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론칭 2주년 소기의 성과
식품 매출 확대와 젊은층 유입
다만, 홈플러스 전체 실적에
영향 미쳤는지는 살펴볼 대목
2월부로 신임 대표 투톱 체제
조주연 대표의 어깨 무거워
정체성과 엑시트 두개의 길
어떤 길 선택할지 두고 봐야

홈플러스가 미래형 마트를 콘셉트로 선보인 ‘메가푸드마켓’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론칭 2주년을 맞은 메가푸드마켓은 ‘식품 매출 확대’와 ‘2030 고객 유입’이란 성과를 일궜다. 문제는 이런 성과가 홈플러스의 전체 실적까지 끌어올렸는지는 의문이란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는 실적 개선을 위해 새 CEO를 임명했다. 함의는 무엇일까.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국내 1호점인 인천 간석점.[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국내 1호점인 인천 간석점.[사진=연합뉴스]

2022년 홈플러스는 인천 간석점을 ‘미래형 마트’란 콘셉트를 내세워 리뉴얼했다. 이름하여 메가푸드마켓 프로젝트. 대형마트의 강점으로 꼽히는 신선식품과 즉석식품, 간편식 등 먹거리를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었다. 인천 간석점을 기점으로 홈플러스는 전체 매장 131곳 중 24곳을 메가푸드마켓으로 바꿔 선보였다. 

결과는 기대치를 웃돌았다. 24개 점포의 리뉴얼 개점 1년차 평균 매출 성장률은 20%대를 찍었다. 특히 식품 카테고리 매출 비중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의 70%까지 늘어났다. 메가푸드마켓 론칭 전인 2021년 대비 30%가량 증가한 수치다. 홈플러스 측은 “20~30대 고객도 같은 기간 120% 늘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가푸드마켓의 성과가 홈플러스의 실적까지 끌어올렸는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홈플러스는 메가푸드마켓을 처음으로 선보인 2022년에도 26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태 연속 적자로, 그 폭은 전년 대비 94.8%나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지난 1일부터 ‘선장’을 교체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이제훈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2021년 홈플러스에 합류한 조주연 전 마케팅부문장(CMOㆍ부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은 당분간 대표직을 겸직하면서 조주연 신임대표를 지원한다. 홈플러스의 경영이 조 대표의 손에 쥐어진 셈인데,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 대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맥도날드의 CEO를 지냈다. 한국맥도날드 최초 여성 CEO란 타이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실적 중심’의 경영 전략을 펼친바 있다. 그의 재임 기간 한국맥도날드는 세계 상위 20개 시장 중에서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지만 비판의 도마에도 올랐다.

인기 있는 할인 서비스였던 ‘맥런치’를 폐지하고, 배달서비스인 ‘맥딜리버리’의 최소 주문금액(2016년 7000원→2017년 1만원) 을 인상하는 등 소비자보단 ‘수익성’ 우선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조 대표의 초점은 홈플러스의 ‘적자 구조’를 끊어내는 데 맞춰질 듯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메가푸드마켓’ 리뉴얼과 함께 오프라인을 거점으로 한 온라인 ‘맞춤배송’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전략적 방향성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가푸드마켓으로 점포를 리뉴얼하고 온라인 배송을 확대하는 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천억원대 적자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홈플러스로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유통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7조2000억원에 인수한 지 9년차를 맞는 시점이다. 사모펀드가 인수회사의 가치를 단기간에 끌어올린 뒤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엑시트(투자금회수) 시기가 훌쩍 지난 셈이다. MBK파트너스로선 조 대표가 홈플러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주길 기대할 게 분명하다.

문제는 수익성만 앞세우다간 홈플러스의 정체성이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수익에 전략의 초점을 맞추는 과정에서 메가푸드마켓이나 온라인몰 강화를 안정적으로 이뤄내지 못한다면, 홈플러스의 자체 경쟁력이 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락가락’ 전략 탓에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 

전례前例도 있다. 홈플러스는 2018년 창고형 할인 매장 ‘홈플러스 스페셜’을 신新사업모델로 내세웠다가 금세 철수했고,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우를 범했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몸값을 높이기 위해선 양질의 가성비 상품을 개발해 홈플러스만의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껏 수익성 우선 전략을 펼쳐온 조 신임 대표와 수익성 회복이 전부는 아닌 홈플러스의 현주소. 이처럼 엇갈린 상황에서 조 대표는 홈플러스의 정체성을 찾는 길을 선택할까, 아니면 엑시트를 위한 길을 걸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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