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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플랫폼 잇달아 M&A
쿠팡,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
네이버 중고명품 포시마크 인수
플랫폼 기업 독과점 점점 심해져
공정거래위 플랫폼법 추진 예고
尹 대통령, 독점적 이윤 규제 선언
미국·유럽보다 낮은 규제 수준인데
국내 플랫폼 기업들 반발 분위기

# 쿠팡은 18일(미국 현지시간) 온라인 명품 패션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쿠팡은 자사 대주주 중 한 곳인 그린옥스캐피털과 합자회사 ‘아테나’를 설립해 파페치에 5억달러의 대출을 실시했다. 쿠팡은 2020년에도 싱가포르 훅(hooq)을 인수해 자체 OTT인 쿠팡플레이를 출범했다. 

#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거대 독과점 기업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권익을 침해해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를 시정하려는 노력과 함께 강력한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국내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 경쟁 신호탄=쿠팡이 시가총액 2억2670만 달러로 뉴욕증시에 상장했던 파페치를 초기 투자자금 5억 달러(약 6538억원)에 인수한 이유는 간단하다. 파페치를 활용해 글로벌 명품 유통시장에 진출하는 동시에 지난 7월부터 국내에서 시행 중인 ‘로켓럭셔리’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이번 인수로 4000억 달러(약 522조원) 규모의 글로벌 개인 명품시장에서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밝혔다. 

쿠팡의 파페치 인수 목적은 궁극적으로는 네이버와의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쿠팡이 선택한 새로운 플랫폼이 네이버가 지난해 진입한 명품 거래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글로벌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인 포시마크를 12억 달러(약 1조5600억원)에 인수했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근소한 차이로 네이버를 앞서고 있다. 하나증권이 통계청의 이커머스 연간 거래액 통계를 바탕으로 산출한 쿠팡의 온라인거래 시장점유율은 2023년 1분기 기준 21.8%로 네이버의 20.3%보다 높았다. 두 회사의 점유율은 2021년 3분기 18%대에서, 2022년 19%대, 2023년 20%대로 상승했다. 

공정위가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을 규제하려는 상황에서 이번 쿠팡의 인수는 ‘독과점 규제 논의’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은 시장점유율, 매출,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끼워팔기, 자사 우대, 최혜 대우, 멀티호밍 제한(multihoming‧경쟁 플랫폼 이용 방해) 등 독과점 남용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이다.

■ 플랫폼의 독과점=윤석열 대통령이 플랫폼 폐해를 언급하면서 사실상 지원 사격에 나설 정도로 공정위의 국내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추진은 커다란 반발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플랫폼 시장이 지난해 총매출 808조원, 플랫폼 기업들 매출 85조원대로 커졌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이커머스 분야는 배달, 포털 및 검색, 모빌리티 등과 달리 여전히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한 몇 안 되는 분야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쿠팡(24.5%), 네이버쇼핑(23.3%), SSG닷컴(10.0%) 순이다.

3개 회사의 점유율은 57.8%로 일반 기업들에 적용하는 독과점 기준인 3개 회사 합계 점유율 75.0%에서 17%포인트가량이 남아있다. 공정위의 기준이 플랫폼 기업 독과점을 규제하는 미국과 유럽에 비하면 미흡한 면이 많은데도 반발이 거센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국내 명품 온라인 플랫폼으로 한정하면 쿠팡과 네이버는 명품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함과 동시에 ‘독과점 기준’을 훌쩍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국내 명품 플랫폼은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OK몰을 모두 합쳐도 거래액 기준으로 1조70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공정위가 추진 중인 ‘독과점 규제’가 쿠팡과 네이버를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최강국가 vs 최강기업=그렇다면 세계 각국에선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어떻게 규제하고 있을까. 미국은 2021년 6월 독과점 플랫폼으로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를 점찍고, 이들을 규제할 5개 반독점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동시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수장에 1989년생 리나 칸을 임명했다. 리나 칸 위원장은 로스쿨에 다니던 2017년 ‘아마존 반독점의 역설(Amazon antitrust paradox)’이란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은 인물이다. 

