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배터리 바꾸려다 21만원 ‘덤터기’
아이폰 배터리 바꾸려다 21만원 ‘덤터기’
  • 김정덕 기자
  • 호수 281
  • 승인 2018.03.26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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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이상한 서비스

여기 한 소비자가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아이폰 배터리를 교체하러 애플 AS센터를 방문했다. 그런데, 수리기사가 액정까지 교체해야 한단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액정에 금이 가있어 함께 바꿔야 합니다.” 비용은 21만원에 이른다. “배터리만 교체해 달라”고 요구해도 규정상 그럴 수 없다는 답이 되돌아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애플 아이폰의 이상한 서비스를 취재했다.

▲ 애플은 배터리 성능 조작 이후 잔꾀만 부리는 기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혁신의 아이콘 애플이 추락하고 있다. 꼼수 업데이트를 통해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 성능을 일부러 떨어뜨린 게 사실로 밝혀지면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애플을 상대로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애플이 이런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애플에 귀책사유가 있음에도 배터리를 유상으로 교체하도록 한 것도 모자라, 배터리를 교체하러 온 소비자들에게 황당한 규정을 근거로 액정디스플레이(LCD) 교체까지 강요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아이폰6 유저인 나성은(가명)씨. 나씨는 최근 애플서비스센터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성능이 저하된 배터리를 교체하러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큰돈을 지불했다. 발단은 센터 수리기사가 “액정이 파손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나씨는 파손됐다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흠집이 너무 작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없었다.

나씨는 “종전에도 쓰는데 문제가 없었던 만큼 배터리만 잘 갈아 달라”고 정중하게 요구했지만 수리기사는 이상한 논리를 폈다. “배터리 교체 시 액정이 파손됐으면 이를 함께 교체해야 한다. 따라서 배터리만 교체할 수 없다. 서비스센터 규정이 아니라 미국 애플 본사의 규정이라서 방법이 없다.”

나씨는 액정에 흠집이 있다는 사실조차 인정할 수 없는데, 교체비용까지 내라니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배터리가 워낙 빨리 닳는 게 불편해 액정 비용 21만원을 별도로 지불하고 배터리를 교체했다. 소비자로선 선택지가 없었던 셈이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우리도 배터리 일체형 모델이 있지만 배터리만 별도로 교체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면서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른 제조사에는 없는 이상한 규정이 애플에만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폰은 배터리가 내장돼 있어 기기를 분해해야 하는데, 그 방식이 독특하다. 일반적인 스마트폰은 배터리 일체형이라도 후면부를 분해하기 때문에 액정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반면 아이폰은 전면부 액정에 흡착 도구를 붙여 액정을 들어 올려 분해한다. ‘액정에 문제가 있으면 액정까지 바꾸지 않는 이상 배터리도 교체할 수 없다’는 논리가 나온 이유다.

언뜻 상식적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배터리를 꺼낼 때 액정을 조심히 다뤄야 하는 구조로 아이폰을 만든 건 애플이다. 아이폰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의견을 구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애플은 아이폰의 독특한 구조 탓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나씨는 “사실 액정이 파손됐다는 수리기사의 말을 믿을 수도 없었다”면서 “눈으로 확인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최근 성능 저하를 이유로 배터리를 교체하려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애플은 황당한 규정을 십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번은 배터리 성능저하로, 또 한번은 액정 교환으로 소비자를 두번 울릴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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