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팬데믹에 몸집 키운 배달앱
하지만 점점 치솟는 배달비에
소비자들 하나둘 배달앱 이탈
고물가까지 겹쳐 부담 이중고
소비자 이탈에 요금 체계 변화
소비자 얼마나 체감할 수 있나

“배달비 부담을 낮추겠다.” 최근 배달앱 업계가 배달비를 손보고 있다. 장기화하는 고물가에 배달음식 가격이 치솟고 배달비마저 오르자 배달앱 시장에서 이탈하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배달비를 또다시 끌어올린 배달앱의 탐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팬데믹 이후 몸집을 키워온 배달앱은 이전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배달비 체계는 점점 더 쪼개지고, 비용도 갈수록 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배달비 체계는 점점 더 쪼개지고, 비용도 갈수록 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직장인 김성민씨는 일주일에 한두번 배달음식을 시켜먹는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시간 맞춰 미리 주문을 해놓고 그걸로 저녁식사를 해결하거나, 주말에는 야식으로 시켜먹기도 한다. 치킨이 주를 이루지만 보쌈, 마라탕 등도 종종 주문한다.

문제는 최소주문액을 채우려면 이것저것 추가해야 하는 데다, 배달비까지 더해지니 식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일쑤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성민씨는 앞으론 포장주문만 이용하기로 했다. “다소 귀찮아지겠지만 발품을 조금만 팔면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급성장했던 배달앱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월간 결제자수는 감소세다. 2022년 5월 2416만명이던 결제자수는 11월 2309만명으로 줄었고, 2023년 11월엔 1910만명까지 감소했다.

결제액도 당연히 급감했다. 2023년 8월 2조300억원이었던 3사 배달앱 합산 결제액은 11월 1조5800억원으로 22.2%가 쪼그라들었다. 결제자수는 2020년 12월(1875만명), 결제추정금액은 2020년 11월(1조2200억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적다.

그렇다면 승승장구하던 배달앱 시장은 왜 이토록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는 걸까. 여기엔 ‘비싼 배달비’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의 ‘이탈’이란 변수가 숨어 있다. 이번엔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의 설문조사를 보자.

오픈서베이가 전국 20~5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배달서비스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은 1년 전과 비교해 “배달서비스 이용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배달비가 비싸져서’가 83.9%(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배달음식 가격 비싸져서(56.9%)’였다.

그렇다면 비싸서 줄인 평균 배달비는 얼마일까. 같은 조사에서 평균 배달비(1회 기준)는 3933원으로 나타났다. 오픈서베이는 “배달비 이슈는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물가 상승과 겹치며 소비자의 부담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대체 배달비가 얼마나 비싸기에 소비자들이 그토록 애용하던 배달앱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걸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022년 2월부터 매달 배달비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25개 구에서 각 2개 동을 정해 배달비를 조사하는데 최근 발표한 11월 둘째주 토요일 오후 배달비를 보자.

비교 기준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배달앱을 이용해 동일 업체에서 최소주문액을 주문했을 때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달비다. 비교에 앞서 배달앱의 배달서비스부터 구분해보자.

배달의민족의 배달은 한명의 배달기사가 여러 개를 동시에 배달하는 ‘배달의민족 묶음’과 한명의 배달기사가 한집에만 배달하는 ‘배민1’으로 나뉜다. 이중 배민1은 다시 ‘한집배달’과 ‘알뜰배달’로 나뉘는데, 알뜰배달은 동선이 비슷한 두 곳을 묶어서 배달하기 때문에 한집배달보다 시간이 다소 늦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집배달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요기요의 배달비도 ‘가게배달’ ‘한집배달’ ‘실속배달’로 나뉘는데, 구분은 배달의민족과 비슷하다. 쿠팡이츠는 한집배달과 근접 주문을 함께 배달하는 ‘세이브배달’을 운영하고 있다.[※참고: 쿠팡이츠와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 위해 배달의민족 ‘배민의민족 묶음’과 요기요 ‘가게배달’ 배달은 제외한다.]

배달앱에서 이탈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배달앱에서 이탈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배달비는 거리 구간으로 ▲2㎞ 미만, ▲2㎞~3㎞ 미만, ▲4㎞ 미만으로 구분해 책정한다. 먼저 배달의민족을 보자. 배민1의 한집배달은 2㎞ 미만일 때 3000원이다. 2㎞~3㎞ 구간은 3770원, 4㎞ 미만은 평균 5310원을 지불한다. 근거리 묶음배달인 알뜰배달은 각각 2200원, 2970원, 3940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요기요는 어떨까. 한집배달은 3300원, 3500원, 5800원 순이고 실속배달은 2000원, 3000원, 4500원 순이다. 쿠팡이츠는 구간별 기본 배달비가 3900원, 4500원, 5100원이고 세이브배달은 이보다 1000원씩 저렴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11월 배달비는 지난 9월과 비교했을 때 다소 올랐다. 배달의민족 알뜰배달은 2㎞ 미만 구간 배달비가 9월 2100원에서 11월 2200원으로 올랐고, 요기요는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상승했다.

쿠팡이츠는 인상폭이 더 컸다. 3000원이던 배달비가 3900원으로 900원 오른 거다. 2㎞~3㎞ 미만은 3000원에서 4600원으로 무려 1600원이나 배달비가 뛰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평균 20.8% 업체의 배달비가 올랐다”면서 “배달앱 3사 중 배민1(알뜰배달)이 가장 많이 올랐는데 그 인상폭이 평균 61.3%”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배달비가 점점 오르니 가뜩이나 고물가에 힘겨운 소비자들이 배달앱 이탈에 나서고 있는 거다. 팬데믹 기간에 몸집을 키우는 데 성공한 배달업체들이 고물가를 이유로 가격을 인상한 데 따른 반감이 소비자의 이탈을 부채질한다는 분석도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 매출 2조9471억원, 영업이익 424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직전 해 대비 46.7 % 늘었고, 영업이익은 2018년 이후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2021년 757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이 2022년 4241억원으로 급성장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쿠팡이츠는 어떨까. 운영사인 쿠팡이츠서비스의 매출은 2021년 5959억원에서 2022년 7233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5억원 적자에서 14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배달업계는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3분기 누적치를 감안했을 때 실적이 좋아졌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가령, 쿠팡이츠를 포함한 쿠팡의 신사업 부문 매출액은 2023년 3분기(누적 기준) 5억1600만 달러(약 6718억원)로 전년 동기 4억9400만 달러(약 6436억원) 대비 4.5% 증가했다. 

이 때문인지 배달앱 업계는 최근 배달비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입점 업주의 운영 편의성을 높이고 고객 부담을 낮추겠다”며 한집배달과 알뜰배달을 합친 ‘배민1플러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요기요는 무료 배달 멤버십 ‘요기패스X’의 구독료를 월 9900원에서 4900원으로 인하했다. 

배달비 부담을 덜어 이탈하려는 소비자들을 잡아두겠다는 건데,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배달비에 변화를 준다고 한들 얼마나 체감할 수 있을까.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소비자는 비용 문제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이유로 배달앱을 이탈하는 소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달업계가 변화를 꾀한다고 한들, 떠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긴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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