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아성 흔들리는 K-드라마
한국 작품 잇달은 흥행 실패
스위트홈 시즌2·독전2 등
전작 명성 잇지 못하고 있어
소재보단 서사에 집중해야

요즘 들어 한국 드라마들이 세계 무대에서 잇달아 쓴잔을 마시고 있습니다. 수백억원을 투자하고, 명배우들이 열연을 펼쳤는데도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독전2, 스위트홈 시즌2도 전작의 명성에 흠집만 냈습니다. ‘K-드라마’가 이젠 세계 무대에 통하지 않는 걸까요?

독전2는 독전의 명성을 잇지 못했다.[사진=넷플릭스 제공]
독전2는 독전의 명성을 잇지 못했다.[사진=넷플릭스 제공]

최근 OTT를 통해 방영 중인 이른바 ‘K-드라마’의 흥행 성적에 먹구름이 끼고 있습니다. 2023년 국내 넷플릭스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주목을 받았던 작품 드라마 ‘경성크리처’가 대표적입니다. 경성크리처는 톱스타 박서준·한소희 출연에 일제강점기란 배경과 ‘크리처(괴물)’가 등장하는 독특한 시나리오가 어우러진 덕분에 언론의 조명 세례를 받았습니다.

여기엔 7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도 한몫했습니다. 2022~2023년 두해에 걸쳐 대박을 친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제작비 600억원)’, 이듬해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500억원)’보다도 더 많습니다.

기대감을 한껏 모은 경성크리처는 2023년 12월 22일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총 10회 중 7회를 선공개했고, 나머지 3회는 지난 5일에 공개했습니다. 넷플릭스 인기작 ‘기묘한 이야기’나 ‘더글로리가’ 한 시즌을 2개로 쪼개 방영해 구독자를 붙잡은 전략을 경성크리처에도 적용한 셈입니다.

문제는 경성크리처의 인기가 예상보다 뜨겁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론 넷플릭스의 어마어마한 마케팅 지원사격 덕분에 초반엔 반응이 좋았습니다. OTT 콘텐츠 순위를 다루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경성크리처는 2023년 12월 26일 넷플릭스 TV 시리즈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4일 후인 30일엔 2단계 하락해 3위에 머물렀죠.

방영한 지 2주일이 흐른 2일 기준 경성크리처의 순위는 229점을 기록해 7위로 하락했습니다. 1위를 기록 중인 ‘베를린(873점)’과 4배 가까운 점수 차이가 납니다. 더글로리가 공개 후 4주간 글로벌 1위(넷플릭스 기준)를 놓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경성크리처의 부진은 더 도드라집니다.

지난 5일 공개된 세편이 국내 시청자 사이에서 호평을 받긴 했습니다만, 현재 넷플릭스 TV 시리즈 부문 글로벌 8위(6일 기준)로 여전히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전작의 입지가 탄탄했던 후속작들도 줄줄이 쓴잔을 마시고 있습니다. 한국영화 ‘독전’의 후속작인 ‘독전2’가 그랬습니다. 1편이 국내 관객 수 520만명을 모은 인기작이어서인지 독전2는 영화 마니아의 이목을 잡아끌었죠.

그랬던 독전2는 2023년 11월 17일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했는데, 결과는 썩 좋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공개 첫주엔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중 4위를 기록했지만, 2주 뒤에 18위를 기록하며 순위권에서 밀려났습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같은 해 12월 1일에 공개한 ‘스위트홈’ 시즌2도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공개 첫주에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에서 11위를 기록해 톱10에 들지도 못했습니다. 전작인 스위트홈 시즌1이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넷플릭스 미국 톱10에 진입하고, TV쇼 부문 글로벌 순위 3위(플릭스패트롤)를 달성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입니다. 어찌 보면 두 작품 모두 ‘1편만 못한 속편’이란 영화·드라마 업계 공식을 입증한 꼴이 돼버렸습니다.

수백억원의 투자비를 쏟아붓고, 전작을 통해 흥행성을 입증했던 작품들이 왜 이렇게 초라한 결과를 낸 걸까요? 이 질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며 입을 모읍니다.

이헌율 고려대(미디어학) 교수는 “괴물은 ‘기묘한 이야기’ ‘킹덤’ ‘스위트홈’ 등에서 사용한 단골 소재여서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진부한 아이템이다”면서 “이를 어떻게 스토리에 잘 녹여낼 것인가가 관건인데, 경성크리처는 시청자들에게 만족스러운 답을 주지 못한 듯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독전2나 스위트홈 시즌2를 향한 시청자들의 평가도 이와 비슷합니다. 개성적인 캐릭터들과 반전 매력,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였던 전작과 다르게 독전2에선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스위트홈 시즌2도 마찬가집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스토리만 벌여놓고 마무리를 못했다’ ‘짜임새가 부족하다’는 시청자들의 혹평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같은 흥행 실패를 통해 한국 드라마 업계가 짚어봐야 할 점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더 이상 시청자들이 ‘K-드라마’란 이유만으로 작품을 시청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드라마 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서사다. 아무리 소재가 참신하고 참여한 배우 인기가 많아도 서사가 빈약하면 시청자가 납득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흥행했던 드라마들은 하나같이 서사가 탄탄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단순하게 ‘K-드라마=흥행 보증수표’라는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

물론 최근 방영한 한국 드라마가 모두 흥행에 실패한 건 아닙니다. 탄탄한 스토리에 참신한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이 조화를 이뤄 ‘대박’을 친 작품도 적지 않습니다. 2023년 12월 15일 공개된 티빙의 오리지널 웹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가 대표적입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글로벌 OTT 서비스인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해외에서도 방영했는데, 40여개국에서 시청 순위 톱10에 들 정도로 인기몰이에 성공했습니다. 영화·드라마 비평 사이트 iMDB에서 10점 만점에 9.1점이란 높은 평점도 받았죠.

이 작품은 앞서 언급한 드라마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리뷰 사이트에 남긴 시청자들의 감상평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탄탄한 서사’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주인공이 타인의 몸속으로 들어가 벌을 받는다는 독특한 소재와 서인국·오정세·박소담·고윤정 등 10명이 넘는 주연급 배우의 열연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24년에도 글로벌 OTT 시장을 주무대로 삼은 수많은 한국 드라마들이 론칭합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건 올해 연말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후속편입니다. 웹툰이 원작인 ‘살인자o난감’은 넷플릭스에서 2월에, 시즌2에서 고배를 마셨던 스위트홈 시즌3는 여름에 방영할 예정입니다. 과연 K-드라마는 2024년에도 흥행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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