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
視리즈 21대 금배지 악습의 기록
금배지: 근원적 숫자의 검증
정쟁의 늪에 빠져 입법행위 소홀
법안 가결 1건당 비용 1억원 훌쩍
정치신인 2억5892만원 혈세 쓴 격
총선 임박하자 공약 또 내놓고
영입인재 ○호 외치면서 홍보전
영입인재 성적표 검증하지 않아
입법에 소홀한 입법기관 자화상

21대 국회는 입법기관다운 면모를 보였을까. 의문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21대 국회는 입법기관다운 면모를 보였을까. 의문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 22대 총선 D-70. ‘민생 밖’에서 정쟁을 일삼던 금배지들이 또 국민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겉만 그럴듯하게 포장한 공약을 늘어놓은 채 ‘국민을 위해’란 수식어를 곳곳에 붙인다. 하지만 지금껏 내놓은 공약을 얼마만큼 이행했는지, 공약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법안을 만들었는지는 고찰하지 않는다. 그저 공약의 성찬盛饌만 차려놓으면 끝이다.

# 거대 양당의 수장은 한술 더 뜬다. 틈만 나면 “인재를 영입했다”면서 1호·2호 등 꼬리표를 붙이지만 정작 그들이 국민을 섬길 자격을 갖췄는지, 기존 영입인재의 성적표가 어땠는지는 제대로 따져보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 ‘영입인재’라고 추켜세우면 끝이다. 

# 금배지는 ‘법法’으로 말한다. 헌법상 입법기관의 책무다. 금배지들도 “입법기관을 뭘로 보고…”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걸 보니, 이쯤은 알고 있을 게다. 그럼 21대 금배지들의 지난 4년간 입법 성적표는 어떨까. 영입인재란 찬사를 받으며 21대 국회에 입성한 초선 금배지들은 뭐가 좀 달랐을까.

#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21대 금배지 악습의 기록」를 다시 연재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진행했던 22대 총선 특별기획의 연장선으로, 이번 주제는 ‘금배지: 근원적 숫자의 검증’이다. 그 첫번째 편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이다. 

‘일하는 국회’를 선언했던 21대 국회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일하는 국회’를 선언했던 21대 국회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 근원적 숫자 

1, 2, 3, 4…. 근원적 숫자는 간결하고 단출하다. 그래서 인간의 관점이나 경험이 투영될 여지가 없다. 밑단의 데이터(Raw data)만 조금만 바꿔도 결괏값이 달라지는 통계와 가장 다른 점이다.

이런 숫자의 용례用例는 다양하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지니계수 등 경제적 가치를 따질 때 주로 쓰인다. CEO의 성과를 조명하거나 꼬집을 때 활용되기도 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 황금 몸값과 두 CEO

2023년 7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임원급여 분석회사 ‘C-스위트 콤프’의 자료를 인용해 1억 달러(약 1337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CEO를 공개했다. 1위는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CEO 스티븐 슈워츠먼(Stephen A. Schwarzman), 2위는 렌터카 업체 허츠의 CEO 스티븐 셰어(Stephen M. Scherr)였는데, 연봉은 각각 2억5300만 달러, 1억8200만 달러에 달했다. 팀 쿡 애플 CEO의 그해 급여 패키지가 9900만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황금 몸값’이나 다름없었다.
 
# 숫자의 분절법 

두 CEO는 WSJ 보도 이후 ‘논란의 테이블’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의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2022년도 성과를 기반으로 ‘2023년 급여 패키지’를 설정한 슈워츠먼 CEO는 변명거리라도 있었다. 반면, 2023년 주가가 20% 넘게 빠지는 걸 방어하지 못한 셰어 CEO는 ‘돈만 잔뜩 챙긴 리더’란 꼬리표를 떼내지 못했다. 

