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햄버거 1년에 두번씩 가격 인상
소비자물가상승률 크게 웃돌아
원재료·인건비 상승 핑계대지만
업체들 매출은 가파르게 증가해
가격 인상 효과 톡톡히 누리는 셈

4600원이던 맥도날드 빅맥(단품) 가격이 2년 사이 5500원으로 900원 올랐다. 900원이 그렇게 큰돈이냐고 물을 수 있지만, 큰 차이다. 2년 전엔 5000원으로 사먹을 수 있었고,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비단 맥도날드만이 아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쉼 없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1년에 한번도 많은데, 이젠 두번씩 올린다. 그러니 물가지수도 춤을 춘다.

햄버거 가격이 해마다 오르며 물가를 끌어올렸다.[사진=뉴시스]
햄버거 가격이 해마다 오르며 물가를 끌어올렸다.[사진=뉴시스]

외식물가가 민생을 매섭게 위협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외식물가상승률은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들의 한숨을 깊게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3%(전년 동월 대비)로 10월(3.8%)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다소 둔화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이 6.6%, 공업제품이 2.4%, 전기·가스·수도가 9.6% 상승했다. 집세는 1년 전과 동일하고, 공공서비스와 개인서비스는 각각 2.2%, 4.2% 올랐다. 이를 다시 세밀하게 나눠보면 농산물이 13.6%, 가공식품이 5.1%. 외식이 4.8% 올랐다. 먹거리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중 외식 물가를 다시 떼어서 보면 피자(10.0%·이하 전년 동월 대비), 비빔밥(7.1%), 냉면(7.0%), 김밥(6.9%), 떡볶이(6.7%) 등 많은 품목이 총지수를 넘어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햄버거(16.9%)는 11월 기준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3.3%)의 약 4배를 기록하며 무시무시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햄버거 물가는 왜 이토록 오르는 걸까. 여기엔 일년에 최소 두차례 가격을 끌어올리는 그들의 탐욕이 있다. 최근만 보더라도 맘스터치가 10월 31일 버거 4종 가격을 300원씩 인상했고, 뒤이어 맥도날드는 11월 2일부터 빅맥을 비롯해 총 13개 메뉴의 가격을 평균 3.7% 인상했다.

이에 따라 맥도날드의 시그니처메뉴이자 인기메뉴인 빅맥은 5200원(단품)에서 5500원으로 300원 올랐다. 이것이 햄버거 전체 물가에 영향을 미쳐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거다.[※참고: 맘스터치의 시그니처 메뉴는 싸이버거인데, 이번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엔 2021년 겨울부터 이어진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상 행렬을 보자. 2021년 12월 롯데리아가 제품 가격을 평균 4.1% 인상했고, 노브랜드 버거(신세계푸드)도 2019년 론칭 이후 처음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인상폭은 2.8%였다. 

해가 바뀌고서도 인상 행렬은 계속 됐는데 2022년 1월 버거킹이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2.9% 올리며 한해의 문을 열어젖혔다. 이어 KFC가 제품 가격을 최대 200원 인상했고, 쉐이크쉑(SPC그룹)도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3.0% 인상했다. 2월에도 멈추지 않았다. 맘스터치가 버거와 치킨류 가격을 각각 300원·900원씩 올렸고, 맥도날드는 평균 2.8% 가격을 인상했다. 대부분의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가격을 끌어올린 셈이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그해 6월 롯데리아가 또 한번 선봉에 섰다. 6개월 만에 다시 평균 5.5% 가격 인상을 단행한 거다. 이것이 신호탄이 돼 7월에는 버거킹(4.5%)과 KFC(200~400원), 8월에는 맘스터치(200~400원)와 노브랜드 버거(5.6%), 맥도날드(4.8%)가 가격에 손을 댔다. 너나 할 것 없이 1년에 두차례씩 가격을 끌어올린 거다. 게다가 첫번째보다 두번째 가격을 올릴 때 인상폭이 컸다. 

올해도 이런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에 한번, 하반기에 한번씩 사이좋게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2월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일부 제품 가격을 각각 평균 5.4%, 5.1% 올렸고, 3월엔 버거킹과 맘스터치가 평균 2.0%, 5.7% 가격을 조정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맘스터치와 맥도날드가 합류해 10·11월 가격을 올렸다.

한해에 두차례씩 가격을 끌어올리니 물가지수는 춤을 출 수밖에 없다.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두번씩 가격을 올리기 전인 2021년 11월 98.15였다. 연이은 가격 인상 이후인 올 11월엔 128.56까지 치솟았다. 2년 사이 햄버거 물가가 28.9%나 상승했다.

그래서일까. 소비자들이 햄버거를 한번 주문할 때 쓰는 돈도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이용했을 때 1인이 평균 주문하는 비용은 1만700원이다. 주문 금액대 비중을 2017년과 비교하면 1만원 미만으로 주문하는 이들은 56.7%에서 47.0%로 감소했고, 1만원 이상 2만원 미만은 40.3%에서 44.9%로 증가했다. 2만원 이상 주문한다는 소비자도 3.0%에서 8.1%로 5.1%포인트나 늘었다. 가격이 비싸진 만큼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비용도 늘어난 셈이다.

외식물가상승률은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들의 한숨을 깊게 한다.[사진=뉴시스]
외식물가상승률은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들의 한숨을 깊게 한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업체들의 실적은 어떨까. 한국맥도날드는 2021년 8679억원이던 매출이 2022년 9946억원으로 증가했다. 맘스터치도 3010억원에서 3325억원으로 성장했다. 가격을 올려 매출이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국내외 원재료 인상,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증가, 가맹점 수익을 위해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원재료는 과거와 비교해 가격이 크게 올랐다. 다시 통계를 보자. 햄버거에 많이 들어가는 12월 12일 기준 토마토 1㎏ 평균 가격은 6055원으로 1년 전 4713원보다 28.5% 올랐다. 

이밖에도 빵·치즈·닭고기 등의 가격도 지속적으로 오른 게 사실이다. 최저임금도 1년마다 오르고 있다. 하지만 원재료 가격이 내릴 땐 어쩔 텐가. 그때도 원재료 시세를 가격에 적극 반영할까. 그렇지 않다. 하늘 높은 줄 알고 오르는 햄버거 가격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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