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볼 만한 신간
있는 그대로 나의 내면을 보다
광주, 새로운 지역성의 탐구
활어처럼 살려낸 재난의 기억
사회는 어떻게 가짜 사랑 권하나

나의 작고 부드러운 세계」
신아영 지음 | 책과이음 펴냄


신아영 작가는 부산에서 독립문학잡지 비릿을 만들었다. 이후에는 마을 활동가들의 대화를 기록한 책을 펴냈다. 그간의 작품들은 자신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이들과 소통하고 또 공동체를 기록하기 위해 썼다. 이번 책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내면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잊고 있던 작은 속삭임과 진실을 만나길 원한다. 그의 작고 여린 유년시의 문장과 사랑은 다른 이에게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믿으면서. 

「그렇게 여러 날」
고성만 외 9명 지음 | 다인숲 펴냄


광주의 로컬리티(지역성)는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한다. 이제 당사자성을 넘어 새로운 지역성에는 무엇이 있는지 탐구한다. 이 책은 광주문학아카데미 앤솔로지(작품집)다. 광주에 사는 사람들의 디카시와 시가 담겨 있다. 디카시란 사진 1장과 시를 함께 담는 예술 장르로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사진 찍기가 보편화하며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 장르다. 지역성에 정답은 없지만 각자 시로써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책이다.

「숨비기 그늘」
김형로 지음 | 삶창시선 펴냄


김형로의 시집은 현장에 있다. 그가 살았던 현장의 재난들은 유령처럼 떠다니고 그는 그것을 목도하고 기록한다. 그 시 ‘그러나 유령 아닌 것들’에서 시인은 말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가 죽지 않았다는 소문이 바퀴벌레처럼 기어다녔다. 곳곳에 나타났다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 육중한 기계의 아래나 그 사이에.” 그의 시는 우리가 잊고 싶어 했던 것을 생생히 우리 앞에 활어처럼 던져낸다. 

「철거되는 기억」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펴냄


이 책은 우리나라 전국에 산재한 255채에 달하는 건물의 기억이다. 문헌학자이자 답사가인 김시덕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사라져 버린 공간을 기록해 나간다. 그 기록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에 달한다. 건물 모양의 독특한 바코드와 판형은 이 책을 단순히 기록을 위한 책이 아니라 하나의 오브제로 만들어 가치를 더한다. 저자가 가지고 있던 175채의 철거 건물 사진과 아직 철거되지 않을 건물의 시간이 이 책 한권에 담겨있다.

「건축의 무빙」
이건섭 지음 | 수류산방 펴냄


건축은 인문학이다. 디자인부터 공학, 과학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마지막에 가서는 시대와 제작자의 사상까지 담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을 말하는 건 곧 인문학적 이야기가 된다. 건축과 디자인을 말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건축물이나 디자인이 아닌 건축 책을 다룬다. 건축을 다룬 전문서적을 시대별로 담아 19세기 이후 건축 미학을 말한다. 출판학적으로도 건축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시도다.

「어느 사형에 관한 기록」
단야 쿠카프카 지음 | 황금가지 펴냄


사형을 12시간 앞두고 탈옥을 준비하는 ‘연쇄살인마’ 안셀 패커의 삶을 어머니·아내의 여동생 등 그의 인생에 얽힌 여자들의 시각으로 들여다본 문학적 서스펜스 소설이다. 연쇄살인마를 둘러싼 비정상적인 사회의 열광, 경찰 내의 구조적 차별, 아동 학대 문제까지 낱낱이 해부한 이 소설은 언론과 평단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2023년 영미 최고의 추리 소설에 수여하는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 부문을 수상했다.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마리아 투마킨 지음|을유문화사 펴냄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와 ‘연대’하기에 앞서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해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연대는 일방적 호혜나 오만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이 책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결론에 다다를 수 없는 영원한 과정일 뿐”이라면서 “결국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는 날이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수많은 ‘실패’가 결국 연대의 출발이라는 일침이다. 

「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김태형 지음|갈매나무 펴냄 


사랑은 보통 개인적인 감정으로 여겨지고 사랑의 실패 역시 개인적 문제로 치부된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 원인을 은폐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사회에선 상대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능력을 함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진정한 사랑을 막는 근본적 원인으로 ‘사회’를 지목한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 불안, 불안이 초래하는 이기주의와 공동체 붕괴 문제를 해결해야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지루하면 죽는다」
조나 레러 지음|윌북 펴냄 


스포츠든 유튜브 영상이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콘텐츠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스터리’다. 결말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만큼 인간을 매혹하는 건 없다. 이 책은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을 통해 그 비밀을 밝히고, 성공적인 스토리텔링 전략을 안내한다. 거장들의 문학, 음악, 영화부터 혁신적 광고와 유튜브 채널까지 해부한다. ‘왜 내가 만든 콘텐츠는 빵 터지지 않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이지원·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책 제공=문학전문지 뉴스페이퍼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