그의 성적표는 대체 어느 정도였을까. 숫자를 일일이 쪼갠 다음 ‘근원’을 분석해보면, 투자자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 2023년 허츠 시총 감소액 
  14억2517만3101.95달러 
• 스티븐 셰어 CEO 2023년 연봉 
  1억8200만 달러
•월급 1달러당 시총 7.83달러 감소 

# 금배지 가치평가

이렇게 ‘근원적 숫자’를 파악하면 기업이나 CEO의 체감 성적표, 더 나아가 정부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그럼 이 용례를 억대 연봉을 챙기고 있지만 본업(입법활동)엔 별 관심이 없는 금배지(국회의원)에게 대입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1대 금배지들은 지난 4년 동안 ‘효율적 가치’를 창출했을까.

# 혈세 쏟아붓기

자! 이쯤에서 금배지의 근원적 숫자를 구해보자. 금배지의 연봉은 1억5426만원(2022년 기준)이다. 여기에 소모품 구입비, 우편비·전화요금, 보좌직원 택시비, 국민에게 보내는 의정문자 발송료, 차량 유지비·유류비 등 특혜성 지원금 1억1276만원을 합치면 수령액은 2억6702만원으로 불어난다. 금배지만 달면 매월 2225만원이 생긴다는 건데, 이는 임금노동자 평균 소득의 6.8배에 이른다. 

이렇게 비싼 몸값의 금배지들이 21대 국회에서 만들어낸 법안은 2754건에 불과하다(이하 2024년 1월 15일 기준·이하 15일 전에 사퇴한 허은아 전 의원 제외). 금배지 299명이 4년간 챙긴 보수가 대략 3193억5592만원(2억6702만원×4년×299명)이라는 걸 감안하면, 법 하나 만드는 데 1억1596만원을 쏟아부은 셈이다. 명백한 밑빠진 독에 혈세 붓기다.

그럼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21대 국회에 입성한 ‘영입인재’란 사람들은 뭐가 좀 달랐을까. 답은 씁쓸하다. 21대 여야 영입인재 72명이 만들어낸 법안은 297건으로, 법 하나당 2억원이 훌쩍 넘는 혈세를 써댔다. [※참고: 영입인재 72명의 기준은 파트1에서 자세히 기술했다.] 

# 뻔뻔함의 극치  

누군가는 법을 만들지 못한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법안 통과를 막은 세력은 저들”이라며 상대편을 향해 삿대질을 한다. 궤변이다. 2020년 출범한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선언하면서 국회법을 개정했는데,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국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는 매달 2회 이상, 법안을 심사하는 법안심사위는 매달 3회 이상 열겠다.”

4년이 흐른 지금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기존 금배지든 영입인재든 법안을 뒷전으로 미룬 채 채 정쟁에 몰두했다. 여야 모두 똑같았다. 그래놓고 입만 열면 ‘입법기관을 뭘로 보고…’라면서 불만을 털어놓는다. 뻔뻔함의 극치다. 

거대 양당이 영입인재를 줄줄이 영입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영입인재가 어떤 의정활동을 했는지는 고찰하지 않는다. [사진=뉴시스]
거대 양당이 영입인재를 줄줄이 영입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영입인재가 어떤 의정활동을 했는지는 고찰하지 않는다. [사진=뉴시스]

# 입법 신경 안쓰는 입법기관

또다시 총선이 다가온다. 며칠 전까지 ‘민생 밖’에서 다투던 금배지들은 이제 누군가의 마음을 탐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 마음이 윤심이든 이심이든 한심이든 모조리 한심하다.

추종세력을 줄줄이 매단 거대 양당 수장들도 염치없긴 마찬가지다. 틈만 나면 인재를 영입했다면서 1호·2호 등 꼬리표를 붙이지만 그들이 정말 인재인지, 그 전 영입인재가 얼마나 형편없는 성적표를 냈는지는 고찰하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 영입인재라고 추켜세우면 끝이다. 

이런 정치꾼들을 대체 어찌해야 할까. 입법에 별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입법기관’이라 칭하는 이들에게 우린 언제까지 혈세를 헌납해야 할까. 과연 22대 총선에선 진짜 입법기관을 만날 수 있을까. 글쎄, 답을 찾기 어렵다. 

이윤찬 더스쿠프 편집장 
chan4877@thescoop.co.kr
  
강서구·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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