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21대 금배지 악습의 기록
22대 총선 특별기획 4편
21대 정치신인 4년의 성적표
국회 정치신인 72명 입법 분석
대표발의 법안 4년간 5800건
국회 문턱 넘긴 건 297건에 그쳐
정치신인 법안 가결률 5.1%
국회의원 전체 평균 절반 수준
정치신인 법안활동 경제적 가치
법안 하나당 2억5892만원 투입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인재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능하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 유권자의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렇게 정치권에 들어온 정치신인이 국회의 변화를 이끌어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21대 국회 정치신인의 법안활동 성적표를 분석했다. 더스쿠프의 22대 총선 특별기획 ‘21대 금배지: 악습의 기록’ 네번째 편이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정치신인의 입법활동 성적표는 생각보다 저조했다.[사진=뉴시스] 
21대 국회에 입성한 정치신인의 입법활동 성적표는 생각보다 저조했다.[사진=뉴시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본격적인 선거 정국에 돌입했다. 이럴 때면 으레 들려오는 소식이 있다. 인재를 영입했다는 거다. 각 정당은 ‘영입인재 ○호란 타이틀을 달고 정치신인을 모집하기 위해 힘을 쏟는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정치적 레토릭을 남발하면서 정치신인을 발굴한다. 

4·10 총선을 앞둔 지금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새로 영입한 인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영입인재는 타이틀에 걸맞게 출신도 다양하다. 변호사를 비롯해 게임회사 임원, 경찰서장, 의사, 교수 등 지난 15일까지 7명의 영입인재를 발탁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소아청소년과 의원, 범죄 심리학 교수, 사회적기업 대표, 변호사, 부장판사 등 다양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영입인재는 선거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도 영입인재를 포함한 정치신인은 커다란 돌풍을 일으켰다. 국회의원 300명 중 절반이 넘는 155명(52.0%)을 초선의원이 차지했을 정도다. 

21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 2명 중 1명이 초선이었다는 것이다. 16대 총선(40.7%) 이후 초선의원의 비중이 가장 낮았던 20대 국회의원 선거(44.0%)와 비교하면 초선의원이 8%포인트 더 늘었다. 

■ 정치신인 분석➊ 입법활동 = 그렇다면 21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정치 신인들은 성과도 눈부셨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정치신인의 입법활동을 분석했다. 

먼저 초선의원 155명 중 정치신인을 분류했다.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정무직 공무원, 국회의원 보좌관, 자치단체 의원, 특정 정당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인사 등은 제외했다. 

이렇게 추린 21대 정치신인은 총 72명이었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34명, 국민의힘 30명, 정의당 4명, 무소속 3명, 기본소득당 1명 순이었다. 정당별 의원 수는 1월 15일 기준 소속 정당을 기준으로 했다. 

정치신인 72명 중 가결법안이 0건인 의원은 11명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정치신인 72명 중 가결법안이 0건인 의원은 11명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21대 국회의 영입인재 경쟁에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영입인재 16명 중 12명(비례대표2명·지역구 10명)이 금배지를 달았기 때문이다. 당시 자유한국당이었던 국민의힘 영입인재는 20명 중 비례대표 5명만 국회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참고: 허은아 의원의 탈당으로 지난 8일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한 김은희 의원은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자! 이제부터 21대 정치신인 72명의 입법활동을 분석해보자. 우선 비교군을 삼기 위해 21대 국회의 법률안 통계를 살펴봤다. 국회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총 2만4647건(이하 1월 15일 기준)이다. 이중 원안·수정가결로 반영된 법안은 총 2574건이었다. 전체 발의 법안 중 10.4%만 온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대안반영폐기 법안(5306건)과 수정안반영폐기(219건)를 합하면 발의한 법안의 32.8%인 8099건의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계류법안은 1만6159건으로 전체의 65.5%를 차지했다. 폐기되거나 철회한 법안은 각각 110건, 224건이었다. 

