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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면세유 불법 유통사 20곳
먹튀주유소 조사 과정서 적발
고유가로 인해 불법 유통 기승
국세청, 고강도 세무조사 실시

국세청이 ‘단기간 영업 후 폐업’을 반복한 먹튀주유소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상면세유 불법 유통을 적발했다.[사진=뉴시스]
국세청이 ‘단기간 영업 후 폐업’을 반복한 먹튀주유소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상면세유 불법 유통을 적발했다.[사진=뉴시스]

해상면세유를 불법적으로 빼돌리거나 가짜석유로 제조·판매한 유통업체들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는다. 지난 26일 국세청은 해상면세유 불법 유통업체 20곳의 세무조사를 전국에서 동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해상면세유는 외항선이나 원양어선 등에 공급하는 기름이다. 세금을 면제 또는 환급받을 수 있어 가격이 시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부당이득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이들이 해상 밀수를 통해 불법 유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름값이 올라가는 시기에는 이런 일이 더 빈번해진다. 

지난해 9월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해상면세유 밀수입은 2021년에 비해 66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해상면세유 밀수입 건수는 10건, 적발금액은 22억4000만원이었다. 이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적발된 해상면세유 밀수입액(7억2300만원)의 3배 수준이다. 

이번에 적발된 해상면세유 불법 유통 역시 밀수입을 통해 이뤄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급유대행업체는 정유사로부터 급유 지시를 받은 해상면세유를 외항선에 모두 급유하지 않고, 외항선 직원과 짜고 일부만 급유한 뒤 나머지를 빼돌렸다. 빼돌린 해상면세유는 브로커를 통해 해상유 판매대리점에 값싸게 팔아 차익을 챙겼다.

판매대리점은 이렇게 사들인 해상면세유를 주유소에 되팔았고, 이들 주유소는 단기간에 해상면세유를 휘발유나 경유에 섞어 팔고는 무단 폐업하는 방식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른바 먹튀주유소다. 면세유의 불법 유통을 통해 급유대행업체와 판매대리점, 먹튀주유소가 골고루 세금을 탈루한 셈이다. 

이로 인해 가짜 석유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었다. 단순히 가격 덤터기만 쓴 게 아니다. 해상유는 휘발유나 경유보다 유황 함유량이 높아 품질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해상유를 주입한 차는 고장 가능성이 높고, 환경 오염도 유발한다. 

해상면세유 불법 유통은 가짜 석유 제조ㆍ판매로 이어졌다.[사진=뉴시스]
해상면세유 불법 유통은 가짜 석유 제조ㆍ판매로 이어졌다.[사진=뉴시스]

국세청은 지난해 단기간 영업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뒤 무단 폐업한 먹튀주유소를 동시다발로 조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가 해상면세유를 불법 유통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번 세무조사의 배경이다. 

세무조사를 받는 20곳은 급유대행 용역수수료 외에 유류 매입·매출이 빈번한 급유대행업체 6곳, 매출이 있지만 해상유 매입이 없어 세금계산서 매출을 허위로 기재한 해상유 판매대리점 3곳, 주유소를 개업했다가 폐업하기를 반복한 먹튀주유소 11곳 등이다. 

국세청은 차명계좌·명의위장, 무자료 매입 등 고의적인 조세포탈 행위가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정 처리할 방침이다. 3월부터는 13개 기관에서 관리하는 면세유 관련 자료를 통합 분석하는 ‘면세유 통합관리시스템’을 개통하고, 면세유 유통을 상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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