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트위시트 나비효과➋
글로벌 톱 플랫폼의 한국 철수
철수 이유로 사용료 탓한 트위치
여론 이통3사에 비난 쏟아내
통신업계 별다른 대응 안 해
여론전 펼쳤던 지난해와 달라
SKB-넷플릭스 맞소송 합의 이후
망 사용료 공론화 잠잠해진 상황
트위치 떠나도 반복 가능성 높아
빌런 취급 벗어나려면 해법 내야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한 트위치(Twitch)가 한국 이통3사를 가격했다. ‘10배나 비싼 망 사용료 때문에 철수한다’고 밝히면서다. 온라인 여론에선 망 사용료를 걷는 이통3사를 악당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통3사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트위치가 한국에서 짐을 싸기로 결정한 이유가 비단 ‘망 사용료’ 때문만은 아닌데도 그렇다. 왜일까. 

통신업계는 망 사용료 논란의 확산을 원치 않는 눈치다.[사진=연합뉴스]
통신업계는 망 사용료 논란의 확산을 원치 않는 눈치다.[사진=연합뉴스]

한국 시장을 떠나기로 결정한 트위치는 ‘망網 사용료’를 경영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댄 클랜시 트위치 CEO는 직접 “대부분의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 높은 네트워크 수수료로 인해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위치 스트리머와 유저는 망 사용료를 수취하는 이동통신3사에 ‘밉상’이란 꼬리표를 붙였다. ‘한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이통3사의 탐욕이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을 한국 시장에서 내쫓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트위치의 망 사용료 부담이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정황도 곳곳에서 나왔다.

대신증권은 “트위치가 연 500억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추산했다. 다올투자증권이 어림잡은 트위치의 지난해 매출(2036억원)과 비교해 보면 4분의 1에 달하는 적지 않은 비용이다. 온라인 여론이 이통3사를 ‘악당(빌런)’으로 취급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다만, 트위치가 한국을 떠나는 게 정말 ‘비싼 망 사용료’ 탓인지를 확인하는 건 쉽지 않다. 무엇보다 “10배 더 비싸다”는 트위치 주장의 근거는 빈약하다. 망 사용료를 얼마나 냈는지, 어떤 국가와 비교해 10배나 높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트위치와 유사한 비즈니스를 펴면서도 실적이 괜찮은 플랫폼도 있다. 대표적인 건 아프리카TV다. 

트위치는 아프리카TV와 함께 한국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유독 트위치만 비싼 망 사용료 때문에 돈을 못 벌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별풍선’으로 유명한 후원 기반의 수익 모델을 갖춘 아프리카TV와 달리 트위치는 마땅한 무기가 없었다. 

트위치의 실적이 변변치 않았던 이유는 또 있다. 트위치는 아마존닷컴의 멤버십 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 생태계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아마존닷컴에 가입하면 트위치를 이용할 수 있는 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마존닷컴이 진출하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다. 트위치가 한국에선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아마존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는 거다. 

■ 이통3사의 침묵 = 트위치의 내부 상황을 살펴보면, 이통3사에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은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맞불을 놓으면 트위치의 주장을 깰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동통신 업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망 사용료 논쟁이 한창 불거졌던 지난해 가을과는 딴판이다. 당시 논쟁의 한복판에도 트위치가 있었다. 이 회사는 한국 시청자만을 대상으로 영상시청 화질을 낮추는 조치를 취하면서 “서비스 제공 비용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트위치가 비싼 망 사용료 때문에 화질 제한 조치를 결정한 것으로 추측했다. 당연히 지금처럼 이통3사는 비난을 받았는데, 이땐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펼쳤다. 

이통3사가 속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공개 질의서를 통해 “트위치가 전격적으로 화질 저하 조치를 시행해 통신사에 상당히 많은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면서 “통신사의 서비스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조치를 취한 게 유감이고 화질 저하 조치 사유, 내용 등을 상세히 알려주면 민원 대응에 활용하겠다”고 따져 물었다. 

트위치가 화질을 제한했던 지난해 9월은 이통3사가 해외 빅테크와 망 사용료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때였다. 이통사들은 ‘국내 빅테크는 망 사용료를 내는데 무슨 근거로 해외 빅테크 기업은 돈을 내지 않느냐’며 몰아붙였고 구글ㆍ넷플릭스 등 해외 빅테크는 ‘해외 통신망에 돈을 내는데 왜 한국에서 또 내야 하느냐’고 맞섰다.

국회 간담회, 온라인 서명 운동 등 열띤 논쟁이 벌어졌지만 누구도 우위를 점하진 못했다. 망 사용료와 관련한 글로벌 표준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 간의 복잡한 셈법만 난무하면서 어느 진영도 여론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애매한 국면에서 트위치의 철수 결정은 “망 사용료를 걷어야 한다”는 이통3사 진영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언급했듯 이통3사는 논쟁보단 침묵을 택했다. 지난해 공개 질의서까지 보내면서 트위치와 맞섰던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도 방어 논리를 꺼내지 않았다. 이는 망 사용료 논쟁이 화해 무드로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논쟁의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었던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소송전이 일단락됐다. 양사는 지난 6월 법원에 망 사용료 관련 소송을 취하하고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통3사가 트위치를 상대로 ‘반박 논리’를 펴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망 사용료 논란을 더 이상 확산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라면서 “지난해 구글과 트위치, 넷플릭스와 여론전을 벌일 때도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괜한 구설수에 휘말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트위치는 한국에서 철수를 결정한 사업자다. 이통3사 입장에선 어차피 떠날 회사라면 ‘조용한 엑시트’를 기대하는 게 낫다. 

망 사용료 논쟁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사진=연합뉴스]
망 사용료 논쟁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사진=연합뉴스]

■ 침묵의 부메랑 = 다만, 이통3사의 침묵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트위치가 떠나더라도 이통3사는 ‘트위시트(Twit-xitㆍTwitch Exit) 악몽’에 시달릴 게 뻔하다. 망 사용료 논쟁이 불거질 때마다 ‘이통3사의 탐욕이 트위치를 떠나게 만들었다’는 주장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이통3사는 망 사용료뿐만 아니라 5G 서비스를 두고도 ‘탐욕스럽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 속도를 구현하지도 못하면서 비싼 요금만 받고 있다는 거다. 이 때문에 이통3사의 수조원대 합산이익은 언제나 ‘박수’보단 ‘공분’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법은 있다. 5G든 망 사용료든 가격 책정의 기준과 서비스의 품질 수준을 제시하고 소비자에게 동의를 얻으면 된다. 여기서 소비자는 유저뿐만 아니라 플랫폼도 포함한다. 같은 맥락에서 트위치로부터 거둔 망 사용료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합리적인 수준이었다는 걸 공개적으로 밝혔다면, 이통3사는 ‘빌런 취급’을 받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최경진 가천대(법학) 교수는 “앞으로도 동영상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고도화한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트래픽 증가로 망 이용 부담 논의는 활발해질 것”이라며 “망 구축ㆍ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누가 어떻게 나눌지를 합의하지 못하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발전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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