정치신인의 입법활동은 어땠을까. 72명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총 5800건이었다. 전체 법안의 23.5%가 신인의 몫이었다. 하지만 눈부신 활약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21대 국회 정치신인 1인 평균 대표 발의 건수는 80.5건으로, 21대 국회의원 1인 평균 발의 건수 82.4건보다 되레 적었기 때문이다. 

발의한 법안만 적은 것도 아니다. 5800건의 법안 중 국회를 넘는 데 성공한 법안은 5.1%(297건·가결)였는데, 이 역시 21대 국회 평균(10.4%)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대안·수정반영폐기 법안 1153건을 더하더라도 법안 통과율은 전체 평균의 32.8%를 한참 밑도는 25.0%에 불과했다. 

■ 정치신인 분석➋ 의원별 성적 = 정치신인 중엔 입법을 아예 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72명 중 11명의 가결 법안이 제로였다. 1건은 11명, 2건과 3건은 각각 10명, 5명이었다. 재임 4년간 총 3건 이하의 법만 만들어낸 정치신인이 37명에 달했다는 거다. 

물론 법안 가결 건수로 국회의원의 정치 활동을 모두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본업이 ‘입법’이란 건 분명한 사실이다. 법률을 제정·개정하는 일은 국회의 본질적인 권한이라는 거다. 무엇보다 영입인재 등 정치신인은 각 분야의 전문가다. 그런데도 정치신인의 대표 발의 법안이 평균을 밑돌고 있다는 건 민망한 성적표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정치신인 72명이 대표 발의한 법안 5800건 중 4156건이 계류 중이다. 전체의 71.6%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는 건데, 이는 21대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의 비중 65.5%를 6.1%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의원별 편차도 매우 컸다. 대표 발의 건수가 가장 많았던 정치신인은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 4년간 209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11건이 가결돼 5.26%의 법안 가결률을 기록했다. 가장 적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같은 당 김웅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10건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한건도 가결되지 않았다.  

전체 정치신인 중 대표 발의법안 가결률이 10%를 넘는 의원은 8명에 불과했다. 대표 발의법안 가결 건수가 0건인 의원 11명보다도 적은 수치다. 가결 건수가 0건인 의원 중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한 정치신인은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강 의원은 119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15건만 대안반영 폐기됐다. 유권자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것과 달리 정치신인의 법안활동 성적표는 초라했다는 얘기다.

■ 정치신인 분석➌ 경제적 가치 = 정치신인의 성과를 경제적 가치로 분석하면 얼마나 될까.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국회의원이 받는 연봉을 가결된 법안 건수로 나누는 것이다 법안 하나가 가결되는 데 얼마만큼 썼는지 가늠할 수 있어서다. 

2022년 기준 금배지의 연봉은 1억5426만원이다. 여기에 1인당 1억1276만원의 지원금을 따로 받는다. 합하면 금배지의 연봉 패키지는 1인당 2억6702만원이다. 21대 금배지 299명(허은아 의원 제외)은 4년간 3193억5592만원을 받은 셈이다.

이를 21대 국회에서 가결한 법안 2754건으로 나누면, 법안 1개가 국회의 문턱을 넘는 데 1억1596만원이 쓰였다는 걸 알 수 있다. 대안·수정반영폐기 법안을 포함해도 법안 하나를 만드는 데 3943만원이 들어갔다. 모두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혈세다. 

그럼 정치신인 72명은 어땠을까. 21대 국회 정치신인이 4년간 대표 발의한 법안은 5800건, 이중 가결된 법안은 297건이었다. 이에 따르면, 법안 하나에 2억5892만원(2억6702만원×4년×72명÷가결 법안 297건)을 쓴 셈이다. 대안·수정반영 폐기 법안 1153건을 더해도 법안 하나당 사용한 돈은 5303만원으로 추정된다. 나름 인재란 칭호를 받았던 정치신인의 입법 성적표치곤 민망한 수준이다. 

4월 치러질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은 다양한 정치신인을 영입하고 있다. 과연 22대 국회에 새롭게 입성할 정치신인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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