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정치 테마주 6년 보고서➋
2020년 4·15 총선 테마주
21대 총선 정치 테마주 허상
테마라 부르기 민망한 연관성
선거 승리해도 주가는 하락해

# 대선이든 총선이든 선거 전 유력 정치인의 테마주가 출렁인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도 숱한 정치 테마주가 투자자를 유혹했다. 먼 친척이든 전직 대표든 엮이는 순간 ‘○○테마주’로 불렸다.

# 테마주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의 관련성이었지만 시장은 연연하지 않았다. 더스쿠프 視리즈 ‘정치 테마주 6년 보고서’ 두번째 이야기 2020년 21대 총선 정치 테마주의 허상 편을 살펴보자. 

2020년 총선에서도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사진=뉴시스] 
2020년 총선에서도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사진=뉴시스] 

22대 총선이 넉달여 남은 지금, 아직 누가 ‘총선무대’에 오를지 판가름 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정치 테마주가 출렁이고 있다. 예비 출마자를 향한 유권자의 관심이 클수록 주가는 더 요동친다. 하지만 테마주는 테마주일 뿐이다. 제아무리 거센 반향을 일으키더라도 정치 테마주는 선거일을 앞두곤 급락하는 경향이 강했다. 주가가 총선 결과를 반영하지도 않았다. 

4년 전인 2020년 열렸던 21대 총선 때도 테마주의 흐름은 같았다. 당시 돌풍을 일으켰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3人의 정치 테마주를 분석해봤다. 분석 기간은 후보자 등록을 마친 직후인 2020년 3월 30일부터 4·15 총선 결과가 나온 4월 16일로 잡았다. 독자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당시 직책을 그대로 썼다. 

■ 2020 총선 테마주➊ 이낙연株 = 2020년 3월 30일 코스피 상장사인 남선알미늄의 주가가 전일 대비 17.22%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당시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이낙연 선대위원장의 테마주로 엮인 종목이었다. 남선알미늄이 ‘이낙연 테마주’로 분류된 이유는 인맥이었다. 

관계는 조금 복잡하다. 여기 두곳의 SM그룹 계열사가 있다. 남선알미늄과 종합건설업체 삼환기업이다. 이중 삼환기업의 전前 대표가 이낙연 위원장의 동생이었다. 같은 그룹 계열사의 전 대표가 이 위원장의 친동생이었다는 이유로 남선알미늄이 ‘이낙연 테마주’의 대장에 오른 셈이다. 

대장주답게 남성알미늄의 주가는 총선 이전부터 출렁였다. 2019년 10월 초 3360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그해 11월 이 위원장의 동생이 삼환기업 대표로 재직한다는 소식이 전파를 타면서 5370원(2019년 11월 15일)까지 치솟았다.     

이후 주가는 급등락을 거듭했고, 총선을 눈앞에 둔 4월부턴 변동폭이 더 커졌다. 4·10 총선 후보 등록을 마친 후인 2020년 3월 30일 4900원이던 남선알미늄의 주가는 5거래일 만인 4월 6일 6900원으로 40.8% 올랐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4월 7일 하락세로 돌아선 주가는 총선 다음날인 16일엔 전일 대비 10.41% 폭락한 4475원으로 내려앉았다. 이 위원장은 58.3%(5만4902표)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종로구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주가는 뒷걸음질친 셈이다. 

이는 다른 테마주도 마찬가지였다. 테마파크 이월드(코스피)는 기업의 회장이 이 위원장의 고교 동문이란 이유로 테마주에 포함됐다. 3월 30일 전거래일 대비 7.84% 상승하며 3990원을 기록한 이월드의 주가는 4월 10일 5120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16일엔 4135원으로 하락했다. 9거래일(3월 30일→4월 10일) 동안 28.3% 상승한 주가가 3거래일(4월 10일→4월 16일) 만에 19.2% 떨어진 거다. 뒤늦게 이월드에 뛰어든 투자자는 손실을 피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 

■ 2020 총선 테마주➋ 황교안株 = 서울시 종로구에서 이 위원장과 맞대결을 펼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테마주도 적지 않았다. ‘황교안 테마주’의 대장은 한창제지(코스피)였다. 산업용 상자를 생산하는 한창제지가 ‘황교안 테마주’로 분류된 이유 역시 인맥이었다. 이 회사의 대표가 황 대표의 대학 동문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황교안 테마주’가 됐다. 

한창제지의 주가는 드라마틱하게 움직였다. 2020년 3월 30일 한창제지의 주가는 전일 대비 29.92% 오르며 3430원을 기록했다. 다음날도 8.16%(종가 3710원)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보다 앞선 3월 19일 주가가 1655원까지 떨어졌었다는 걸 감안하면 8거래일 만에 124.1% 오른 셈이었다. 문제는 급등 뒤에 급락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21대 총선 다음날인 4월 16일엔 주가가 11.30% 하락하며 2080원으로 떨어졌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정장비 기업 한송네오텍도 ‘황교안 테마주’의 대표 종목이었다. 이 회사의 전 대표가 먼 친척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의 주목을 받았다. 한송네오텍의 주가는 그해 3월 30일 910원에서 4월 9일 1140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여느 테마주처럼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가지 특이했던 건 황 대표가 총선에서 패한 이후인 4월 16일과 17일 이 회사의 주가가 각각 1.86%, 2.74% 상승했다는 점이다. 테마주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방증으로 볼 만한 사례다.[※참고: 지난해 3월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한송네오텍은 현재까지 거래정지 상태다.]

■ 2020 총선 테마주➌ 손학규株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테마주가 숱했다. 재료는 학연이나 지연이었다. ‘손학규 테마주’의 대장은 유리가공업체 국영지엔엠이었다. 이 회사의 대표가 손 대표와 서울대 정치학과 65학번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손학규 테마주’로 분류됐다.

한송네오텍도 2020년 3월 30일 상한가(종가 3120원)를 기록했는데, 이유는 손 대표가 21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 이후부턴 줄곧 하락세를 탔다. 손 대표의 비례대표 순위가 2번에서 14번으로 바뀐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힘을 잃었다. 

정치 테마주는 변동성이 큰 탓에 섣불리 투자했다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사진=뉴시스] 
정치 테마주는 변동성이 큰 탓에 섣불리 투자했다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사진=뉴시스] 

전기제어시스템 전문업체 서호전기는 이 회사의 회장이 손 대표와 경기고 동문이란 이유로 오래전부터 ‘손학규 테마주’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엔 서호전기 대표까지 나서 “회장과 손 대표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월 30일 1만7500원으로 전일 대비 9.38% 상승한 주가는 4월 10일 1만8900원까지 상승했다. 총선 다음날인 16일 1만8550원으로 하락했지만, ‘손학규’란 꼬리표가 붙은 테마주로 ‘위용 아닌 위용’을 떨친 후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테마주로 쏠리고 있다”며 “기업의 실적이나 증시 모멘텀과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정치 테마주는 투기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테마주의 방향성을 읽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했다간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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