칸 위원장은 논문에서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의 독점을 바로잡는 방법도 제시했다. 먼저 독점 플랫폼이 하나의 상품에서 손실을 봐도 다른 방법으로 이를 메우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이 다른 기업들을 인수해 지렛대효과를 누리고, 경쟁사를 배제하지 못하도록 플랫폼의 인수‧합병(M&A)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사실상 독점 플랫폼을 해체하라는 주장이다. 칸은 기업 해체의 대안으로 독점 플랫폼을 인정하되 이를 공공재와 필수시설로 취급해 경쟁을 없애지 않도록 공용사업자의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이 리나 칸을 선임해 빅테크 기업들과 독과점 전쟁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GAFA가 기술기업의 창업을 촉진했을 것이란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론 별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창업하는 스타트업의 수는 독점 플랫폼들이 가장 활발했던 2014년 40년 만에 최저치인 45만2835개를 기록했다. 미국 인구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1970년대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서 창업되는 기업 수는 50만~60만개 수준이었다.

이를 아마존의 역사와 겹쳐보면 다음과 같다. 아마존은 1994년 창업하고, 웹호스팅 사업인 AWS를 2002년에, 수십억 달러 적자를 감수한 배송 서비스(아마존 프라임)를 2005년에 시작했다.

2006년에는 OTT인 프라임 비디오를 출시하고, 2007년 킨들을 론칭한 다음 2010년 전자책 시장에 진출했다. 2014년에는 스트리밍 회사 트위치를 인수했고, 2017년에는 오프라인 식료품 회사인 홀푸드를 인수했다. 

둘째, FTC의 손발을 묶었던 ‘2015 반독점 정책(2015 antitrust policy statement)’이 지난 2021년 6년 만에 폐기됐기 때문에 독과점 규제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리나 칸은 취임 직후 이 정책을 폐지했다. 

셋째, 페이스북과 구글, X(옛 트위터)가 지난 미국 대선과 관련돼 이용자 정보를 유출하고, 러시아 정부의 광고를 받은 정황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2016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회사가 페이스북 가입자의 프로필을 동의 없이 수집해 정치 선전에 활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마크 저커버그 CEO는 2018년 3월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러시아 정부가 미 대선에 개입한 문제로 2년 동안 특검이 진행됐던 ‘러시아 스캔들’에도 이들 플랫폼은 빠짐없이 등장했다. 

요미우리신문의 고바야시 야스아키 기자는 미국 GAFA 기업의 폐해를 다룬 「국가가 거대 IT기업에 이길 수 있을까」라는 책에서 “미국은 지금까지처럼 다른 나라가 아닌 거대 IT기업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독점 플랫폼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얼굴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 네카라쿠배의 미래=미국에 GAFA가 있다면, 한국에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가 있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교수는 2018년 GAFA의 독점 폐해를 지적한 「플랫폼 제국의 미래」 한국어판 서문에 “(한국에서) 소비자에게 좋은 것이 과연 사회에도 언제나 좋을까 하는 질문이 제기되길 바란다”고 썼다. 

이 질문은 5년의 시간을 거쳐 우리에게 되돌아왔다. 플랫폼 산업이 커지면서 관련 기업이 늘어나는 대신 시장 집중도가 더 악화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택시중개시장, 가맹택시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94.0%, 74.0%에 달한다. 

데이터 분석 회사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11월 배달앱 시장에서 월간 사용자 기준 점유율은 배달의 민족이 65.0%, 요기요가 20.0%, 쿠팡이츠가 15.0%다. 공정위는 2021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 인수를 승인하는 대신 요기요를 매각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카카오톡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4778만명으로 약 9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금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 13일 택시4단체와의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사진=뉴시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금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 13일 택시4단체와의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사진=뉴시스]

다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돌아오면, 내년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보다 6.8% 늘어난  240조여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이베스트투자증권). 쿠팡과 네이버가 글로벌 명품 쇼핑 플랫폼을 인수한 결과를 포함하지 않은 전망치다. 네이버와 쿠팡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도 20% 초반에서 상당 부분 확대할 전망이다. 

과거 반독점 규제가 제품과 서비스 가격 인하를 유도해 소비자의 혜택에만 신경을 썼다면,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디지털 플랫폼 독점 규제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진출했거나 입성하려는 기업들과의 문제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그간 집중된 시장점유율로 자본을 축적하고, 본격적으로 M&A 시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플랫폼법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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