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공병훈의 맥락
인류 최초 문자 미디어➊
후두음을 내는 인류
말 통한 의사소통 탄생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
점토판에서 탄생한 책

찰스 다윈은 인류의 말의 기원을 “언어가 다양한 자연의 소리와 다른 동물들의 소리, 그리고 인간 자신의 본능적 울음소리들을 모방하고 수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인류의 가장 오래된 미디어는 ‘말(language)’이며, 인류가 영원히 사용할 미디어이기도 하다. 공병훈의 맥락, 이번엔 인류의 영원한 미디어 ‘말’을 논해보자.

프랑스 남부의 쇼베 동굴 벽화.[사진=더스쿠프 포토]
프랑스 남부의 쇼베 동굴 벽화.[사진=더스쿠프 포토]

말은 인간이 지닌 최소한의 소통방식이자 최후의 소통방식이다. 인류가 사는 곳이 아무것도 없는 진공 상태가 된다면 말은 더 이상 인류의 미디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말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리 기호로 인류가 처음 사용한 메시지 전달방식이자 영원히 사용할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사실 여러 형태의 목소리를 내고 억양을 바꿀 수 있는 건 인간만이 아니다.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동물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목구멍 벽과 혀뿌리를 마찰해 내는 소리(후두음喉頭音)를 명확하게 발음한다.

분명한 건 인간이 진화하면서 원시적인 언어 수단이든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든 말을 통한 의사소통 체계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언어학자들은 언어의 기원을 10만년에서 5만년 전으로 추측하고 있다. 

말은 목구멍을 통해 나타나는 소리여서 그 장소 그 시간에만 들을 수 있다. 문자는 말을 기록하기 위해 생겨나거나 만들어졌다. 뜻이나 소리와 결부되는 기호와 상징을 돌ㆍ진흙ㆍ나무와 같은 물체에 기록하면서 문자가 탄생했다. 그림으로 만든 기호를 쓰거나 사물을 그림으로 표현해 약속된 뜻을 전했을 것이다.

그림기호나 그림문자는 미적인 의도로 꾸며 만드는 그림과 달리 단지 의사전달을 중시했다. 그림기호는 사실, 사람, 사물을 확실하게 구별할 목적으로 쓴 기호다. 어떤 기호와 사물 사이에 상관관계가 세워지면 사람들은 점점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말을 기호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사람들은 사자를 죽이는 사건을 기록할 때 더이상 ‘사람이 손에 창을 들고 사자를 죽이는’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어졌다. 그림 대신에 ‘사람’ ‘죽였다’ ‘사자를’을 나타내는 관습적인 기호 3개를 써서 ‘사람이 사자를 죽였다’란 말을 기록할 수 있었다.

같은 식으로 ‘5마리의 양’을 기술記述하는 방법으로 5마리 양을 따로따로 그려야 할 것을 두 단어와 대응하는 기호 2개를 써서 나타낼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문자는 말 또는 언어를 기록하기 위한 상징체계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임에 틀림없다. 문자가 없었다면 인류는 자신들의 지식과 생활을 작성해 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류의 최초 문자는 기원전 3000년께부터 기원후 1세기께까지 많이 사용한 쐐기문자(cuneiform scriptㆍ설형문자)다. 설형문자로 작성한 최초의 문서는 BC 3000~ 1000년대에 메소포타미아 남부와 칼데아(Chaldea) 주민들이 사용하던 수메르어로 쓰였다. 우루크 유적에서 발견된 이 문서는 상형문자 양식의 설형문자로 작성됐고, 사물은 그림으로, 숫자는 짧은 선이나 원의 반복으로, 고유명사는 수수께끼 풀이원칙으로 표시됐다.

인류가 문자를 발명한 후 ‘책의 기원’이라 불리는 점토판과 파피루스 두루마리가 만들어지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문자가 기록된 현존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유적은 점토판이나 석판에 남은 것들이다. 책의 기원으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과 이집트의 파피루스 두루마리는 대략 BC 3000년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병훈 협성대 교수 | 더스쿠프
hobbits84@naver.com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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