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IT 언더라인
SK그룹 투자전문사 SK스퀘어
플랫폼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
11번가 콜옵션 행사 않기로
OTT 웨이브는 티빙과 합병 논의
남은 플랫폼 중 원스토어가 고민
프리IPO 성공으로 급한 불 껐지만
글로벌 앱마켓 넘을 묘수 안 보여
3분기 누적 매출 전년 대비 역성장
돈 쏟아도 경쟁력 갖추기 어려워

SK스퀘어에 원스토어는 아픈 손가락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SK스퀘어에 원스토어는 아픈 손가락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의 몸집이 한결 가벼워질 듯하다. 쿠팡이 기세에 눌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이커머스 업체 11번가를 털어내고, 넷플릭스의 아성을 넘지 못한 채 쪼그라든 웨이브에서 한발 빼는 데 성공한다면, SK스퀘어로선 ‘추가 투자’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 그렇다고 모든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SK스퀘어의 플랫폼 포트폴리오엔 또 하나의 골칫거리가 있다. 최근 프리IPO에 성공한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다.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긴 했지만, 이후에도 원스토어가 제 길을 찾지 못한다면 SK스퀘어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스쿠프가 SK스퀘어의 속사정을 해부해봤다. 

SK그룹의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가 투자한 플랫폼들의 미래가 요동치고 있다. SK스퀘어의 플랫폼 중 덩치가 가장 큰 11번가는 강제매각 절차를 밟을 공산이 크다. 최근 SK스퀘어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커머스 업체 11번가의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포기했다. 그 이유와 배경을 쉽게 풀어보자. 

■ 쿠팡에 밀린 11번가 =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5년 내 기업공개(IPO)’가 조건이었고, 기한은 지난 9월까지였는데 실패했다. 

투자를 받을 때인 5년 전엔 11번가가 2조원을 훌쩍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을 잠식하면서 회사 가치가 1조원 안팎까지 떨어진 게 IPO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이후 SK스퀘어는 아마존과 알리바바, 큐텐 등과 매각 협상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에 놓인 SK스퀘어의 선택은 ‘손절매’였다. SK스퀘어는 투자원금 5000억원에 연 3.7%의 이자를 붙여 FI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를 포기하고 FI에 매각 권한을 넘겼다. 

■ 넷플릭스에 꺾인 웨이브 = SK스퀘어가 보유한 또다른 플랫폼 OTT 웨이브 역시 회사 품을 떠날 처지에 놓였다. 웨이브는 2019년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와 손잡고 ‘한국판 넷플릭스’를 꿈꾸며 야심차게 출범했다. 출범 당시만 해도 토종 OTT 중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이후론 기대 이하의 부진한 성과를 냈다. 지금은 티빙과 쿠팡플레이에 이용자 지표를 역전 당했고, 매년 적자만 내고 있다. 

이유는 11번가와 비슷했다. 시장을 과점한 사업자(넷플릭스)를 넘지 못했기 때문인데, 비슷한 위기를 겪는 티빙과 최근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합병안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티빙의 CJ ENM이 합병법인의 최대주주, SK스퀘어는 2대주주로 물러나는 방안이 유력하다. 

SK스퀘어로선 두 플랫폼이 치열한 경쟁을 넘지 못하고 좌초한 게 아쉽겠지만, 한편으로 후련할 수 있다. 어찌 됐든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생겼고 추가 투자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거취가 정리되면 SK스퀘어의 플랫폼 포트폴리오엔 세 기업이 남는다. 티맵모빌리티와 드림어스컴퍼니(옛 아이리버), 앱마켓인 원스토어다. 이중 내비게이션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티맵모빌리티는 상황이 좀 낫다.

최대 경쟁사이자 넘어야 할 벽인 카카오T가 올해 정부의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은 호재다.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한 드림어스컴퍼니 역시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엔 이르다. 이 회사는 음악 유통 플랫폼 플로, 이어폰 아이리버 등을 운영하고 있다. 

