에 거품이 껴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한껏 치솟은 건설주 가운덴 해외사업 관리부실로 매각까지 불발된 대우건설도 포함돼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남북경협 기대감에 상승한 주가는 너무 앞서나간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짧은 시간 안에 경협이 본격 추진되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수혜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건설업, 아직은 모래 위에 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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