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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플랫폼 기업 규제 추진
이익집단들 나서 반대 여론 펼쳐
美 구글·애플·페북·아마존 사전 지정
유럽, 플랫폼 독과점 행위 강력 규제

플랫폼 대표 기업들인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의 독과점 규제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공정위는 18일 하루 동안 보도 해명문을 세차례나 게시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유럽과 달리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규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살펴봤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 구글과 치열한 반독점 소송을 펼치고 있다. 워싱턴DC에 위치한 FTC 본부. [사진=뉴시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 구글과 치열한 반독점 소송을 펼치고 있다. 워싱턴DC에 위치한 FTC 본부. [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세차례나 해명 자료를 냈다. 전날 “공정위가 가칭 ‘플랫폼 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을 추진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과 달라 대통령실이 제동을 걸었다”는 등 보도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해명문에서 “플랫폼 갑을관계(플랫폼-입점업체) 거래 공정화 및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서 플랫폼 업종별로 맞춤형 자율규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국정과제로 플랫폼 자율규제 도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법은 시장점유율, 매출,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추려내고, 이들이 4개 주요 독과점 남용 행위를 하면 처벌하는 법안이다. 구체적으로 ▲끼워팔기, ▲자사 우대, ▲멀티호밍(multihoming) 제한, ▲최혜 대우다. 멀티호밍 제한은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해 자신과 거래하는 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혜대우’란 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보다 유리한 거래조건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독과점 기업의 사전 규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플랫폼 업계의 독과점 기업을 사전에 지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이다. 둘째, 국내 플랫폼 기업의 해외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셋째, 해외 거대 플랫폼 기업은 빠져나가고 국내 기업들만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는 어떨까. 일단 독과점 기업 사전 지정은 과거에도 시행한 적이 있다. 공정거래법은 1975~1980년, 1981~1991년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사업자가 해당 물품이나 서비스를 변경하면 이를 고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전체 기업을 전면 조사하는 게 불가능해지자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사후에 판단하되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기업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여기서 일정한 조건은 ▲매출이나 구매액이 40억원 이상인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인 경우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참고 | 2022년 기준]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참고 | 2022년 기준]

이번엔 해외 경쟁력 문제를 살펴보자. 내수기업이던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최근 가파르게 늘어난 건 사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1 부가통신사업자(플랫폼 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카·라·쿠·배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 1078곳 중에서 29곳(2.69%)만이 해외시장에서 매출을 올렸다.

전체 부가통신서비스 회사는 4352개였다. 올해 6월 발표된 ‘2022 부가통신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플랫폼 기업 수는 1729곳으로 소폭 증가했는데, 해외 진출 비율은 20.8%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독과점 문제는 나라별로 다르다. 미국과 영국은 오랜 기간 테크 관련 독과점 기업들을 사실상 방치해온 탓에 경제적 해악이 심하다고 판단해 최근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은 직전 회계연도 매출 75억 유로 이상, 시가총액 750억 유로 이상인 플랫폼 기업들을 게이트키퍼(독과점 기업)로 사전에 지정하고, 공정위안案과 동일하게 자사 우대 등 문제 행위를 직접 규제한다. 

미국은 특정 회사들을 사전에 지정하고 있다. 미국 하원은 2020년 16개월 동안 빅테크 기업들의 반독점 혐의를 조사해 ‘디지털 시장 경쟁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미국 전체 산업의 75% 이상에서 소수 독과점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이익을 챙긴 정황이 드러났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미국 하원은 2021년 6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을 정조준해 5개 반독점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근 이들 기업과 치열한 반독점 소송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이는 국내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규제하면 해외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잘 보여준다. 

이번엔 플랫폼 독과점 규제가 결국 해외 플랫폼 기업을 도와줄 것이란 주장의 진위를 살펴보자. 공정위는 올해 4월 구글이 모바일 게임회사들의 앱스토어 게임 출시를 막아서 경쟁을 저해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21억원을 부과했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최근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애플을 전기통신사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고, 공정위는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는 국내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게 해외 플랫폼과 무관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법의 핵심은 사전 지정된 독과점 플랫폼의 4가지 중대 독과점 남용 행위를 금지하는 데 있다. 앞서 언급했듯 ▲끼워팔기, ▲자사 우대, ▲멀티호밍 제한, ▲최혜 대우인데, 세계 각국의 금지 내용과 비교했을 때 특별할 게 없다. 

유럽연합(EU)의 플랫폼 독점 규제를 이끌고 있는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 [사진=뉴시스]
유럽연합(EU)의 플랫폼 독점 규제를 이끌고 있는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 [사진=뉴시스]

1998년 미 법무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운영체제(OS)에 자사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끼워팔기해 경쟁사인 넷스케이프를 제거하려한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2000년 4월 MS를 OS 회사와 애플리케이션 회사로 분할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 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그만큼 끼워팔기 문제는 독과점의 고전과 같은 존재다. 

미국이 2021년 시행한 빅테크 기업 독과점 규제법은 플랫폼이 자사 제품을 우대(self-preferencing)하거나 경쟁사를 차별적으로 취급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런 행위들은 아마존이 지금과 같은 시장지배력을 갖추도록 해준 일등공신과 같은 존재다. 아마존은 지난해 EU의 조사가 시작되자 과징금을 피하려고 자사 우대를 그만두겠다는 이행 조건을 걸기도 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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