■ 방향 못 찾는 원스토어 = 골칫덩이는 원스토어다. 성장 가능성이 불투명한데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원스토어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1315억원, 순이익 1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1억원에 달했던 적자가 흑자로 돌아선 건 반가운 일이었지만, 문제는 매출 추이였다.

지난해 3분기 누적 1671억원에 달했던 원스토어의 매출은 올해 3분기 기준 21.3%나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 2228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기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 

원스토어의 매출 역성장은 의미심장한 지표다. 원스토어는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에 맞서 등장한 토종 플랫폼이다. 2016년 출범할 때만 해도 시장 지배자인 두 플랫폼과의 격차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많았지만, 이를 반전하기 위한 승부수를 여럿 던졌다.

원스토어는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 내세웠지만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사진=뉴시스]
원스토어는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 내세웠지만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사진=뉴시스]

그중 대표적인 게 수수료 인하다. 원스토어는 2018년 앱 유통 수수료를 대폭 인하했다. 경쟁사는 30%의 인앱결제(앱마켓 사업자가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 수수료를 책정했는데, 원스토어는 20%로 낮췄다. 앱 개발사가 자체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엔 수수료를 5%만 적용했다. 

국내외에서 구글ㆍ애플의 독점 이슈가 불거지면서 원스토어의 ‘낮은 수수료’는 더 주목받았다. 특히 2020년 구글이 그간 게임앱에만 적용해왔던 인앱결제를 모든 유료 콘텐츠 앱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는 구글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발의해 통과시켰는데, 구글은 아랑곳 않고 지난해부터 인앱결제 정책을 확대하면서 원스토어가 반사이익을 누릴 거란 전망이 세졌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겠다는 판단에서인지 원스토어는 지난해 5월부터 모바일 콘텐츠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기존 20%에서 10%로 낮추고 단계적으로 6%까지 할인하는 방안까지 도입했다.

상황은 유리했지만, 원스토어의 전략은 사실 ‘양날의 검’과 같았다.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점유율과 매출 등 외형을 먼저 키운 뒤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쿠팡이 성공시킨 일종의 ‘계획된 적자’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올 3분기 매출 역성장에서 드러나듯, 원스토어는 외형을 키우지도 못했다. 계획대로 앱마켓 점유율이 상승했다면 매출이 크게 꺾이진 않았을 거다. 문제는 원스토어에 이런 위기를 해소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거다.

무엇보다 앱마켓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게임 입점’ 실적이 변변치 않다. 한국 모바일 앱 생태계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87.0%(데이터닷에이아이 조사)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그런데도 게임업계는 매출이나 이용자 분산을 우려해 원스토어 플랫폼에 신작을 들이는 걸 꺼리고 있다.

여기엔 구글의 ‘모략’도 있었다. 구글은 게임사의 원스토어 입점을 전략적으로 방해한 점이 드러나 지난 4월 공정위로부터 거액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 문제를 타개할 요량으로 원스토어는 리더십을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말 원스토어가 대표로 낙점한 인물은 국내외 게임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전동진 대표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원스토어에 입점한 눈에 띄는 대형 신작은 없었다.

구글의 수수료 갑질 논란이 크게 불거졌지만 원스토어의 실적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구글의 수수료 갑질 논란이 크게 불거졌지만 원스토어의 실적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최근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애플 아이폰의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원스토어의 상황이 더 불리해졌다. 아이폰에선 애플 앱스토어만 설치할 수 있고, 원스토어는 아예 못 쓴다. 실적이 부진한데 IPO 문을 두드리기도 쉽지 않다. 이미 한차례 실패 경험도 있다. 원스토어는 2021년 5월 수요예측을 했지만 공모가가 기대치를 밑돌아 상장을 철회했다.

그나마 최근 1000억원을 웃도는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자금조달)를 이끌어내며 IPO 실패 후유증의 급한 불을 껐지만, 여전히 중장기 성장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SK스퀘어의 새로운 밑그림을 완성하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11번가와 웨이브를 뜻대로 정리하더라도 원스토어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SK스퀘어의 ‘플랫폼 고민’은 이어질 게 분명해서다. 과연 원스토어는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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