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톡톡
日 벤치마킹한 정부 주가 부양 나서
日 주가 상승 원인, 지배구조 개혁
버핏의 日 투자 배경도 구조 개혁
지배구조 문제 해결 안 하는 한국

#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곧 발표한다. 이 프로그램엔 일본을 벤치마킹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이 주가 부양책을 내놓도록 유도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 그런데 일본과 우리 정책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일본 닛케이 지수가 연일 고점을 갱신하는 건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향한 기대감이지 단순한 주가 부양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개혁 기대감으로 닛케이 지수가 역사적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 20일 닛케이지수는 소폭 하락했다. [사진=뉴시스]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개혁 기대감으로 닛케이 지수가 역사적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 20일 닛케이지수는 소폭 하락했다. [사진=뉴시스]

2012년 아베노믹스가 공개됐을 때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은 세번째 화살에 주목했다. 통화정책 완화,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담은 구조적 개혁이 바로 세번째 화살이었다. 일본 증시가 상승세를 탄 건 다름 아닌 ‘세번째 화살’ 덕분이었는데, 몇몇 사람은 다른 관점을 가졌다. 도쿄 증권거래소가 저PBR 기업에 설명을 요구하고, 2026년 이후 상장폐지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에 주목했던 거다.

한편에선 도쿄 증권거래소가 상장사를 줄 세우는 등 망신을 줘서 닛케이 지수가 역사적 고점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한국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엔 PBR이 낮은 기업이 주가 부양책을 내놓도록 유도하는 등 일본을 벤치마킹한 듯한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 증시의 활황은 과연 우리 정부가 생각한 대로 ‘망신주기’와 ‘줄세우기’ 덕분일까. 그렇게 믿어선 곤란하다. 앞서 언급했듯 본질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혁안에 거는 기대감에 있다. 이번 마켓톡톡에선 이 이야기를 해보자.

[※참고: 다만, 여기서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소유권 문제로 오해해선 안 된다. 재벌 일가가 보유하든 연기금, 은행, 혹은 지주회사가 소유하든 경영 이슈를 합리적이면서도 투명하게 판단하고, 그런 판단을 적시에 다른 주주들에게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 버핏의 일본 투자 배경=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2020년 8월 일본의 5대 상사인 이토추‧마루베니‧미쓰비시‧미쓰이‧스미토모 지분을 각각 5% 이상씩 샀다고 공개했다. 버핏은 3년 후인 2023년 6월 5대 상사 지분율을 평균 3.5%포인트 이상씩 늘렸다고 밝혔다. 

버핏이 일본 상사 지분을 사들인 앞뒤 시점에 일본 증시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기업지배구조 개혁이다. 도쿄 증권거래소는 2018년 기업지배구조 규정을 도입했고, 2021년 이 규정을 개선해 상장사의 적시성, 투명성, 공정성을 확보했다.

도쿄 증권거래소는 2021년 기업지배구조 규정에서 “기업들은 사업 포트폴리오, 투자, 연구개발(R&D) 등 세부적인 경영 판단(회사의 효율적 자본 사용)에 관한 설명을 투명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주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사진=뉴시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사진=뉴시스]

버핏이 일본 상사 지분을 사들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의 상사는 은행과 함께 대기업집단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일본이 기업지배구조가 투명해진다면, 일본 상사의 주가가 오를 공산이 크다. 결국 버핏은 이런 가능성에 베팅한 셈이다.

일본 상사에 투자한 버핏은 최근 또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미즈호증권 등 일본 증권회사들은 워런 버핏이 상사에 이어 일본 은행, 보험회사 지분을 매수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버핏이 일본 대기업 계열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의 지분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개혁이 버핏과 같은 큰 손을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 재팬 디스카운트 vs 한국 디스카운트=그렇다고 일본 주가가 지배구조 규정을 도입한 것만으로 역사적 고점에 근접한 건 아니다. 일본은 지난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고, 엔저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했다. 일본 증시가 활황을 보인 덴 이런 복합적 배경이 깔려 있다. 결과적으로 ‘재팬 디스카운트’는 일본의 지배구조 개혁와 맞물려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도 결국 기업지배구조 문제다. 일본이 기업지배구조의 개혁에 시동을 걸면서 주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지만, 우리는 오히려 후퇴하는 분위기다. 

기업들의 수익 구조는 망가졌다는데,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일은 더 늘어났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버는 돈으로 대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의 비율은 2016년 9.3%에서 2022년 17.5%로 상승했다.

그런데 아주기업경영연구소가 2023년 4월부터 올해 2월 14일까지 금감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결과 경영권 분쟁 공시는 180건으로 1년 전보다 21.62% 증가했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과 경영권 분쟁이 함께 늘어났다는 거다. 이는 대주주들이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인의 책임도 다하지 않은 채 소유권부터 챙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료 | 도쿄 증권거래소]
[자료 | 도쿄 증권거래소]

앞서 밝혔듯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개편 핵심은 소유권이 아닌 투명성 확보였다. 그런데 최근 벌어진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 분쟁을 보면 총수 일가 사이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기업 합병과 같은 중대한 문제조차 공유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경영 판단의 공유가 대주주들 간에도 이뤄지지 않는데, 소액주주들에게 이를 공개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동해봤자 퇴행하던 증시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요한 건 지배구조 개혁이고, 일본은 그걸 해내고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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