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자영업자 부부 3편
추가소득 기대할 수 없다면
기존 지출 과감히 줄여야
컷트·의류비가 주요 타깃
배달음식도 과소비 원인

요즘 알뜰살뜰 사는 부부들이 참 많다. 먹을 것, 입을 것 줄여가며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열심이다. 그럼에도 가계부가 좀처럼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하나뿐이다. 좀 더 독해질 필요가 있다. ‘이런 것까지 줄여야 하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30대 자영업자 부부의 ‘눈물겨운 지출 다이어트’ 과정을 도왔다.

추가소득을 기대할 수 없다면 목돈을 모으기 위해 더 과감히 지출을 줄여야 한다. 이를테면 미용비 같은 것 말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추가소득을 기대할 수 없다면 목돈을 모으기 위해 더 과감히 지출을 줄여야 한다. 이를테면 미용비 같은 것 말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영업자의 겨울은 차갑다. 재료비·인건비는 계속 오르기만 하는데 불경기인 탓에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는다. 외식업이 특히 그렇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는 79.42로 2분기 연속 감소했다. 4분기 전망지수도 83.85로 전년 동기 대비 11.13포인트 급락했다. 이 때문인지 “경기 전망이 코로나19 팬데믹 수준으로 회귀했다”는 목소리가 외식업계에서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상품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으니 재료비를 줄이는 건 어렵다. 아르바이트생 대신 자신이 몸으로 때워 인건비를 절감하는 게 최선이다. 요즘 자영업자 사이에서 혼자서 가게를 보는 ‘나홀로 사장님’이 늘고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자영업자 양서훈(가명·35)씨와 그의 아내 한은서(가명·34)씨 부부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컵과일가게를 시작한 지 이제 6개월차에 접어든 양씨는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고 직접 가게를 운영 중이다.

그렇게 아등바등 일해 한달에 손에 쥐는 금액은 월평균 150만원으로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한다. 양씨는 “치열한 창업 시장에서 적자가 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이것만으론 가계를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진 중견기업에 다니는 아내가 부족한 수입을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가계부가 적자로 돌아서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나빠졌다. 이대로 가면 “언젠가 컵과일 가게를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부부를 엄습했지만, 아무리 지혜를 맞대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고민 끝에 부부는 필자의 상담실을 방문해 조언을 구했다.

지금까지의 상담 결과는 이렇다. 먼저 부부의 가계부 상태다. 총 소득은 450만원으로 언급했듯 양씨가 컵과일 가게로 150만원 수익을 올리고, 아내 한씨가 30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307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60만원, 금융성 상품 100만원 등 467만원이다. 월 17만원 적자를 보는 셈이다.

부부는 필자와 함께 곧바로 지출 줄이기에 들어갔다. 가게 운영비(30만원), 식비·생활비(20만원), 통신비(8만원), 교통비·유류비(10만원) 등 68만원을 줄여 적자 17만원을 흑자 51만원으로 전환하는 데까진 성공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부의 재무목표인 ‘내집 마련’ ‘노후준비’ ‘해외여행’ 3가지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가 보기에도 여기서 지출을 더 줄이기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어쩌겠는가. 지금은 마른 수건이라도 쥐어짜야 하는 상황이다.

자영업자의 가게 지출과 ‘가계’ 지출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영업자의 가게 지출과 ‘가계’ 지출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래서 재무목표를 조정하기로 했다. 먼저 해외여행을 보자.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해외여행(3박4일 기준)에 쓰는 비용은 평균 115만7000원으로 국내여행(33만9000원)의 약 3.4배에 달한다. 부부의 재정상태로는 이 비용을 충당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지금으로선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을 다니는 게 최선이다. 이런 측면에서 해외여행은 재무목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내친김에 비정기지출(월평균 60만원)도 손봤다. 지출항목 중 휴가·여행비를 100만원(이하 1년 기준)에서 80만원으로 20만원 줄였다. 앞서 언급한 통계 결과를 반영해 국내여행 2번은 다녀올 수 있는 금액만 남겼다. 야속하게 보이겠지만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같은 이유로 미용비(200만원)도 줄였다. 평소 양씨는 머리를 자를 때 양옆 머리를 누르는 ‘다운펌’ 시술을 함께 받는다. 다운펌을 하면 매번 스타일링을 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커트 비용이 2~3배로 불어난다. 양씨는 이제부턴 머리를 자를 때 다운펌은 받지 않기로 했다.

아내도 염색 횟수를 줄여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용비는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100만원 줄었다. 아울러 부부의 동의하에 200만원씩 쓰는 의류비도 170만원으로 30만원 줄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월평균 60만원씩 쓰던 비정기지출을 47만원으로 만들어 13만원을 최종적으로 절감했다.

이번엔 정기지출로 다시 눈을 돌렸다. 지난 상담에서 이곳저곳을 줄여서 추가 절감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 세밀하게 살폈다. 지출 줄이기 ‘단골메뉴’인 보험료(20만원)가 그랬다.

자녀가 없는 2인 가구치고 액수가 그리 크지 않은데, 다행히 줄일 구석은 있었다. 아내는 보험 중 기본보장과 암·뇌·심장 등 3대 질병에 관한 진단비·수술비만 남기고 다른 보장을 대폭 줄였다. 남편의 경우, 가게 화재가 발생했을 때의 배상책임을 지는 보험과 운전자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지난 상담 때도 언급했지만 가게 지출과 가계부 지출은 엄격하게 분리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소득·지출 구분이 명확해져 효과적으로 가계부를 운영할 수 있다. 남편은 앞서 언급한 보험들을 가게 예산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부부는 보험료를 20만원에서 14만원으로 6만원 줄였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마지막으로 각자 30만원씩 쓰던 부부의 용돈을 10만원씩 줄이기로 했다. 30대인 부부가 한달에 20만원으로 생활하기가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당분간만 이렇게 생활하기로 하고 상황이 좀 나아지면 부부의 용돈부터 늘리자”고 부부를 다독였다.

이렇게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비정기지출 13만원(월평균 60만→47만원), 보험료 6만원(20만→14만원), 용돈 20만원(총 60만→40만원) 등 39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여유자금도 51만원에서 90만원까지 늘어났다.

자! 이제 최종 장만 남았다. 부부는 90만원으로 ‘내집 마련’과 ‘안정된 노후’를 설계해야 한다. 여전히 자금이 부족하지만, 다행히도 부부는 한달에 100만원씩 적금에 들고 있다. 이 금액까지 당겨서 알뜰살뜰 재무솔루션을 세우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 과정은 마지막편에서 상세히 소개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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