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1편
90만원 적자 나는 부부
더 이상 줄일 곳 없다지만
여기저기 드러나는 군살
지출 줄일땐 세세히 살펴야
커피값, 식재료비도 대상

여기 한달에 90만원가량 적자를 내는 부부가 있다. 쑥쑥 크는 자녀들 교육비 때문이라곤 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얘기가 조금 달랐다. 자녀 교육비도 교육비지만 커피값부터 보험료까지 지출항목 이곳저곳에서 부부의 ‘과소비’가 눈에 띄었다. “더 줄일 곳이 없다”는 부부의 말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 건 이런 이유에서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과소비의 늪에 빠진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지출을 줄일 땐 영수증까지 상세히 살펴야 답이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출을 줄일 땐 영수증까지 상세히 살펴야 답이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을 둔 한성희(가명·41)씨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겨우 1살 더 먹은 것뿐인데도 학원비부터 각종 교재까지 써야 할 돈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그렇게 한씨는 14살 첫째의 교육비로만 한달에 70만원을 쓴다.

이 이상으로 지출을 늘리긴 힘들기 때문에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11)는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본다. 물론 안심할 순 없다. 3년 뒤엔 둘째도 중학교에 입학하고, 그사이 첫째는 고등학생이 된다. 그때 학원비가 얼마나 불어날지 상상하니 한씨는 눈앞이 아찔했다. 맞벌이를 하는 한씨는 “학원비를 벌러 회사에 다니는 것 같다”면서 한숨 섞인 웃음을 지었다.

‘이대로 있을 순 없다’는 생각에 한씨는 그동안 꼼꼼히 적어놓은 가계부를 살펴봤다. 매월 꽤 큰 적자가 나고 있긴 하지만, 한씨가 보기엔 여기서 더 줄일 수 있는 구석이 없을 듯했다. 가령, 공과금이나 관리비는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아닌 데다 정수기 렌털비 등도 한씨에겐 필수 비용으로 느껴졌다. 그나마 보험료는 당장 줄일 수 있는 지출처럼 보였지만 한씨의 보험지식으론 어디를 어떻게 손봐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재테크도 불안불안하다. 남편 이재석(가명·42)씨가 “목돈을 만들어 보겠다”면서 월 40만원씩 암호화폐와 주식에 손을 대고 있지만 좀처럼 수익이 나질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스포츠 방송을 멀리하고 집에 있는 동안엔 하루종일 경제 방송만 시청하는데도, 재테크 수익률이 신통치 않았다.

부부는 이런 상태로 과연 자녀들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지금이라도 가계부를 손보지 않으면 아이들이 더 컸을 때 원하는 교육을 해주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필자의 상담실을 찾아와 재무상담을 요청했다.

그럼 부부의 가계부는 얼마나 위태로운 걸까. 차근차근 살펴보자. 둘 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총소득은 570만원이다. 남편이 320만원, 아내가 250만원을 번다. 정기지출은 항목이 좀 길다. 공과금 및 아파트 관리비 35만원, 식비·생활비 150만원, 렌털비 13만원, 통신비 26만원, 교통비·유류비 65만원, 보험료 83만원, 자녀 교육비 85만원, 부부 용돈 총 80만원, 의료비 7만원, 미용비 10만원 등 554만원이다.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은 각종 세금 180만원, 자동차 유지비 160만원, 휴가비 200만원, 명절·경조사비 80만원, 의류비 180만원 등 800만원이다. 한달 평균 66만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언급했듯 암호화폐 20만원, 주식에 20만원 등 총 40만원이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660만원을 쓰고 90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

아내는 “줄일 게 없다”고 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가계부에 낀 군살이 무척 많았다. 한달에 13만원이나 내는 렌털비도 그렇고, 교통비·유류비에만 65만원을 지출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많아도 월급의 10% 안팎이어야 할 보험료(83만원)가 부부 월급의 2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부부가 원하는 재무목표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자녀들 교육비를 확실히 마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테크를 위한 시드머니 1000만원을 모으는 것이다. 다행히도 부부는 자가 아파트(매매가 5억원)를 소유하고 있어서 집 마련 비용이 들지 않는다.

늘 그렇듯 재테크의 시작은 허리띠 졸라매기다. 부부의 2가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지출을 줄여야 한다. 가장 손쉬운 건 식비·생활비(150만원)를 줄이는 것이다. 자녀가 있는 가정의 식비를 줄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지출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니 해법이 있긴 했다.

부부의 식비 안엔 카페전문점에서 쓰는 커피·케이크값이 포함돼 있다. 부부는 주로 4000~5000원대 커피를 마셨고, 5000원이 넘는 케이크도 간간이 먹었다. 다른 건 몰라도 먹고 싶은 건 꼭 먹어야 한다는 게 부부의 신조였다.

이런 마인드로는 목돈을 모으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값비싼 커피값만 절반으로 줄여도 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필자의 조언을 받아들여 부부는 앞으로는 2000원대 가성비 좋은 브랜드의 커피를 마시고, 케이크는 끊기로 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그런 다음, 식비를 줄이는 방법으론 ‘달력 가계부’를 사용했다. 매일매일 식재료에 쓴 지출을 넣고 한달간 생활해본 뒤 평균값을 토대로 예산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충동적으로 식재료를 구매하는 걸 막을 수 있다. 이 두가지 방법을 동원해 부부는 식비를 15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30만원 줄이기로 약속했다.

아직 줄일 것이 많다. 앞서 언급한 13만원치 렌털비가 대표적이다. 정수기 렌털 외에도 부부는 자녀들의 숙면을 위해 매트리스를 대여해 쓰고 있었다. 이는 지금까지의 상담에서 없었던 케이스다.

자녀들의 건강이 달려 있는 사안이어서 필자가 시간을 들여 부부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조정해야 할 듯하다. 과연 부부는 지출 줄이기를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더 상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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