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같이탐구생활
붉은점: 탈석탄 이야기
대통령의 탈석탄 약속
친환경 경영 내건 기업들
2024년 가동하는 화력발전소
탄소 배출 줄이기는커녕
매년 1282만t 추가 배출

116년 만에 가장 따뜻한 11월이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탄소는 따뜻하면서도 극단적인 겨울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렇게 분명해진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는 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뿐입니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에선 탈석탄을 외치고, 기업들은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약속과 선언이 ‘진심’이냐는 겁니다. 더스쿠프 같이탐구생활 ‘붉은점’ 아홉번째 이야기, ‘탈석탄과 역행’입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9월 15일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공사 현장 앞에서 기후파업을 진행했다.[사진=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소년기후행동은 9월 15일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공사 현장 앞에서 기후파업을 진행했다.[사진=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지난 11월 2일은 116년 만에 가장 따뜻한 11월이었습니다. 최고 기온이 25.9도에 달했습니다. 116년 만에 가장 따뜻한 11월이라고 하면 “116년 전에도 이렇게 더운 날이 있었나” 싶지만 실은 1907년 기상 관측 이래로 최초란 뜻입니다. 1년 전인 2022년 겨울은 달랐습니다.

당시 가장 기온이 높았던 11월의 최고 기온은 22.0도였습니다. 언뜻 봐도 11월이 더 따뜻해진 듯합니다. 정말일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2022년 11월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던 건 3일이었지만, 올해 11월은 13일이나 됐습니다. 11월이 더 따뜻해진 게 아니라 ‘더울 땐 덥고 추울 땐 더 추워졌다’는 겁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기온 변화는 탄소 배출의 영향이 큽니다. 세계 각국 정부가 ‘탄소 줄이기’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윤석열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2022년 1월 25일 윤 대통령은 환경ㆍ농업ㆍ스포츠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이 공약에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지속하고 탈석탄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선언이 포함됐습니다. 구체적으로 화석연료를 얼마나 줄일 것인지도 공언했습니다. 임기 내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겁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소의 총 설비용량은 3만9858㎿였습니다.

하지만 이 공약은 지켜질 가능성이 아주 낮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10월 가동을 연기한 삼척블루파워 석탄발전소 1호기는 내년 초에 가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호기 역시 내년 4월이면 가동할 전망입니다. 삼척블루파워 1ㆍ2호기가 모두 가동했을 경우 설비용량은 2100㎿에 이릅니다. 그러면 국내 석탄화력발전의 총 설비용량은 4만1958㎿로 5.27% 늘어납니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기는커녕 5% 이상 늘어나는 셈입니다.

기후위기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은 이를 지적하기 위해 2023년 9월 15일 삼척블루파워 석탄발전소의 공사 현장인 강원도 삼척에 모였습니다. 시민 130여명과 함께한 자리에서 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는 지금도 기후위기를 막기는커녕 화석 연료를 더 늘릴 계획을 하고 있다”며 “연소하는 방식의 에너지원은 더 이상 안전하지도 않고 지속할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와 기업이 모두 탈석탄을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사진=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정치와 기업이 모두 탈석탄을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사진=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석탄에너지를 줄이겠다는 약속을 어긴 건 대통령만이 아닙니다. 시시때때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을 부르짖는 기업들 역시 삼척블루파워 앞에서 ‘두 얼굴’을 노출했습니다. 2023년 6월 기준 삼척블루파워의 최대주주는 농협은행㈜이 운영하는 KIAMCO 파워에너지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 제3호입니다.

이 펀드가 삼척블루파워 지분의 54.53%를 쥐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건 포스코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이앤씨가 각각 29.0 %, 5.0%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9.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모두 ESG 경영을 앞세운 기업들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농협은행은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이하 UNEP FI)에 참여한 기업 중 한곳입니다. UNEP FI의 선언서의 첫 문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에 참여 의지’입니다. 또 다른 조건도 있습니다. UNEP FI 참여기업은 기업 운영, 자산 관리, 기타 경영의사결정에서 환경적 고려를 통합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환경보호를 촉진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금융서비스 부문을 장려해야 합니다. 

2대 주주인 포스코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친환경을 표방한 포스코도 농협은행처럼 따르는 규범이 있습니다.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 연합 행동규범(이하 RBAㆍRespon sible Business)입니다. 이 규범의 목적은 ‘노동자를 위한 안전한 작업환경, 환경친화적 경영, 윤리적 경영’입니다.

이 규범을 채택하고 참여기업이 되려면 규범에서 제시한 경영 시스템에 따라 규범과 기준사항을 적극적으로 지켜야 합니다. RBA의 환경 부문에서 참여기업은 배출가스, 오염물질 방출, 폐기물 생성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해야 합니다. 물, 화석 연료, 광물 등 천연자원의 사용도 줄여야 합니다.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기업 수준에서 추적해 문서로 만들어야 하고, 온실가스를 최소화할 방법도 모색해야 합니다.

하지만 농협은행과 포스코가 투자한 삼척블루파워는 UNEP FI, RBA를 역행하고 있습니다.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하면 매년 1282만톤(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겁니다. 1282만t을 2022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석탄화력발전 탄소 배출량으로 나누면 392만489명분입니다. 경기도 북부에 있는 인구(391만명)가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처럼 정치와 기업이 공약하고 선언한 ‘탈석탄’은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막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삼척블루파워의 10월 가동을 가로막은 건 따로 있습니다. ESG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기관과 회사들이 석탄화력발전소의 채권 매입을 주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장기적으로 튼튼한 방지턱은 아닙니다. 채권 금리를 올리자 투자자들이 들어오고 있어서입니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정부는 여기에 필요한 전력도 석탄 화력 발전으로 채울 계획”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탈석탄을 약속했던 정부와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기업의 약속은 진심이었을까요?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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